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보기 →호주, 선진 민주주의 국가 중 유일하게 '국가 인권법' 부재… 앨버니지 정부의 입법 향방은?
호주는 전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 중 유일하게 국가 차원의 '인권법(Human Rights Act)'이 없는 국가입니다. 지난 세기 동안 여러 차례의 인권법 제정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 무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 해묵은 과제가 다시 한번 호주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4년 발표된 호주 의회 인권 합동 위원회(PJCHR)의 보고서는 국가 인권법 제정을 강력히 권고했으며, 태즈메이니아주 호바트 출신의 앤드루 윌키(Andrew Wilkie) 하원의원은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개인 발의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셸 롤런드(Michelle Rowland) 연방 법무장관 측은 "이 복잡한 정책 분야를 지난 2년간 면밀히 검토해 왔다"며 "위원회 권고안이 정부 전반의 업무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모든 호주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미셸 롤런드 장관은 2025년 5월 신임 연방 법무장관으로 임명되어 해당 사안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와 인권 단체들은 지금이 인권법 제정의 적기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휴 디 크레처(Hugh de Kretser) 호주 인권위원회 위원장은 "호주 헌법에는 인권 보호 조항이 매우 적어 의회와 관습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인권법률센터(HRLC)의 대니 파둘(Daney Faddoul) 캠페인 매니저는 2018년 노인 돌봄 및 2019년 장애인 복지 관련 왕립 위원회 조사 결과, 그리고 악명 높은 '로보데트(Robodebt)' 스캔들을 언급하며, "연방 법률에 인권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이미 목도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제안된 법안은 영국, 뉴질랜드는 물론 호주의 빅토리아주, 퀸즐랜드주, 수도특별자원구(ACT)에서 이미 시행 중인 '대화(dialogue) 모델'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 모델은 정부 부처, 경찰, 법원 등 공공기관이 인권 기준을 준수하도록 의무화하면서도, 정부가 의회에 통보하는 조건하에 인권과 상충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유지하도록 보장합니다.
정치적 셈법은 매우 복잡합니다. 현재 녹색당은 법안 통과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혀, 노동당이 결단만 내린다면 의회 통과를 위한 의석수는 충분히 확보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데이비드 슈브리지(David Shoebridge) 녹색당 상원의원은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을 때 국민들이 어떤 피해를 보는지 확인한 지금이 바로 인권법 제정의 최적기"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자유-국민 연립당(Coalition)의 마이켈리아 캐시(Michaelia Cash) 예비 법무장관은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고 분열을 조장하며 위험하다"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앨버니지 정부의 더딘 행보가 최근 '원주민 대변 기구(Voice to Parliament)' 국민투표 부결 이후 논쟁적인 개혁을 피하려는 당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합니다. 또한 극우 성향인 원내이션(One Nation) 당의 지지율 상승에 대응하여, 국가 안보 문제에 약점을 보이지 않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인권법 제정 논의가 이번에는 의미 있는 결실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또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호주 국민들과 국제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에디터의 노트]
본 기사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인권법'의 부재가 사회 취약계층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돌아보게 합니다. '로보데트(Robodebt)' 스캔들이나 노인 및 장애인 돌봄 문제에서 여실히 드러났듯, 제도적 안전망과 인권 보호의 부재는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심각한 피해를 낳습니다. 이념적 대립과 당파적 유불리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을 법적으로 보장하려는 호주 사회의 오랜 염원이 조속히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성경적 가치관에 비추어 볼 때도, 억눌리고 소외된 자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중대한 책임일 것입니다.
'뉴스 > 오세아니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26년 7월 1일 호주 주요 제도 개편: 임금 인상·세금 감면 및 연금·육아휴직 변화 총정리 (0) | 2026.06.24 |
|---|---|
| 호주 사회 다문화주의 지지율 하락세 뚜렷… 경제적 불안 속 정치적 공방 가열 (0) | 2026.06.24 |
| 치명적 조류인플루엔자(H5N1) 호주 본토 첫 상륙… 가금류 산업 및 생태계 비상 (0) | 2026.06.24 |
| 호주 주요 3개 도시, 2026년 들어 가장 추운 밤 기록... '마침내 찾아온 겨울' (0) | 2026.06.23 |
| [호주-NSW주] 주간 통행료 상한선 50달러로 인하… 서민 가계 부담 덜어주는 '생활 밀착형' 예산안 발표 (0) | 2026.0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