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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자판기에서 일상의 빛으로"... 마이클 고힌·휴 헐터가 제시하는 선교적 교회의 본질

OCJ 2026. 7. 1. 05:55

성경의 대서사 회복과 '영적 자판기' 탈피  


양적 성장의 한계와 세속화의 도전 앞에 직면한 현대 기독교 공동체에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의 성경적 기초와 실천적 대안을 제시하는 '2026 프레시 콘퍼런스(Fresh Conference)'가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콘퍼런스의 주강사로 나선 세계적인 선교신학자 마이클 고힌(Michael Goheen) 미국 칼빈신학교 교수와 북미의 대표적인 현장 실천가 휴 헐터(Hugh Halter) 미국 랜턴네트워크 대표는 교회가 단순히 교인을 안으로 모으는 구조에서 벗어나, 세상 속에서 복음의 이야기를 살아내는 '선교적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습니다.  

 

휴 헐터(Hugh Halter) 미국 랜턴네트워크 대표


선교적 교회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이클 고힌 교수는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성경의 큰 이야기(Grand Narrative)'를 제시했습니다. 고힌 교수는 복음을 지나치게 개인의 구원에만 국한하여 이해할 때, 교회가 성도 개개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영적 자판기'로 전락하게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성도들이 설교와 예배, 프로그램이 좋은 교회를 쇼핑하듯 찾아다니지만, 정작 자신이 속한 교회 공동체가 세상 속에서 복음의 기쁜 소식 그 자체가 되는 일에는 무관심해진다는 지적입니다.  

 

선교적 교회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마이클 고힌 교수


그는 사도행전 2장에 등장하는 초대교회를 이상적인 모델로 언급했습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사도들의 가르침과 교제, 떡을 뗌과 기도에 집중했을 때, 그들의 삶 속에서 관대함과 사랑, 기쁨이 흘러넘쳤고, 세상 사람들은 그 구별된 삶을 보고 교회 공동체에 매료되었습니다. 고힌 교수는 선교가 교회의 수많은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이자 정체성임을 역설하며, 현대 사회의 성공주의와 소비주의, 자기중심성이라는 우상을 분별하고 복음에 합당한 구별된 삶을 살아갈 것을 촉구했습니다.  

예배당 대신 커피숍으로... 일상의 관계로 살아내는 복음  


북미에서 창의적인 선교적 운동을 이끌어온 휴 헐터 목사는 교회의 성장 기준을 성도 출석 수가 아닌 '삶의 열매'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헐터 목사는 2016년부터 미국 일리노이주 올턴에서 '랜턴네트워크(Lantern Network)'를 이끌며, 쇠락한 도시의 버려진 우체국 건물을 '포스트커먼스(Post Commons)'라는 복합 문화 공간이자 커피숍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그는 가르치고 설교하기에 앞서 사람들이 편하게 찾아와 쉼을 얻을 수 있는 환대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선교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랜턴네트워크의 사역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나뉩니다.  
1. 비즈니스 선교: 카페를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의 소창업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2. 구제 사역: 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을 위한 농구 리그를 조직하고, 겨울철 노숙인을 위한 돌봄 센터를 운영합니다.  
3. 의도적인 가정 선교: 선교적 소명을 가진 가정들이 의도적으로 소외되고 가난한 지역으로 이주하여 이웃과 동고동락하며 마을을 변화시킵니다.  

헐터 목사는 도시의 약하고 아픈 부분으로 들어갈 때 기독교인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는 '정죄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리새인의 공장"을 넘어 세상과의 화해로  


두 지도자는 기독교인들이 세상 속에서 취해야 할 태도로 '정죄하지 않는 환대'와 '철저한 자기 분별'을 꼽았습니다. 휴 헐터 목사는 교회가 세상의 죄를 묵인해서는 안 되지만, 기독교인 특유의 '거룩한 정죄'가 사람들을 주님께로 인도한 적은 없다며, 교회가 타인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데 능한 "바리새인의 공장"이 되지 않기를 강력히 당부했습니다. 1000명이 모이는 대형 교회라 할지라도 정죄와 판단이 가득하다면 그것은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의미 없는 모임에 불과하다는 뼈아픈 지적입니다.  

마이클 고힌 교수 역시 한국 사회와 교회의 과도한 열심이 자칫 세속적 성공과 직업적 성취라는 우상 숭배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의 메시지는 일맥상통합니다. 교회는 세상의 우상적 문화를 거부하되, 세상 사람들을 향해서는 정죄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관대함과 사랑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의 리더십과 성도 모두가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선교사로 거듭날 때, 비로소 전통적인 교회 구조의 장벽을 뛰어넘는 진정한 영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습니다.  

[EDITOR'S NOTE]  
이번 프레시 콘퍼런스에서 마이클 고힌 교수와 휴 헐터 목사가 전한 메시지는 세속화와 교회 쇠퇴의 파고를 겪고 있는 오세아니아 지역의 크리스천 공동체에도 매우 깊은 울림을 줍니다. 많은 교회가 성도들을 예배당 안에만 묶어두는 프로그램에 몰두하며 '영적 자판기' 역할을 자처해왔던 것은 아닌지 뼈아프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소금이 맛을 내기 위해서는 독 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음식 속으로 흩어져 녹아져야 하듯이, 우리의 신앙 역시 예배당 문을 나서 가정과 일터, 그리고 지역사회의 아픈 곳으로 스며들어야 합니다. 이웃을 정죄하는 바리새인적 시선을 거두고, 버려진 공간을 환대의 커피숍으로 바꾼 헐터 목사의 실천처럼 일상의 관계 속에서 묵묵히 복음을 살아내는 오세아니아의 모든 성도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우리가 세상 속에 들어가 부활의 빛을 비출 때, 하나님 나라의 풍성한 열매는 자연스럽게 맺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