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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유대계 호주인들의 증언... "혐오의 일상화 속, 정체성마저 숨겨야 하는 참담한 현실"
[호주 반유대주의 왕립위원회] 최근 호주 내에서 급증하고 있는 반유대주의 정서와 혐오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반유대주의 및 사회적 결속을 위한 왕립위원회(Royal Commission on Antisemitism and Social Cohesion)'의 공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유대계 호주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생생한 차별과 폭력의 경험이 증언되어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5월 5일 화요일에 진행된 두 번째 공개 청문회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호주 내 유대인 커뮤니티를 겨냥한 적대 행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많은 유대계 호주인들은 반유대주의가 점차 일상화되는 현상과, 혐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보여주는 '침묵'에 가장 큰 실망감을 느낀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니르 골란(Nir Golan) 씨의 증언은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는 인파가 붐비는 시드니 옥스퍼드 스트리트(Oxford Street)에서 퇴근 시간인 오후 5시경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Kippah)'를 쓰고 있다가 신원 미상의 남성으로부터 무차별적인 언어폭력과 위협을 받았습니다. 가해자는 "더러운 유대인"이라는 인종차별적 폭언과 함께 나치식 경례를 하고, 골란 씨의 이마에 총을 겨누는 시늉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골란 씨는 "백주대낮에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나를 돕기 위해 나선 사람은 미국인 관광객 단 한 명뿐이었고, 그마저도 폭행을 당했습니다"라고 당시의 참담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그는 사건 직후 통제할 수 없이 떨며 눈물을 흘렸으나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지만, CCTV 영상에 음성이 녹음되지 않아 살해 협박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로 실질적인 조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이후 그는 여전히 키파를 착용하지만, 그 위에 야구 모자를 덮어써 신분을 숨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스며든 '캐주얼 반유대주의(Casual Antisemitism)' 역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증인 레아 레비(Lea Levy) 씨는 직장 동료로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유대인들이 "인색하다"는 편견 섞인 발언을 들었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 이후 유대계 호주인들을 향해 "아기 살인마",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애호가" 등의 낙인을 찍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호주의 유명 수영복 브랜드 '씨폴리(Seafolly)'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할라스(Peter Halasz) 씨의 증언은 역사적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1944년 나치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주로 이주한 후 처음으로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편안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그는,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 이후, 홀로코스트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다윗의 별(Star of David)'을 착용하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번 왕립위원회 청문회는 2025년 12월 본다이 비치 테러를 계기로 불거진 호주 사회의 분열을 극복하고,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가해지는 혐오를 근절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입니다. 첫 번째 청문회 일정은 오는 5월 15일까지 이어지며, 호주 전역의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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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이번 청문회 증언들은 포용과 다문화를 자랑해온 호주 사회 이면에 자리 잡은 어두운 그늘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특히 2025년 말 발생한 본다이 비치 테러 사건 이후 출범한 '반유대주의 왕립위원회'는 단순한 진상 규명을 넘어, 우리 사회가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습니다.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혐오와 폭력 대신 사랑과 이해로 우리 사회의 굳건한 결속(Social Cohesion)을 다질 수 있도록 기도로 동참해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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