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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호주 북부준주(NT) 새 아동보호법 전격 통과… “제2의 '도둑맞은 세대' 초래할 것” 전문가들 경고
[OCJ 리포트] 호주 북부준주(NT) 의회가 원주민 아동 단체 및 아동 보호 전문가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아동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이 자칫 제2의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s)’의 비극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6년 7월 21일 늦은 밤, NT 의회는 이른바 '모든 아동은 소중하다(Every Child Matters)' 법안을 전격 통과시켰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한 세대 만에 이루어진 가장 대대적인 아동 보호 시스템 개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회 심사 기간 중 접수된 150건의 의견서 가운데 120건이 해당 법안의 폐기나 전면 수정을 요구했을 만큼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문화와 안전의 딜레마: 개정안의 주요 쟁점
가장 큰 비판을 받는 부분은 ‘원주민 아동 배치 원칙(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Child Placement Principle)’의 법적 구속력을 대폭 약화시켰다는 점입니다. 이 원칙은 과거 '도둑맞은 세대' 진상규명 보고서의 핵심 권고안에서 비롯된 것으로, 원주민 아동을 가족, 지역사회, 문화와 연결된 환경에 배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 법안은 이를 의무 조항에서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서(as far as practicable)’ 고려하는 수준으로 완화했습니다.
수앤 헌터(Sue-Anne Hunter) 전국 원주민 아동 커미셔너는 "아동 배치 원칙을 약화시키는 것은 원주민 아동을 가족과 공동체, 문화로부터 영구적으로 분리하기 쉽게 만드는 처사"라며 "이것은 과거 도둑맞은 세대를 만들어낸 시스템과 본질적으로 같으며, 단지 2026년의 언어로 포장되었을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또한 단기 보호 명령에 엄격한 2년의 기한을 두어 조기 개입 및 영구적 배치를 강제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어 아동의 가정 복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정부의 입장: “아동 안전이 최우선”
리아 피노키아로(Lia Finocchiaro) NT 수석장관(Chief Minister)과 로빈 케이힐(Robyn Cahill) 아동가족부 장관이 이끄는 현 지역자유당(CLP) 정부는 이 법안이 아동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케이힐 장관은 "아동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 것이 왜 중요한지 묻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다"며, 늦기 전에 조기에 개입하여 비극을 막는 것이 새 법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피노키아로 수석장관 역시 현장 전문가들에게 명확하고 단계적인 구조를 제공하여 일선에서의 혼란을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비극적인 사건과 시스템의 한계
이번 개정안은 지난 2026년 4월 앨리스 스프링스(Alice Springs) 인근에서 발생한 5세 원주민 소녀 '쿠만자이 리틀 베이비(Kumanjayi Little Baby)'의 유괴 및 피살 사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탔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동 보호 시스템의 실패 원인이 법의 부재가 아닌 '시스템적 역량 부족'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건 이후 실시된 독립 검토 보고서 역시 비극의 핵심 문제가 법안의 결함이 아닌 관련 부서의 정보 공유 부족, 만성적인 인력난, 가정폭력 위험에 대한 안일한 대처 등 '운영상의 실패'였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정부의 독단적인 법안 추진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샬리나 머스크(Shahleena Musk) NT 아동 커미셔너는 지난 7월 초 전격 사임했습니다. 머스크 전 커미셔너는 정부가 전문가의 의견을 배제하고 투명성과 책임감을 저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챈시 패치(Chansey Paech) 예비내각 아동 장관 또한 30개의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저스틴 데이비스(Justine Davis) 무소속 의원은 "정부가 자신들의 서사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개탄했습니다.
북호주 원주민 사법기관(NAAJA)의 벤 그라임스(Ben Grimes) 대표는 새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원주민 가족들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할 권리마저 모호해졌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열악한 주거 환경이나 빈곤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손쉽게 아동을 분리하는 정책은 결국 더 큰 사회적 아픔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원주민 단체들을 중심으로 연방 정부 차원의 개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연방 정부는 현재로서는 법안에 개입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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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가장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 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에는 어느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전'이라는 명목 아래 수십 년간 이어온 원주민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 가족과의 유대를 성급하게 끊어내는 것이 과연 진정한 의미의 치유이자 보호일지 우리는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과거 '도둑맞은 세대'라는 뼈아픈 국가적 상처를 경험한 호주 사회가, 법의 잣대로 무조건적인 가정을 분리하기에 앞서 빈곤과 열악한 주거 환경, 가정폭력과 같은 구조적인 아픔을 먼저 보듬고 지원하는 따뜻하고 지혜로운 정책을 마련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제도보다 사랑과 긍휼이 앞서는 진정한 회복의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호주뉴스 #아동보호법 #북부준주(NT) #원주민인권 #도둑맞은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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