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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창립 10주년 맞은 '과학과신학의대화'… "이제 '진화론' 논쟁 넘어 기후 위기와 AI 등 현실 마주할 때"
과학과 신학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며 한국교회 지성 생태계의 복원에 힘써온 ‘과학과신학의대화’(이하 과신대, 대표 우종학 교수)가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6월 22일 서울 연세대학교 루스채플에서 열린 10주년 기념 포럼 ‘한국교회 창조론과 함께한 과신대, 10년 돌아보기’에서 참석자들은 지난 사역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한편, 한국교회가 해묵은 창조-진화 논쟁의 틀을 깨고 기후 위기와 인공지능(AI) 등 당면한 현대 사회의 윤리적 실천 과제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앙을 위협하는 것은 과학이 아닌 '교리화의 오류'
이날 포럼에서 ‘과학은 신앙을 깨뜨리는 위협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영웅 박사(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는 과학적 발견이 교회를 위협한다는 해묵은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과거 17~18세기 교회가 성경의 원죄론을 설명하기 위해 정자 안에 이미 완전한 인간의 축소판이 들어있다는 ‘전성설(Preformation Theory)’을 정설로 믿었던 역사적 사실을 환기시켰다. 그는 "과학 이론은 시대에 따라 변하지만 하나님의 진리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라며, 교회의 진짜 위협은 특정 시기의 불완전한 과학 이론을 절대적인 신앙 교리로 고착화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교단이 유신진화론을 이단으로 결의한 사태를 언급하며, 교회가 소모적인 창조론 논쟁에 매몰되기보다 인공지능이나 유전자 가위 등 급변하는 과학기술 시대 속에서 인류를 인도할 윤리적 나침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목회 현장에서 일어난 '이성과 지성의 해방'
이어서 보수적인 교단 배경 속에서 목회하며 성도들과 함께 과신대 교육과정을 이수한 최현기 목사(포도나무교회)의 생생한 목회적 임상 고백이 이어졌다. 최 목사는 과거 창조과학적 관점으로 교인들과 소통하려다 한계를 절감한 뒤, 아내와 함께 과신대 아카데미를 수강하고 전 성도에게 기초 과정을 도입했다. 최 목사는 "교인들이 문자주의의 딱딱한 껍데기를 깨고, 이성과 과학적 발견 속에서 도리어 하나님의 광대한 통치를 찬양하는 놀라운 신앙의 자유를 맛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과학을 신앙의 적으로 보지 않게 되면서, 자녀가 공룡 책이나 과학 유튜브를 보는 것을 불안해하며 숨기던 부모들이 이제는 거리낌 없이 자녀와 과학을 토론하게 되었으며, 질문을 터부시하던 교회 문화가 진리를 향한 자유로운 질문의 장으로 변화되었다고 강조했다.
진화론 프레임 극복과 융합 연구의 필요성
김정형 교수(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는 신학과 과학이 여전히 ‘진화’라는 단일 주제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신학과 과학 중 무엇이 옳은지, 혹은 진화론이 맞는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하나님이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며 그분의 뜻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기후 위기, 생태계 파괴, 성차별, 빈부격차 등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다각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학뿐만 아니라 문학, 과학기술 등을 아우르는 다학제적 융합 연구가 필수적이며, 과신대가 이러한 현실 문제에 건설적인 화두를 던지는 대화의 장을 주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10년의 성과와 한국교회 지성 생태계의 내일
‘한국 기독교 생태계에서 과신대의 의미’를 주제로 발제한 박현철 대표(청어람ARMC)는 과신대가 지난 10년 동안 신앙과 지성을 다시 연결함으로써 한국교회 지성 생태계 복원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과신대는 우주론, 뇌과학, 인공지능, 생명 윤리, 트랜스휴머니즘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교인들이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도 과학과 대화할 수 있는 거시적 순환의 장을 제공했다.
박 대표는 향후 과신대가 나아갈 방향으로 다음 네 가지 실천 과제를 제안했다.
1. 창조과학과의 갈등을 넘어서 대결 구도를 전환하기 위한 평화적 대화 시도
2. 지속 가능한 기독교 지성 교육 구조를 형성하고 전문 인력 양성
3. 각 지역 교회 현장까지 깊숙이 뿌리내릴 수 있는 촘촘한 네트워크 형성
4. 목회자, 청소년,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재교육 프로그램 개발
여성 학자 발굴과 담론의 다변화 과제
두 발제자는 과신대의 향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이 반영된 담론의 확대’를 꼽았다. 박현철 대표는 이 분야에 여성 신학자와 과학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며, 학술 행사 기획 단계부터 여성 발제자 세션을 마련하고 여성 저자의 도서를 읽는 등 참여 기회를 의도적으로 넓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형 교수 역시 그동안 신학과 과학의 담론이 남성 위주로 주도되면서 여성들의 경험과 관점이 소외되어 왔음을 인정하고, 과신대가 앞장서서 여성 신학자와 과학자들을 발굴해 담론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DITOR'S NOTE]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 세계는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과 지혜가 깃든 일반계시의 책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국교회는 과학적 발견을 신앙의 위협으로 간주하며, 이성과 신앙을 대립 구도로 몰아넣는 우를 범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청년들과 지성인들이 신앙과 과학의 갈등 속에서 방황하며 지적 해답을 찾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지난 10년간 '과학과신학의대화'가 감당해 온 사역은 단순히 학문적 토론을 넘어, 진리 안에서 성도들의 지성을 해방시키고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더 넓고 깊게 찬양하도록 돕는 목회적 돌봄이자 영적 회복의 여정이었습니다. 이제 한국교회는 진화론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하나님께서 긍휼히 바라보시는 기후 위기, 생태계 훼손, 불평등, 그리고 AI 시대의 인간 존엄성이라는 거대한 현실의 과제 앞에 청지기적 사명을 다해야 할 때입니다.
"여호와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그 쓰임에 적당하게 하셨나니"(잠언 16:4)라는 말씀처럼, 과학 역시 하나님의 창조 섭리를 밝히고 이웃을 사랑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신 귀한 선물입니다. 이성과 신앙이 온전히 악수를 나누고, 남성과 여성, 목회자와 평신도가 함께 어우러져 창조주 하나님의 광대하심을 증거하는 아름다운 한국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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