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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J 초대석] 김순성 교수 “척박한 이민 목회, ‘가정교회’가 성경적 본질 회복의 유일한 대안이다”

OCJ 2026. 10. 20. 03:42

대담 및 정리: OCJ (Oceania Christian Journal) 편집실

초대 손님: 김순성 교수 (전 고려신학대학원장, 실천신학자)

 

 

한국의 대표적인 실천신학자이자 고려신학대학원장을 역임한 김순성 교수가 최근 시드니를 방문했다. 그는 대양주 가정교회 사역의 중심에 있는 시드니 새생명교회(강승찬 목사)와 수정교회(송영민 목사) 그리고 샬롬교회(김호남 목사) 에서 집회를 인도하고 대양주 지역 목회자들을 위한 세미나를 이끌며, 이민 사회라는 척박한 토양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교민들과 목회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도전을 전했다.

 

평생을 신학교육과 목회 현장의 일치에 헌신해 온 김 교수는, 위기에 처한 현대 교회의 대안으로 ‘신약 교회의 원형인 가정교회’를 주창한다. OCJ는 시드니 방문 일정을 소화 중인 김순성 교수와 대면하여, 현장에서 바라본 디아스포라 교회의 현실과 대양주 한인 교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OCJ: 교수님, 이번 시드니 세 교회 집회와 목회자 세미나를 인도하시며 호주 지역의 목회자 및 성도들과 깊이 교제하셨습니다. 실천신학자의 시선으로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신 시드니 한인 교회의 영적 분위기와 대양주 목회자들의 고민은 무엇이라고 느끼셨는지요?

 

 

김순성 교수: 목회자와 교우들 모두가 생업에 매여 너무 분주하게 여유 없이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호주의 어려워진 경제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고요. 이런 생활 환경과 구조가 영적인 삶에도 영향을 끼쳐 성도들의 신앙 성장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목회자들 역시 이런 구조 속에서 설교와 기도, 심방 등 목회의 본질에 충실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한 마디로 목회 토양이 척박하고, 건강한 교회를 찾기도 어렵고 그런 교회를 세우기도 어려운 여건인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런 상황이기에 교민들에게 진정한 말씀의 위로와 복음 전도가 더욱 절실하고, 성경으로 돌아가는 바른 목회, 바른 교회 운동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OCJ: 교수님께서는 줄곧 한국 교회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가정교회’를 강조해 오셨습니다. 교수님께서 보실 때 가정교회가 신약 교회의 원형을 회복하는 데 가장 근접한 모델인 이유는 무엇이며, 이번 집회를 통해 발견하신 대양주 가정교회만의 역동성이 있었다면 무엇입니까?

 

김순성 교수: 저는 목회 현장에서 10년을 목회자로, 이후 신학교에서 신학자로 20년을 보냈습니다. 저의 관심은 늘 목회 현장이었고, 좋은 목사, 성경적 교회를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신학 교수 재직 시절 그리고 은퇴하면서 가정교회 현장을 탐방하고 가정교회에 대해 연구 논문을 쓰면서, 가정교회가 신약에 나타난 교회의 본질을 추구하는 교회 갱신 운동으로 이 시대 바른 교회 회복의 대안 모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정교회는 셀교회와 함께 20세기에 일어난 바른 교회 운동 중 하나입니다.

 

목사 중심의 위계적 제도적 관계에 기초하여 ‘교인(church member)’을 만드는 전통교회와 달리, 가정교회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참 목자(the Shepherd)이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어 작은 목자(a shepherd)로서 목장에서 주도적으로 다른 성도를 섬기고 교회 밖 영혼을 구원함으로써 그리스도를 닮아가고, 다른 사람을 제자로 만드는 성경적 교회 모델입니다.

 

본래 예수님의 제자로서 성도들 앞장서 예수님을 따르도록 세움받은 전통교회의 장로, 권사, 집사 직분이 제도화되면서 성경이 가르치는 제자도를 상실해 버렸습니다. 직분의 타락과 함께 교회도 타락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을 성경대로 회복하여 삶으로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 훈련하는 자리가 바로 가정교회 목자입니다. 대양주 목자 컨퍼런스에 매년 약 180여 명이 참석하고 있다는 것은 평신도들도 목회자들 못지않게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을 위해 생명을 바치고 싶은 열정과 헌신된 마음이 있다는 증거입니다.

 

가정교회는 목장에서 교회의 본질인 성도의 교제(코이노니아)가 이루어지며 영혼 구원(전도)과 제자 양육이 일어납니다. 목사의 역할은 평신도들이 무대 위에서 맘껏 춤출 수 있도록 무대 뒤에서 말씀과 기도로 이들을 돕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이를 신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교리가 종교개혁자 루터가 주창한 전신자 제사장론(priesthood of all believers)입니다.

 

 

가정교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타교회 기존 신자의 수평 이동을 받지 않습니다. 목장에서 비신자를 전도하여 제자 삼는 교회입니다. 대부분의 전통교회 특별히 이민교회가 기존 신자의 수평 이동 중심이고 교회의 사명인 비신자 전도에는 관심이 적은데, 가정교회는 성경대로 “영혼 구원하여 제자 삼는” 교회의 존재 목적을 이루는 교회입니다(마28:19-20). 가정교회가 가진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교회 안의 자녀들이 부모들의 신앙과 삶을 눈으로 보고 배워서 건강한 가정이 세워진다는 것입니다. 가정교회 안에서는 다음 세대가 자연스럽게 예수님의 제자로 세워져 세대를 넘어 건강한 교회가 지속됩니다.

 

또한 가정교회는 목장이 모여 초원을 이루고 있고, 교회와 지역 간에도 네트워킹이 잘 되어 있고 교회별로 정기적으로 목회자 세미나와 평신도 세미나를 개최하여 누구든지 참여하여 가정교회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드니 새생명교회는 시드니와 대양주에서 20년 전 가정교회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교회입니다. 목회가 쉽지 않은 이민교회 토양에서도 강승찬 목사는 신약교회 본질 회복을 위해 오직 말씀 붙들고 성경적 가정교회 운동에 앞장서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기도 부흥 집회를 인도하고 목자들의 간증을 들으면서, 그들 속에서 일하시는 주님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새생명교회와 함께 수정교회도 시드니에서 가정교회 운동에 선도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모습에 호주와 대양주 지역 가정교회 운동 확산에 큰 기대와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시드니에 와서 강승찬 목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대양주 가정교회사역원’이 출범하여 3개 초원(시드니 초원, 멜버른과 퀸즈랜드 초원, 퍼스와 뉴질랜드 초원)과 13개 지역 모임이 매월 목회자 부부 중심으로 모이고 있고(75-90여 교회), 호주 시드니에 6개 지역, 멜버른에 2개 지역, 브리즈번에 2개 지역, 퍼스에 1개 지역,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1개 지역, 피지에 1개 지역 등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가정교회가 빠르게 대양주에 확산된 것은 대양주 지역의 목회자들이 성경대로 바른 목회를 향한 열망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교회들은 매년 영혼 구원의 열매를 맺고 있으며, 전통교회가 무너지고 있는 오늘날에도 교회 갱신과 회복 및 성장이 가능함을 열매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호주에서는 평신도 세미나를 주최하는 교회가 5개(시드니 새생명, 시드니 수정, 브리즈번 벧엘장로, 브리즈번 소망, 멜버른 호산나), 목회자 세미나를 주최하는 교회가 2개(시드니 새생명, 시드니 수정) 있으며 매년 목회자 컨퍼런스와 목자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OCJ: 이민 사회라는 치열한 현실 속에서, 교수님께서 평소 강조하시는 ‘개혁주의 청교도 영성’과 ‘자기부정의 십자가 영성’을 목회자와 평신도들이 일상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적용할 수 있을까요?

 

김순성 교수: 개혁주의 청교도 영성과 자기부정의 십자가 영성은 특정 시대 특정 지역을 넘어, 성경이 가르치는 제자도의 핵심입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교회 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 예수님의 제자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따라가려면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분을 따라야 합니다(눅9:23). 한 마디로 ‘나는 죽고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는 것’을 삶으로 훈련하고 그리스도를 경험하며 사는 것이 기독교 영성의 핵심입니다.

 

이것은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변치 않는 복음이며 이 영성을 떠나서는 기독교인의 삶이 불가능합니다. 목사와 평신도를 막론하고 모든 신자는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을 받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목사는 목사 이전에 먼저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의 좋은 제자로 예수님을 앞장서 따르고, 삶으로 성도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그리스도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예수님 때문에 목사가 먼저 행복해야 성도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거기서 예수님의 제자가 양육되고,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것이 성경적 목회입니다.

 

오늘날 서구교회가 붕괴하고 있는 근본 이유는 제자도가 상실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서구교회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한국교회의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많은 교회에 주일학교가 문을 닫고 젊은이들은 교회를 떠나고 고령자들만 남아있습니다. 전도의 능력은 상실하고 교회가 문을 닫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오늘날은 교회 안에 알곡과 가라지가 구분되는 시대입니다. 그리스도가 없는 가짜 신앙, 가짜교회는 더 이상 살아남지 못합니다. 이 때문에 이 시대 가정교회 운동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OCJ: 세속화의 파고를 마주한 대양주 한인 교회와 성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예언자적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순성 교수: 저는 5년간 네덜란드에서 한인교회 목회를 경험한 적이 있고, 유학 생활을 포함해 11년을 해외에서 산 경험이 있습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지불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봅니다. 철저히 신앙적이 되든지 아니면 철저히 인간적이 되든지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양극단을 요구하는 삶이 낯선 땅 해외에서의 삶입니다. 이민 사회에서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어려운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한국 경제가 어려워 먹고 살기 위해 해외로 떠났지만, 이제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경제 대국입니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요. 지금 많은 미국의 한인들이 한국으로 역이민하고 있습니다. 의료제도 등 한국에서 살기가 미국보다 훨씬 나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왜 굳이 낯선 땅에서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 그 이유와 명분이 분명해야 합니다.

 

한인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인들이 모여 있으니까 그들의 종교적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한인교회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단지 종교단체에 불과합니다. 그런 필요는 교회 말고도 얼마든지 채울 수 있습니다. 교회는 우리의 필요 때문에 존재하는 단체가 아닙니다. 하나님 뜻에 따라 세워진 구원공동체입니다. 자신을 넘어 세상을 구원해야 할 사명 공동체입니다. 이 점에서 해외 한인교회는 디아스포라로서 한민족을 넘어 세계 선교를 향한 교두보로서 큰 사명이 있습니다.

 

한인교회들이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삶으로 보여줄 때, 한인뿐만 아니라 이 땅에 백인들과 수많은 다민족이 그리스도에게로 달려올 것입니다. 교회가 성경적인 가정교회 모델을 따를 때 이 일이 가능합니다.

 

가정교회를 하는 시드니 수정교회는 좋은 예입니다. 그 교회에는 한인 2세들뿐 아니라, 여러 민족의 젊은이들이 전도를 받아 그 교회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목장 교제가 좋아서 게임방에 가던 젊은이들이 매주 목장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양육되기에 1세대와 갈등 없이 2세대가 한인 부모들의 좋은 전통과 함께 성경적 가치를 삶으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나아가 그 교회가 속한 호주의 현지교회에도 가정교회를 소개하고 무너져가는 현지교회 갱신 운동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나를 통해 다른 사람이 복을 누리는 삶입니다. 내 삶의 초점이 나의 행복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고 살 때, 나로 인해 상대방이 행복해지고 나는 두 배의 행복을 누리며 살게 됩니다.

 

이런 삶이 그리스도인의 삶이고 이런 삶을 가능케 하는 성경적 교회 모델이 가정교회입니다. 앞으로 시드니와 호주를 넘어 대양주에 가정교회 운동이 아름답게 확산되어 한인교회를 통해 시드니의 한인 사회와 호주 땅이 복을 누리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호주 한인 사회는 치열한 생존 경쟁과 고단한 이민 생활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김순성 교수는 이러한 환경이 우리를 영적으로 척박하게 만들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철저히 신앙적이 될 수 있는' 기회임을 역설합니다. 교회가 단순히 이민자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종교적 친목 단체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영혼 구원하여 제자 삼는' 본질을 회복할 때 비로소 다민족 사회인 호주 땅에서 선교적 교두보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특히 1세대와 2세대가 말씀 안에서 갈등 없이 화합하고 현지 호주 교회에까지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안으로 '가정교회'를 제시한 점은, 호주 한인 교회가 나아갈 명확한 실천적 이정표가 됩니다.

 

이번 인터뷰는 호주 한인 교회가 직면한 경제적, 영적 위기를 진단하고, 그 해법을 '제자도의 상실'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서 찾았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수평 이동에 의존하는 성장이 아닌, 비신자를 향한 전도와 희생(자기부정의 십자가 영성)을 바탕으로 한 가정교회 운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과 부흥의 필수 요건입니다. 대양주 전역 90여 개 교회가 이미 이 운동에 동참하며 열매를 맺고 있다는 사실은, 신학적 이론이 현장에서 생명력 있게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앞으로 시드니를 비롯한 대양주 한인 교회들이 김순성 교수의 당부처럼 '나를 통해 다른 사람이 복을 누리는 삶'을 실천하며, 다민족 국가 호주에서 영적 갱신의 진원지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