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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 더 이상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40대 이상 여성의 뒤늦은 진단 증가

OCJ|2026. 5. 29. 05:43

우리 사회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는 오랫동안 주로 남성이나 소년들의 질환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의 연구와 진단 기준의 발달로 이러한 오랜 편견이 깨지고 있습니다. 과거 4대 1로 알려졌던 남녀 자폐 진단 비율이 최근 연구에서는 2대 1까지 좁혀질 수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으며, 특히 40대 이상 여성들이 뒤늦게 자폐 진단을 모색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호주 공영방송 SBS 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많은 여성이 평생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이를 설명할 정확한 단어를 찾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51세 여성 나오미(Naomi)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녀는 4년 전 심각한 직업적 번아웃과 인간관계의 단절, 가족 간의 갈등을 겪으며 심리 상담을 받던 중 자신이 '신경다양인(Neurodivergent)'일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나오미는 "평생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폐나 ADHD에 대한 제한적이고 정형화된 편견 때문에 그것이 내 이야기일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라고 회고했습니다.

나오미처럼 뒤늦게 진단을 받은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겪은 부정적인 평가와 오해로 인해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판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숨기고 완벽해지려 노력하며, 이른바 '위장(Masking)'을 통해 사회에 적응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과 피로를 경험하게 됩니다.

호주의 임상 심리학자 타마라 메이(Dr. Tamara May) 박사는 자폐를 진단받은 여성들이 흔히 겪는 '애도(Grief)'의 과정에 주목합니다. 메이 박사는 "여성들은 감정 조절의 어려움으로 인해 종종 '너무 예민하다'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습니다. 뒤늦게 진단을 받게 되면, 과거의 삶이 왜 그토록 힘들었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동시에 '부모나 교사, 의료진이 왜 더 일찍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는 분노와 우울감, 즉 깊은 애도 과정을 겪게 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자폐와 ADHD 같은 신경발달 장애는 만 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자 주로 남성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좁게 정의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여성과 소녀들은 오랫동안 연구의 중심에서 밀려났고, 진단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이 박사는 "여아들은 표면적인 사회적 기술이 더 뛰어난 경우가 많아, 한 명의 친구에게 특별히 애착을 가지는 행동이 자폐적 특성이 아닌 일반적인 교우 관계로 오인되곤 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자폐 소녀들이 우울증, 사회불안장애, 혹은 경계성 성격장애 등으로 잘못된 오진을 받는 경우가 빈번했습니다.

그러나 신경다양성에 대한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여성의 자폐 특성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들이 수치심 없이 자신을 이해하고, 진단을 가로막던 장벽과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나오미는 호주 자폐 커뮤니티 지원 단체인 '어메이즈(Amaze)'가 운영하는 전국 헬프라인 '오티즘 커넥트(Autism Connect)'에서 신경긍정적(Neuroaffirming)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늦은 나이에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한 것에 후회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뇌 구조는 모두 고유하며 각자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성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경이로운 곳으로 만듭니다."

자폐 스펙트럼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가 가진 신경다양성의 하나로 받아들여져야 합니다. 여성의 뒤늦은 진단 증가는 단순히 의료적 발견을 넘어, 우리 사회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비로소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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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의학계의 자폐 진단 기준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남성 중심으로 설정되어 왔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수많은 여성이 평생 자신의 정체성을 모른 채 고군분투해야 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보도입니다.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라는 패러다임이 확산하면서, 장애나 결핍을 넘어 인간의 뇌가 가진 고유한 차이로 자폐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습니다. 늦게나마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고 스스로를 긍정하게 된 여성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포용력과 이해의 폭을 한 단계 넓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