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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41:10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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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혼의 미술관

붉은 대지 위에 피어난 평화의 인사

OCJ 2026. 6. 25. 06:45

[영혼의 미술관]  작품 앞에 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캔버스를 가득 채운 강렬한 붉은색과 찬란한 황금빛의 향연입니다. 마치 서양 대성당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는 듯하지만, 그 형태를 조형하고 있는 굵고 검은 선들은 다분히 동양화의 힘 있는 붓 터치를 닮아 있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이 색채들 속에서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영광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토록 환희에 찬 그림을 그린 화가 허치(He Qi)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우리는 깊은 먹먹함과 동시에 경이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중국 출신의 현대 기독교 화가인 그는 안타깝게도 문화대혁명이라는 거대한 폭력과 억압의 시대를 관통해야 했습니다. 칠흑 같은 강제 노동 수용소의 억압 속에서, 그는 몰래 성모 마리아를 그리며 위태로운 신앙의 불씨를 지켜냈습니다.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극심한 고난과 공포의 한가운데서 그가 뼈저리게 체험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세상이 줄 수 없는 그리스도의 절대적인 평화와 생명력이었습니다. 수용소의 차가운 어둠 속에서 화가의 영혼을 지탱했던 그 따뜻하고 강력한 빛이, 오늘 이 캔버스 위에서 붉은 대지를 적시는 평화의 인사로 찬란하게 피어난 것입니다.

문화의 장벽을 허문 보편적인 복음의 색채

허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Peace Be With You)>는 기존의 정형화된 서구 중심의 성화 양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있습니다. 그는 서양의 기독교 미술에 중국 전통의 전지공예(종이공예)와 불교 벽화 기법을 절묘하게 접목시켰습니다. 색면을 분할하는 독특한 기법과 굵은 윤곽선은 인물들에게 펄떡이는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우리에게 새로운 영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예술적 융합은 단순한 기법의 혼합을 넘어 깊은 신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서양인의 모습으로 묘사되던 익숙한 예수님이 아니라, 동양의 색채와 선을 입고 찾아오신 예수님의 모습은 복음의 '보편성'을 강력하게 웅변합니다. 그리스도의 평안은 특정한 문화나 제도의 장벽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의 복음은 서양의 문명을 넘어 동양의 붉은 대지 위에도,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척박한 삶의 자리에도 동일한 은혜로 임한다는 사실을 이 그림은 시각적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두려움을 뚫고 다가오는 적극적인 은혜의 손길

그림 속 디테일로 조금 더 시선을 옮겨봅니다. 가장 마음을 울리는 부분은 제자들을 향해 대각선으로 크게 뻗은 예수님의 두 팔과, 그 손에 선명하게 남은 십자가의 못 자국입니다. 요한복음에 따르면, 부활하신 예수님이 제자들을 찾아오셨을 때 그들은 유대인들을 두려워하여 문을 굳게 닫고 숨어 있었습니다. 절망과 공포에 사로잡혀 웅크린 제자들을 향해, 그림 속 예수님은 멀찍이 서 계시지 않습니다. 화면을 가로지르며 역동적으로 뻗은 팔의 구도는, 두려움에 떠는 세상을 향해 먼저 다가가 안아주시는 그리스도의 '적극적인 은혜'를 시각화합니다. 

그분의 손에 새겨진 못 자국은 폭력과 억압, 그리고 죽음의 권세가 결코 사랑을 이길 수 없음을 보여주는 승리의 훈장입니다. 화가 허치가 수용소의 억압 속에서 경험했던 평화 역시, 고난이 완전히 사라진 무균실의 평화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상처 입은 손으로 다가와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말씀하시는 주님의 온기가, 폭력과 공포를 뛰어넘어 그의 영혼을 온전히 덮었던 진짜 평화였습니다.

고립된 현대인에게 건네는 화해와 위로

오늘날 우리는 강제 노동 수용소에 갇혀 있지는 않지만, 각자가 지은 불안과 경쟁이라는 감옥 속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살아가곤 합니다.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뒤처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매일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습니다. 굳게 문을 닫아걸고 두려워하던 제자들의 모습은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화가 허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는 불안에 떠는 우리를 향해 내미시는 주님의 따뜻한 위로이자 초대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닫힌 마음의 문을 뚫고 들어와, 못 자국 난 두 팔을 넓게 벌리며 영적인 화해와 위로를 건네십니다. 세상의 폭력과 경쟁이 결코 빼앗을 수 없는 참된 평안이 이미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오늘 하루, 이 그림 속 붉고 찬란한 은혜의 색채를 마음에 담아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나를 향해 뻗으신 그 온기 어린 손을 맞잡고, 우리 역시 누군가의 얼어붙은 삶의 자리로 나아가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라는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