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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가치 외치는 한국교회, 목회자 출산·육아 복지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

OCJ 2026. 7. 15. 05:11

저출생 극복과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해 온 한국교회가 정작 사역자들의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목회자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총회 헌법에 명문화하며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지만, 대다수 주요 교단의 복지 제도는 여전히 사회적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실정입니다.

 


교단 헌법에 '출산·육아 휴직' 명시한 기장총회


최근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이종화 목사)는 제110회 총회 헌법 개정안에 대한 노회 수의 결과를 공고했습니다. 이번에 최종 효력을 얻게 된 개정 헌법 정치 제4장 제27조는 “시무 중인 목사와 전도사가 자녀를 출산한 경우 교회가 3개월의 출산휴가와 1년 이하의 유급 휴직을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요 장로교단 중 목회자의 출산과 육아를 교단 헌법에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매우 드문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다만 개정안은 개교회의 재정적 여건을 고려하여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 대신 '제공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통과되었습니다. 기장 이훈삼 총무는 이번 개정에 대해 새 생명을 출산한 여성 목회자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출산과 육아가 시혜가 아닌 정당한 권리임을 선언한 것이라며, 생명의 존귀함과 하나님의 생명 섭리를 교회가 헌법에 담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감리회의 선제적 조치와 타 교단의 미비한 현실


기장총회에 앞서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역시 관련 제도를 교단법에 선제적으로 반영한 바 있습니다. 감리회는 지난 2023년 '교리와 장정'을 개정해 여성 교역자에게 출산 전후 3개월의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지난해 열린 제36회 총회 입법의회에서는 출산 및 육아를 하는 교역자가 연회 감독의 승인을 받아 만 8세 이하 자녀 1명당 2년 이내, 최대 6년까지 출산·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했습니다.

반면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합동, 백석 등 한국교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요 교단들은 여전히 개교회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헌법에 명문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장통합 최상도 사무총장은 여성위원회를 중심으로 교역자 육아휴직 제도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교단 차원의 보편적인 제도로 이어지지는 못했으며, 일부 개교회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적 기준과 교계의 지체 현상


이러한 교계의 행보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적극적으로 제도화하고 있는 일반 사회의 흐름과 큰 대조를 이룹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사회에서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육아휴직, 출산휴가 등)를 이용한 수급자는 전년 대비 33.3% 증가한 34만 2,388명에 달했습니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6만 7,200명으로 60.7%나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사회는 출산과 육아를 개인의 희생이 아닌 법적 권리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교계 전문가들은 생명과 가정의 소중함을 강단에서 선포하는 교회가 정작 내부 구성원인 사역자들의 가정을 돌보는 일에는 사회적 기준보다 뒤처져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은 교회가 생명의 가치를 세상에 외치면서도 사역자들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으며, 교회의 규모와 재정적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목회 생태계를 위한 협력 모델 필요


특히 재정이 열악하고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 교회의 경우, 부교역자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갈 때 발생하는 사역의 공백을 메우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히 개교회에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교단과 노회, 그리고 신학교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협력 모델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1. 노회 및 교단 차원에서 '대체 사역자 풀(Pool)'을 구성하여 휴직 기간 동안 중소형 교회의 예배와 행정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입니다.
2. 교단 차원의 공동 기금을 조성하여 재정이 취약한 미자립 교회가 사역자의 유급 휴가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재정적 보조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도적 보완과 실질적인 지원책이 병행될 때 비로소 젊은 목회자들이 경력 단절이나 생계 위협 없이 안심하고 가정을 꾸리며 사역에 헌신할 수 있는 건강한 목회 생태계가 조성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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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가장 첫 번째 명령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생명의 축복이었습니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심각한 저출생 위기를 우려하며 가정을 지키고 생명을 잉태하는 일의 중요성을 설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복음의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젊은 목회자 부부들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사역의 길을 포기해야 하거나 신분상의 불이익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참으로 모순적입니다.

오세아니아를 비롯한 전 세계 그리스도인 공동체 역시 일과 가정의 양립, 그리고 사역자들의 삶을 돌보는 일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목회자 또한 하나님의 가정을 돌보아야 할 한 사람의 부모이자 남편, 아내입니다. 교회가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복음의 메시지는 말뿐인 구호가 아니라, 공동체 내부에서부터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지는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일 것입니다. 기장총회와 감리회가 딛기 시작한 이 소중한 '걸음마'가 한국교회 전체, 나아가 글로벌 교계로 확산되어 모든 사역자의 가정이 안식과 평안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