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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원죄의 그늘 너머, 인간에 깃든 창조주의 형상을 묻다
휴먼카인드 (Humankind) / Release: 2021-03-02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는 이기적이고 악하다는 인간 본성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뒤집고, 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선함과 협력의 역사를 파헤친다. 본 비평은 이 책이 제시하는 긍정적 인간관을 기독교의 '하나님의 형상(Imago Dei)'과 '일반 은총'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며, 냉소주의를 넘어선 복음적 희망을 탐구한다.
《휴먼카인드》는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암묵적으로 동의되어 온 '성악설'의 뿌리를 흔드는 방대한 지적 탐험기다.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인간의 본성이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며 위기 시에는 문명의 허울(베니어 이론)을 벗고 야만으로 돌아간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의 암울한 서사가 현실의 무인도 생존기(통가 소년들의 실화)에서는 정반대의 협력과 연대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또한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스탠리 밀그램의 복종 실험, 방관자 효과의 대명사인 제노비스 사건 등 이른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민낯'을 증명한다고 여겨진 역사적, 심리학적 사례들이 철저히 왜곡되고 조작되었음을 고발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인류가 혹독한 환경을 이기고 살아남은 것은 잔혹함이 아니라 친화력과 협력에 기반한 '호모 퍼피(Homo puppy)'의 특성 때문이었다고 분석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런던 대공습(Blitz)과 같은 극한의 재난 속에서도 인간은 공멸이 아닌 연대와 이타주의를 선택해 왔음을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만연한 냉소주의를 거두고 인간의 선한 본성을 믿을 때 비로소 더 나은 세상을 구축할 수 있다는 희망의 연대기를 제시한다.
[문명의 베니어 이론을 벗겨내다: 성악설과 성선설의 신학적 교차점]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는 이른바 '베니어 이론(Veneer Theory)'—문명이라는 얇은 껍데기를 벗겨내면 인간의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민낯이 드러난다는 사상—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1.3.1]. 그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 방관자 효과,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 등 인간의 악함을 증명한다고 여겨졌던 심리학적, 역사적 사례들이 편향되거나 조작되었음을 치밀한 고증을 통해 밝혀낸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 베니어 이론은 흔히 칼빈주의의 '전적 타락(Total Depravity)' 교리나 아우구스티누스의 '원죄(Original Sin)' 개념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오해되곤 한다.
실제로 많은 크리스천들이 인간 본성에 대한 지독한 비관주의를 성경적 세계관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브레흐만이 지적하듯, 극단적인 비관주의와 냉소주의는 오히려 권력자들의 통제를 정당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방치하는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저자는 무인도에 고립된 통가 소년들의 실화 등을 통해, 인간은 극한의 위기 속에서도 『파리대왕』처럼 야만으로 퇴화하는 대신 오히려 끈끈하게 연대하고 이타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역설한다.
이는 기독교 신학에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인간의 타락과 죄성을 강조하느라, 창조 시에 부여된 본래의 선함과 하나님의 형상을 심각하게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원죄는 명백한 영적 현실이지만, 그것이 인간 내면의 모든 선한 의지와 연대의 가능성마저 완전히 소멸시켰다는 극단적 허무주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이 책은 신학의 언어 밖에서 강력히 일깨워 준다.
['호모 퍼피'와 일반 은총: 타락 이후에도 남겨진 하나님의 형상]
브레흐만은 호모 사피엔스가 가혹한 진화의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이 뛰어난 지능이나 압도적인 물리적 힘이 아니라 '다정함'과 '친화력'이었다고 주장하며, 이를 '호모 퍼피(Homo Puppy, 강아지 인간)'라는 독창적 개념으로 설명한다. 인간은 타인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고 협력하도록 설계된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진화 인류학적 통찰은 기독교 신학의 '일반 은총(Common Grace)' 교리와 매우 아름답고도 정교하게 공명한다.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타락하여 하나님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죄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성경적 진리이다. 그러나 자비로우신 하나님은 타락한 세상이 완전한 파멸과 지옥으로 변모하지 않도록 모든 인류에게 보편적인 은혜의 빛을 베푸셨다. 비신자들조차도 사랑과 희생, 이타심과 공의를 추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일반 은총 덕분이며, 그들 내면 깊은 곳에 여전히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브레흐만이 제시하는 수많은 역사적 증거들—대재난 상황에서 낯선 이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지는 평범한 사람들, 평화와 공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규칙을 만들어가는 자치 공동체—은 단순한 생물학적 진화의 성취라기보다는 인간 창조에 담긴 신성한 흔적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크리스천들은 이 책이 치밀하게 그려내는 이타적 인간의 군상 속에서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끈질긴 은혜의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엄격한 타락 교리에만 갇혀 이웃의 선의를 방어적으로 의심하기보다, 그 선의 속에 깃든 창조주의 영광을 기뻐하고 찬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음적 성숙일 것이다.
[냉소주의를 넘어서: 산상수훈의 실천적 비전으로서의 선함]
이 책이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는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브레흐만 자신이 책의 말미에서 도출해낸 삶의 원칙들이 놀랍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Sermon on the Mount)'과 유비적으로 깊이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적인 개신교 배경에서 자란 저자가 원죄론적 비관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방대한 집필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결론부에서는 원수를 사랑하고,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뺨을 대며, 비폭력으로 악에 맞서라는 예수의 가르침이 단순한 종교적 수사나 유토피아적 이상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부합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생존 전략임을 역설한다.
오늘날 많은 기독교인들은 세상이 악하고 부패했다는 명목 아래 교회라는 안전한 게토(Ghetto) 안으로 숨거나, 세상을 향해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곤 한다. 그러나 《휴먼카인드》는 우리가 타인을 근원적으로 선한 존재로 기대하고 대할 때, 실제로 그 사람 내면의 선함이 이끌려 나오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역사 속에서 얼마나 자주 발생했는지를 입증한다.
이는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복음의 핵심 율법이 지닌 실천적이고 변혁적인 능력을 세상의 언어로 증명하는 셈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보여주신 무조건적인 사랑과 자기 비움은, 죄인인 우리를 정죄하는 대신 우리 안의 잃어버린 형상을 끝까지 회복시키려는 가장 급진적인 선의의 발현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의 메시지를 기독교 인간론에 대한 위협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잃어버린 복음의 급진적 포용성과 환대를 일상에서 회복하라는 시대적 부르심으로 수용해야 한다.
[십자가의 역설과 휴먼카인드: 선함의 한계와 구속의 필요성]
《휴먼카인드》가 제시하는 따뜻한 낙관주의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불신을 치유하는 훌륭한 해독제임에 틀림없으나, 기독교적 시각에서는 그 이면의 한계 또한 날카롭게 분별해낼 수 있어야 한다. 브레흐만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선하다고 전제하며, 악의 기원을 문명, 사유재산, 권력구조 등의 외부적 환경에서 찾으려 시도한다. 이는 계몽주의 시대 장 자크 루소의 낭만주의적 사상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구조만 바꾸면 인간의 완전한 평화가 도래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종류의 세속적 펠라기우스주의로 흐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성경은 인간을 향한 모든 구조적 악의 뿌리가 궁극적으로 환경이 아닌 인간 자신의 자아 중심성과 하나님을 떠난 교만에 있음을 분명히 선언한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선한 행동과 이타주의 역시 때로는 '우리 집단'만을 보호하기 위한 내집단 편애나 맹목적인 동조 현상으로 쉽게 변질될 수 있으며, 홀로코스트나 인종차별 같은 거대한 역사적 악 역시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무비판적인 동조 속에서 이루어졌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 안에는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눈부신 빛과 더불어 여전히 죄성이라는 통제할 수 없는 깊은 어둠이 공존하는 '균열된 존재(Broken Being)'라는 진리를 놓쳐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절망의 틈새에서 십자가의 복음이 빛을 발한다. 인간 내면의 파편적인 선함만으로는 세상의 본질적인 악과 사망의 권세를 온전히 극복할 수 없다. 우리는 브레흐만의 희망찬 인간론에 흔쾌히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 유한한 '휴먼카인드'를 영원한 생명과 참된 선의 완성으로 인도할 수 있는 분은 오직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임을 겸손히 고백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크리스천들은 '전적 타락'과 '원죄' 교리에 경도되어, 세상과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에 지독한 비관주의와 냉소주의를 품곤 한다. 그러나 《휴먼카인드》는 신학적 교리 뒤에 숨어 인간 내면의 빛을 부정하려는 우리의 왜곡된 신앙적 관성에 경종을 울린다. 브레흐만이 제시하는 인간의 다정함과 연대의 역사는 단순한 진화의 우연이 아니라, 범죄하고 타락한 인류에게조차 거두지 않으신 하나님의 보편적 은혜, 즉 '일반 은총(Common Grace)'의 찬란한 증거다.
타락 이후에도 인간 내면에는 여전히 파괴되지 않은 '창조주의 형상(Imago Dei)'이 새겨져 있다. 비록 저자는 십자가의 구속을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는 세속 역사가이지만, 그가 결론부에서 제안하는 삶의 대안—타인을 신뢰하고, 원수를 용서하며, 비폭력으로 저항하라—은 놀랍게도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산상수훈'의 본질과 완벽하게 공명한다.
따라서 이 책은 크리스천들에게 복음이 가진 '급진적 낙관주의'를 회복하라는 예언자적 도전으로 다가온다. 맹목적인 성선설에 빠져 인간을 우상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이웃을 향해 끝없는 환대와 신뢰를 베풀어야 할 영적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악을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죄와 통제가 아니라 십자가가 보여준 압도적인 은혜와 사랑임을, 이 세속의 역사서는 역설적으로 증언하고 있다.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태복음 5:16)
#하나님의형상, #일반은총, #산상수훈, #기독교변증, #회복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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