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WORD

이사야 41:10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Today
Admin

뉴스

더보기 →
문화/영화

나의 아저씨 My Mister

OCJ|2026. 5. 23. 04:26

나의 아저씨 (김원석 연출, 박해영 극본)

 


2018년에 방영된 김원석 연출, 박해영 극본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삶의 무거운 무게를 묵묵히 버티며 살아가는 40대 남성 박동훈과 혹독하고 냉혹한 현실을 홀로 견뎌온 20대 여성 이지안이 서로의 삶을 관통하며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깊이 있게 그려낸 수작이다. 부모의 빚을 떠안고 병든 할머니를 모시며 범죄의 경계선마저 넘나들어야 했던 지안의 처절한 생존기와, 사회적 지위나 안정된 가정이라는 겉보기와 달리 내면이 철저히 무너져 내리고 있던 동훈의 만남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조건 없는 위로가 무엇인지 질문하며, 세속적인 성공과 화려함만을 좇는 현대 사회에 묵직한 파장을 던진다.

이 작품을 기획한 박해영 작가와 김원석 감독은 상처 입은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연의 연대와 회복을 담고자 했다. 이러한 기획 의도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깨어지고 상처받은 영혼들이 모여 서로의 짐을 나누어 지는 '코이노니아(Koinonia, 영적 교제와 연대)'의 원형을 훌륭하게 구현하고 있다. 특히 극의 주요 배경이 되는 후계동 정희네 술집에 모이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은 실패하고 좌절한 자들을 정죄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품어주는 은혜의 공동체를 연상케 한다. 그들은 각자의 결핍과 흠결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며, 이는 사도 바울이 갈라디아서 6장 2절에서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고 권면한 성경적 가치관과 깊이 맞닿아 있다.

 


동훈이 지안을 대하는 태도 속에는 기독교 신학의 핵심인 '아가페(Agape)'적 사랑과 칭의의 은혜가 짙게 배어 있다. 지안의 어두운 과거와 살인이라는 치명적인 전과를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동훈은 그녀를 정죄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네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면 남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해준다. 이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선언은 죄와 허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의 보혈로 모든 죗값을 치르시고 '너의 죄가 덮어졌다'고 선언하시는 복음의 메시지를 강렬하게 상징한다. 조건 없는 수용과 용서를 경험한 지안은 비로소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경계하는 삶에서 벗어나 타인을 사랑하고 자신을 긍정하는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는 진정한 '구원'의 서사를 완성하게 된다.

나아가 동훈이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십자가를 지고 좁은 길을 걸어가는 그리스도인의 희생적 순례를 닮아 있다. 그는 아내의 외도라는 뼈아픈 배신과 직장 내의 치열한 암투, 그리고 무능력한 형제들을 부양해야 하는 가장의 짐을 불평 없이 홀로 짊어진다. 그의 인내는 단순한 체념이나 금욕주의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고난을 감내하는 능동적인 희생이다. 동훈의 묵묵한 걸음은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로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그리스도의 성육신적 사랑을 보여주며, 고난을 통해 인내를, 인내를 통해 연단을 이루어가는 로마서 5장의 진리를 삶의 예배로 살아내는 듯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나의 아저씨'는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신앙적 결단과 적용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시청자인 우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 '내 곁에 있는 수많은 이지안들을 나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라는 뼈아픈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교회와 그리스도인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지안과 같이 내몰린 자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그들의 상처를 덮어주는 동훈과 같은 피난처가 되어야 마땅하다. 드라마의 마지막, 지안(至安)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이르러 평안하라'는 동훈의 인사는 모든 영혼이 하나님 품 안에서 참된 샬롬(Shalom)을 누리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와 같다. 이 작품은 결국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만이 우리의 무너진 삶을 구원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사랑을 흘려보내는 통로로 우리 모두가 부름받았음을 일깨워주는 위대한 평론이자 신앙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