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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목회 칼럼

한 걸음씩 주와 동행하는 위대한 순례: 찬송가 430장 '주와 같이 길 가는 것'에 담긴 A.B. 심슨의 생애와 사중복음의 유산

OCJ 2026. 7. 28. 05:47

오늘날 오세아니아를 비롯한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은 거센 영적 도전과 생존의 위기 앞에 서 있다. 목회자의 이중직이라는 힘겨운 현실과 다음 세대의 신앙 계승 단절이라는 뼈아픈 장벽 속에서, 많은 이들이 영적 소진과 절망을 호소한다. 이처럼 척박한 이민 목회의 현장과 험난한 이국땅의 순례길을 걷는 성도들에게, 시대와 국경을 초월하여 깊은 위로와 영적 돌파구를 제시하는 찬양이 있다. 바로 한국 교회 성도들이 오랜 세월 사랑해 온 찬송가 430장, '주와 같이 길 가는 것'(원제: 'Tis so sweet to walk with Jesus / Step by Step)이다. 이 찬송은 단순한 선율의 고백을 넘어, 19세기 말 뉴욕의 소외된 이민자들을 품었던 앨버트 B. 심슨(Albert Benjamin Simpson) 목사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그가 주창한 사중복음(Fourfold Gospel)의 신학적 정수가 녹아 있는 영적 기념비다.

 


성공의 강단에서 빈민의 거리로: 앨버트 B. 심슨의 결단

심슨 목사의 생애는 화려한 목회적 성공을 내려놓고 가장 낮고 소외된 곳으로 향한 십자가의 여정이었다. 1843년 캐나다의 엄격한 칼빈주의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 약한 육신과 심장병에 시달렸으나, 영적 갈망과 소명을 굳건히 하며 탁월한 설교가로 성장했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루이빌에서 가장 큰 장로교회인 체스트넛 스트리트 장로교회의 강단에 올랐고, 1880년에는 뉴욕 13번가 장로교회의 청빙을 받으며 목회적 정점에 섰다.

그러나 뉴욕의 현실은 그의 목회적 양심을 흔들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가난한 이민자들과 빈민들을 향해 복음을 전하고자 했던 심슨의 열정과 달리, 기득권에 안주해 있던 기존 성도들은 가난한 이들을 배척했다. 영혼 구원의 열망과 전통 교회의 폐쇄성 사이에서 깊은 고통을 겪던 그는 1881년 인생의 중대한 분수령을 맞이한다.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던 심장병이 기적적으로 치유되는 '신유'의 은혜를 체험하고, 성경적 확신에 따라 침례를 받게 된 것이다. 결국 그는 막대한 연봉과 사회적 명예가 보장된 장로교회를 사임하고, 단 일곱 명의 성도들과 함께 춥고 허름한 댄스홀에서 첫 예배를 드리며 '가스펠 타버나클(Gospel Tabernacle)'을 세웠다.

'한 걸음씩' 진보하는 그리스도 중심적 성화와 사중복음

심슨 목사는 1887년, 교단주의를 초월해 세계 복음화를 향해 연합하는 '기독교 연합선교회(C&MA)'를 창설하고, 사중복음(Fourfold Gospel)을 선포했다. 사중복음은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의 주(Savior), 성결의 주(Sanctifier), 신유의 주(Healer), 재림하실 왕(Coming King)으로 고백하는 역동적인 신학적 프레임이다. 이는 훗날 동양선교회(OMS)를 통해 한국 성결교회의 핵심 교리로 정착하며 한국 초기 기독교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찬송가 430장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심슨의 독특한 '그리스도 중심적 성화론'이다. 당시 교계는 죄성이 완전히 뿌리 뽑힌다는 '근절론'과 이를 억누른다는 '억제론'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슨은 성결이란 인간의 노력으로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격이 신자 안에 들어와 그분의 생명으로 옛 삶을 끊임없이 대체해 나가는 점진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신자의 영적 여정은 단숨에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는 비상(soar)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주님의 팔에 기대어 "한 번에 한 순간씩(Just a moment at a time)", "한 걸음 한 걸음(Step by step)" 순종하며 올라가는(climb) 치열한 일상의 헌신이다.

바다를 건너온 찬송: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진 토착화의 역사

이 위대한 찬송이 극동 아시아로 전해진 과정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선교 역사다. 일본의 전도자 미다니 다네끼지(三谷種吉) 목사는 1901년 편찬한 찬송집 «복음창가»에 심슨의 곡을 수록했고, 일제강점기 시절 동경성서학원으로 유학을 떠났던 한국 성결교회의 이장하 목사가 이를 한국어로 중역하여 1919년 «신증 복음가»에 실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어 가사가 단순한 기계적 번역에 그치지 않고, 당시 나라를 잃고 핍박받던 한국 성도들의 정서에 맞게 '에녹(Enoch)'의 서사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창조(본토화)되었다는 사실이다. 심슨의 영어 원문에서는 에녹이 마지막 절에 비유적으로만 등장하지만, 한국어 가사는 창세기 5장 24절을 바탕으로 에녹의 '300년 동행'을 곡 전체의 핵심 모티브로 극대화했다. "미련하고 약하나 주의 손에 이끌리어 생명 길로 가겠네", "꽃이 피는 들판이나 험한 골짜기라도"라는 고백은, 식민지 치하의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의 절대 주권에 순종하며 천국과 부활의 영광을 바라보았던 한국 교회의 순교적 영성과 종말론적 소망을 완벽하게 담아내고 있다.

현대 디아스포라 교회의 위기와 '연합'의 해법

심슨 목사가 19세기 말 뉴욕의 차가운 거리에서 마주했던 이민자들의 고단한 삶은 오늘날 오세아니아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의 현실과 고스란히 겹친다. 최근 본지에 게재된 목회칼럼과 명성훈 박사의 시드니 사역 제언에서 지적되었듯, 오늘날 수많은 이민 목회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서야 하는 이중직의 치열한 삶을 살고 있으며, 다음 세대 자녀들은 언어와 문화적 장벽 속에서 교회를 떠나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심슨 목사의 삶과 찬송은 우리에게 본질로 돌아갈 것을 촉구한다. 목회의 길은 화려한 비상이 아니라, 비록 초라하고 부족할지라도 주님의 손을 꼭 잡고 한 걸음씩 묵묵히 걸어가는 순종이다. 더불어 다음 세대의 신앙 계승과 개교회의 재정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작은 교회들의 연합"은, 1887년 심슨이 창설한 '기독교 연합선교회(Alliance)'의 근본정신과 궤를 같이한다. 개교회주의의 벽을 허물고 복음의 대의를 위해 자원과 사역을 연합할 때, 이민 교회는 시대를 이기는 강력한 선교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

[EDITOR'S NOTE]
그리스도인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단숨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마법이 아니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주님과 발맞추어 걷는 끈기 있는 순례입니다. 앨버트 심슨 목사가 화려한 성공을 내려놓고 차가운 뉴욕 거리의 이민자들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을 때,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험한 골짜기라도 주와 같이 가겠노라" 고백했을 때, 그 발걸음마다 하나님의 나라는 실재했습니다. 

오늘날 오세아니아 땅에서 생존과 신앙의 기로에 서 있는 이민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성도 여러분. 때로는 우리의 발걸음이 너무나 느리고 초라해 보일지라도 낙심하지 마십시오. 우리에게는 하늘로 날아오를 날개가 없을지라도, 굳세게 붙잡아 주시는 주님의 강한 팔이 있습니다. 에녹이 세상의 조롱 속에서도 300년 동안 하나님과 묵묵히 동행했던 것처럼,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그 한 걸음을 주님과 함께 신실하게 내딛는 오세아니아의 모든 순례자들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