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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혼의 미술관

흑인 여성의 얼굴을 한 그리스도, 경계를 허무시는 주님

OCJ 2026. 7. 6. 05:18

[영혼의 미술관] 캔버스 너머에서 누군가 우리를 깊고 고요하게 응시하고 있습니다. 차분하고 묵직한 갈색조의 물감 속에서 배어 나오는 그 얼굴은, 우리가 그동안 익숙하게 보아왔던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백인 남성의 모습이 아닙니다. 두꺼운 입술과 짙은 피부색, 남성인지 여성인지 단정 지을 수 없는 신비로운 이목구비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의 얼굴을 띠고 있습니다. 심지어 머리 뒤로 빛나는 둥근 후광은 서양의 전통적인 금빛 테두리가 아닌,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 깃털 장식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토록 낯설고 파격적이면서도 거룩한 평안을 자아내는 작품은 미국의 현대 기독교 미술가 자넷 맥켄지(Janet McKenzie)의 <민중의 예수(Jesus of the People)>입니다. 주류 예술과 교회가 오랫동안 간과해 온 여성과 유색인종, 소외된 자들의 일상 속에 담긴 신성을 탐구해 온 작가는, 서구 사회에 굳게 고착화된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었습니다. 1999년 새천년을 맞이하며 열린 '예수 미술 공모전'을 위해 그녀는 가장 보편적이고 포용적인 예수의 진정한 얼굴을 찾고자 오랜 시간 금식하고 기도하며 붓을 들었습니다. 전 세계 수많은 작품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이 그림은, 치열한 영적 여정 끝에 성별과 인종을 훌쩍 뛰어넘은 우주적인 그리스도를 우리 앞에 탄생시켰습니다.

가장 낮은 자의 얼굴로 오신 하나님

그림 속 예수의 깊고 어두운 피부색과 모호한 성별은 단순히 특정 인종이나 젠더를 주장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모든 인간적인 경계를 허무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성육신을 웅변합니다. 높고 화려한 보좌를 버리고 가장 낮고 천한 말구유로 오셨던 이천 년 전의 그 기적이, 오늘날에는 우리가 외면하고 지우려 했던 '타자(他者)'의 얼굴을 통해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백인도, 흑인도, 남성도, 여성도 아닌, 억압받고 소외된 모든 인류의 고통을 껴안는 '민중의 예수'로 우리 곁에 서 계십니다. 그림 속 예수의 얼굴 위로 깊게 드리워진 음영은 고난받는 인류와 연대하며 함께 우시는 주님의 묵직한 슬픔을, 그리고 동시에 그 모든 고통을 넉넉히 덮으시는 거룩한 평안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선을 마주하며 허물어지는 편견

작품에서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깃털 장식으로 표현된 후광입니다. 이는 십자가 사랑의 보편성이 서구 기독교라는 익숙한 울타리를 넘어, 역사 속에서 상처 입고 짓밟힌 모든 영혼을 아우르고 있음을 짙게 상징합니다. 

그 후광 아래, 감상자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예수의 깊은 두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십시오. 그 시선은 관람자의 내면을 예리하게 꿰뚫으며 강렬한 영적 대화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화려하고 익숙한 백인 중심의 성화에 길들여져 있던 우리는 이 낯선 시선 앞에서 흠칫 놀라지만, 이내 깊은 탄식과 함께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무심코 혐오하고 선을 그었던 바로 그 사람의 얼굴 속에, 나를 향해 십자가의 자비를 베푸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신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낯선 얼굴 속에 숨겨진 은혜로운 질문

자넷 맥켄지의 <민중의 예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날카롭고도 은혜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너희의 좁고 편협한 틀 안에 나를 가두지 말라. 나는 네가 외면한 그 사람의 얼굴로 너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종종 나의 취향과 편견에 맞는 하나님을 조각하며 신앙생활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주님은 우리가 안전하다고 믿으며 쌓아 올린 신앙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가장 낯설고 소외된 이웃의 모습으로 다가오십니다. 오늘 하루,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입니까? 혹시 차가운 마음으로 밀어냈던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의 얼굴에서 고통받는 우리를 위해 온몸을 내어주신 주님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나와 다른 이를 넉넉히 품어내는 십자가 사랑의 보편성이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따뜻한 위로와 용기 있는 사랑의 실천으로 피어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