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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진 육체와 고난 속에서 피어난 보혜사의 위로: 찬송가 191장 ‘내가 매일 기쁘게’에 숨겨진 세 가지 눈물의 서사

OCJ 2026. 6. 25. 12:25

기쁨의 찬양 이면에 감춰진 실존적 고난


전 세계 크리스천들과 한국 교회 성도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성령 찬송 중 하나인 새찬송가 191장 ‘내가 매일 기쁘게’(원제: He Abides)는 경쾌한 선율과 확신에 찬 가사로 널리 불리는 대표적인 곡이다. 이 곡은 1922년 미국의 부흥사 허버트 버펌이 작사하고, 독 맥킨리 섕크스가 작곡하여 발표되었다. 한국 교회에는 1930년 성결교단이 발행한 『부흥성가』에 염형우 집사의 번역으로 처음 소개된 이래, 1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성도들의 굳건한 신앙 고백으로 울려 퍼졌다.

 



본 기획 보도는 이 찬송가가 지닌 밝고 희망찬 이미지의 기저에 자리한 작사자, 작곡가, 그리고 한국어 번역자가 겪어야 했던 뼈아픈 역경과 육체적·시대적 고난을 추적한다. 질병으로 인한 꿈의 좌절, 산업 재해로 인한 신체 절단, 식민 지배하에서의 가혹한 고문이라는 참담한 고통 속에서도 이들이 어떻게 ‘보혜사 성령(The Comforter)’의 내주하심을 경험하고 이를 온전한 영적 자유로 승화시켰는지 그 위대한 발자취를 돌아본다.

허버트 버펌: 세속의 무대에서 복음의 제단으로

 


작사자 허버트 에머리 버펌(Herbert Emery Buffum, 1879~1939)은 어린 시절 세속적인 성공과 화려함을 좇으며 무대 위 배우를 꿈꾸던 반항적인 십 대 소년이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심각한 건강 악화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나 좌절되고 말았다. 건강 회복을 위해 기후가 온화한 캘리포니아 남부로 이주한 그는 1897년 참석한 성결교 천막 부흥 집회에서 강력한 성령의 임재를 체험하며 극적인 회심을 경험했고, 육체의 질병까지 치유받는 은혜를 입었다.

세속의 갈채를 갈망하던 청년은 옛 자아를 내려놓고 구세군 빈민 구제 단체인 ‘미국 의용군’을 거쳐 나사렛 교단 소속 목사이자 오순절 성결 운동의 순회 부흥사로 평생을 헌신했다. 그는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독학으로 악기를 연주하며 평생 10,000여 곡의 찬송시를 지었고, 그중 1,000여 곡이 공식 출판되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초인적인 창작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부분의 곡에 대한 저작권을 단돈 5달러에 넘기며 오직 영혼 구원에만 전념했다. 1939년 사역의 피로가 누적되어 59세의 나이로 소천했을 때, 언론은 그를 가리켜 "복음송 작가들의 왕"이라 극찬했다.

독 맥킨리 섕크스: 잃어버린 팔로 빚어낸 영적 교향곡

 


이 찬송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역동적인 선율을 완성한 작곡가는 독 맥킨리 섕크스(Doc McKinley Shanks, 1889~1973)이다. 섕크스의 삶은 이 찬송가가 내뿜는 밝고 경쾌한 에너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비극을 품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산골 마을 플로이드에서 육체노동을 하던 그는 제재소에서 일하던 중 기계에 팔이 절단되는 참혹한 산업 재해를 당했다. 

20세기 초반의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 겪은 팔의 절단은 음악가에게 치명적인 절망의 사유였으나, 섕크스는 자신의 참담한 운명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는 원망과 분노 대신 보혜사 성령이 부어주시는 하늘의 위로와 평강으로 마음을 채웠다. 그가 작곡한 G 메이저(G Major) 키의 리드미컬한 선율은 한쪽 팔을 잃은 장애인이 절망 속에서 지은 곡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 만큼 밝고 생동감이 넘친다. 그는 신체적 결손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 성령의 내주하심이 주는 무한한 자유를 음악이라는 언어로 찬란하게 승화시켰다.

염형우: 일제의 태형 90대 속에서 외친 영적 해방


이 찬송이 한국 교회에 번역되어 소개된 과정에는 식민지 조선의 처절한 피와 눈물이 서려 있다. 번역자 염형우(廉亨雨, 1902~1930)는 배재고등보통학교 재학 중이던 1919년 기미년 3.1 만세 운동의 최전선에 섰던 항일 독립운동가였다. 그는 만세 운동 이후에도 지하에서 반일 언론 매체인 『반도의 목탁』을 제작하고 유포하다 일제 경찰에 체포되었다.

일제는 이들에게 징역형 대신 살점이 찢겨나가고 뼈가 부러져 평생의 불구에 이르게 하는 야만적인 신체형인 '태형 90대'를 선고했다. 3일에 걸쳐 매일 30대씩 가해진 모진 고문으로 염형우는 평생 치유할 수 없는 깊은 후유증을 얻었다. 그러나 부서진 육체를 이끌고 성결교 독립문교회의 집사로 헌신하며 찬송가 번역에 남은 생명을 쏟아부었다. 결국 그는 자신이 번역한 찬송이 수록된 『부흥성가』가 발간된 1930년, 불과 28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내가 매일 기쁘게 순례의 길 행함은 좁은 길을 걸으며 밤낮 기뻐하는 것"이라는 고백은, 일제의 태형으로 육체가 찢긴 20대 청년의 펜 끝에서 탄생한 것이다. 이는 일제의 그 어떤 압제나 고문으로도 결코 빼앗을 수 없는, 보혜사 성령이 부여하는 본질적인 영혼의 해방을 선포한 강력한 영적 저항의 선언문이었다.

요한복음 14장에 기반한 신학적 구원 서사
찬송가의 원 제목인 "He Abides(그가 거하신다)"는 요한복음 14장 16절과 17절의 예수 그리스도의 약속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정교한 구원의 서정을 담고 있다.

1. 1절은 기독교인의 삶을 좁고 험난한 길을 걷는 순례자로 규정하며, 고된 여정 속에서도 밤낮으로 기뻐할 수 있는 근거가 하나님의 손길이 늘 함께하심에 있음을 선포한다.
2. 2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을 통해 죄로 가득했던 영혼에 참된 평화가 찾아오는 '칭의(Justification)'를 노래한다 .
3. 3절은 성령의 완전한 통제 아래 자신의 의지를 내어드릴 때, 얽매임이 없는 새와 같은 자유를 누리게 되는 '성화(Sanctification)'의 단계를 묘사한다.
4. 4절은 세상 정욕에 대한 완전한 초월을 선언하며, 후렴구에서는 내주하시는 성령을 향한 할렐루야의 찬양이 기쁨으로 폭발한다.

[EDITOR'S NOTE]
우리가 매 주일 가볍고 경쾌하게 부르던 '내가 매일 기쁘게'의 선율 뒤에는 질병으로 꿈을 잃은 이의 눈물, 제재소 톱날에 팔을 잃은 이의 고통, 그리고 나라를 위해 일제의 모진 태형을 견뎌내야 했던 청년의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 세 사람의 삶은 참된 기독교적 기쁨이 환경과 조건의 넉넉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우리 안에 영원히 거하시는 보혜사 성령과의 온전한 동행에서 비롯됨을 증명합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영적 고갈과 우울을 겪는 현대 오세아니아와 전 세계 성도들에게, 이 찬송은 어떤 고난도 빼앗을 수 없는 하늘의 위로와 소망을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