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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목회 칼럼

이민자의 고단함 속에서 피어나는 역설: 우리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OCJ 2026. 10. 13. 05:13

2026년 시드니의 눈부신 햇살 이면에는 이 땅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우리 한인 교우들의 깊은 한숨과 눈물이 배어 있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주거비와 살인적인 물가 상승은 이민자들의 삶을 거세게 흔들고 있습니다. 더 나은 내일과 안정적인 삶을 꿈꾸며 낯선 땅을 밟았지만, 가처분 소득의 상당 부분을 임대료로 지출해야 하는 극심한 주거 스트레스와 비자 문제로 인한 신분상의 불안정, 그리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매일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십자가입니다. 하나님의 축복을 소망하면서도 당장 눈앞에 놓인 척박한 현실을 마주할 때면, 세상의 잣대로 볼 때 우리의 삶은 안정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는 모순투성이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 이 모순은 결코 단순한 고난이나 실패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철저한 무력함을 경험하는 바로 그 순간이, 하나님의 섭리와 능력이 일하시는 은혜의 통로가 됨을 우리는 믿음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자신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이국땅의 막막함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내 안의 교만과 인간적인 지혜를 내려놓고 온전히 하나님만을 의지하게 됩니다. 주일마다 시드니 곳곳의 예배당을 가득 채우는 교우들의 눈물의 기도와 찬양은 단순한 종교적 위로가 아닙니다. 그것은 팍팍한 현실의 절망을 하늘의 소망으로 바꾸어내는 거룩하고 강력한 생명력입니다.

 

 

사도 바울은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이 고백처럼, 이민 생활의 결핍은 신앙의 본질을 일깨우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화려한 성공이나 물질적 풍요만이 하나님의 은혜를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뼈저리게 체휼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오르는 생활비의 압박과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매일 일용할 양식을 채우시고 선한 길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세밀한 손길을 생생하게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지적하는 삶의 모순과 결핍은 결국 십자가의 역설로 승화되어, 우리의 부족함을 온전하게 채우시는 하나님의 완벽한 은혜를 증명하는 살아있는 간증이 됩니다.

 

성경은 우리 모두를 이 땅에 잠시 머무는 '나그네(Sojourner)'라고 부릅니다. 시드니에서 우리가 겪는 디아스포라의 현실은 단순히 물리적인 고단함을 넘어, 신앙의 본질을 가장 순수하게 직면하게 만드는 영적인 연단장입니다. 이 땅이 영원한 본향이 아님을 가르쳐주는 이 나그네 된 훈련을 통해, 우리는 영원한 하늘을 소망하는 법을 배웁니다.

 

오늘 하루도 고단한 시드니의 일터를 향해 묵묵히 믿음의 걸음을 내딛는 성도 여러분의 굳건한 뒷모습에 깊은 존경과 응원의 기도를 보냅니다. 우리의 참된 평안은 세상의 조건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 속에 있음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연약함 속에서 오히려 가장 크고 놀랍게 일하시는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이번 한 주도 넉넉히 승리하시는 교우 여러분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OCJ 편집실에서 김 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