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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수출은 '자원' 수입은 '완제품'…제조업 부활의 딜레마와 향후 과제

OCJ 2026. 8. 1. 05:51

매일 호주의 항구에서는 철광석, 리튬, 보크사이트 등 수많은 광물이 아시아, 유럽, 북미의 공장으로 수출됩니다. 하지만 몇 달 뒤, 이 자원들은 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가전제품 등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완제품이 되어 호주로 다시 수입됩니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호주가 왜 더 많은 제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는지에 대한 논의가 최근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호주 연방정부는 최근 서호주(WA)에 지난 60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신규 정유 공장을 건설하기 위한 400만 달러 규모의 사전 타당성 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앤서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의 '미래 호주산(Future Made in Australia)' 정책의 일환인 이번 발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에 대응하여 국내 산업 역량과 연료 안보를 강화하려는 호주의 고민을 잘 보여줍니다.

호주의 제조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의 핵심 기둥이었습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호주 근로자 5명 중 1명 이상이 제조업에 종사했습니다. 하지만 무역 장벽이 낮아지고 생산 기지가 해외로 이전되면서 제조업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습니다. 1970년대 중반 국내총생산(GDP)의 약 14%를 차지하던 제조업 비중은 2025년 기준 약 5%로 하락했으며, 고용 비중 역시 20%대에서 약 6%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지난 2017년, 7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던 호주 자동차 제조업체 홀덴(Holden)의 엘리자베스(Elizabeth) 공장 폐쇄는 이러한 쇠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제조업의 빈자리는 광업 등 자원 부문이 채웠습니다. 2024~25 회계연도 기준 호주 광업은 약 2,605억 달러의 산업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경제를 견인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자 솔 에슬레이크(Saul Eslake)는 "호주의 거대한 광업 부문을 고려할 때, 다른 산업 부문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것은 경제 정책의 실패라기보다는 산술적인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제조업의 필수 요소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는 호주의 내수 시장이 작고, 주요 대규모 소비 시장과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도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됩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과 최근의 지정학적 갈등은 고효율에만 의존하던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소(ASPI)의 랠린 록허스트(Raelene Lockhorst) 국가 안보 프로그램 부소장은 "모든 산업을 과거처럼 재건할 수는 없지만, 국방, 핵심 광물 가공, 에너지 인프라 등 국가 회복력에 필수적인 분야의 역량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UNSW)의 리처드 홀든(Richard Holden) 교수는 '미래 호주산' 정책이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기차와 같이 해외와의 경쟁이 불가능한 분야에 집착하기보다는,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Friend-shoring)을 활용해 꼭 필요한 핵심 역량만을 국내에 남겨두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호주 제조업의 미래는 과거의 대량 생산 체제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와 특화된 기술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정밀 기계 제조업체 ANCA의 에드먼드 볼랜드(Edmund Boland) 최고경영자는 "호주가 규모나 저렴한 인건비로 국제 시장에서 경쟁할 수는 없지만, 첨단 기술과 자동화, 그리고 전문 기술을 통한 복잡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자원 강국이라는 축복 속에서, 호주가 전략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제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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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호주는 자원의 축복을 받은 나라이지만, 동시에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과 유사한 산업 구조의 불균형을 안고 있습니다. 광물 수출이 경제에 막대한 부를 가져다준 반면, 그로 인한 높은 임금과 환율 상승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지정학적 분쟁은 효율성만을 추구하던 글로벌 공급망에 강력한 경종을 울렸습니다. 호주가 과거처럼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시대는 오지 않겠지만,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만큼은 지켜내려는 '전략적 자립' 시도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필수 불가결한 국가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호주 제조업 #경제 구조 #공급망 불안 #자원 수출 #미래호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