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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신학으로 목회를 깨우고, 목회로 신학을 완성하다"… 제16차 시드니 신학포럼, 성령과 AI 시대의 이민교회 이정표 제시
호주 시드니에서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의 미래를 밝히고 목회적 대안을 모색하는 뜨거운 신학적 성찰의 장이 열렸다.
호주한인기독교연구소(소장 김호남 목사)가 주최한 ‘제16차 시드니 신학포럼(The 16th Sydney Theological Forum)’이 2026년 5월 28일(목)부터 29일(금)까지 양일간 시드니 새순장로교회(송선강 목사 시무)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은 "신학이 있는 목회, 목회를 위한 신학(Pastoral Ministry with Theology, Theology for the Church)"이라는 주제 아래,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이민 목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다가오는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할 개혁주의적 목회 방안을 깊이 있게 다루었다.
강사로는 교단과 국경을 넘어 학문성과 목회 경험을 두루 갖춘 권수경 목사(일원동교회, 예일대 Ph.D.)와 명성훈 목사(퓨처처치 연구소 소장, 풀러신학대 Ph.D.)가 나서 이민교회 목회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도전의 메시지를 던졌다.

1. 호주 이민교회의 현실을 직시하다: ‘작음의 영광’과 디아스포라 정체성
첫째 날, 명성훈 목사는 ‘호주한인교회를 위한 퓨처처치 신학적, 목회적 재맥락화’를 주제로 포럼의 포문을 열었다. 명 목사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급성장기를 지나 현재 정체와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호주 한인교회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1세대의 고령화, 1.5세 및 2세대의 이탈(Silent Exodus), 유학생과 워킹홀리데이 청년들의 높은 유동성, 그리고 대다수 교회가 출석 성도 50명 미만인 소형 교회라는 한계 속에서 많은 목회자가 이중직과 탈진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 목사는 한국 대형교회식 성장주의나 복잡한 프로그램을 이식하려는 시도는 디아스포라 현장에 맞지 않으며, 오히려 죄책감만 안겨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베드로전서 1:1의 ‘흩어진 나그네(parepidēmoi diasporas)’ 신학을 바탕으로, 작고 연약해 보이는 이민교회야말로 가장 신약교회에 가까운 원형이자 ‘작음의 영광’을 지닌 공동체임을 역설했다. 이어 교회가 거대해지는 외형적 성장이 아니라, 신앙의 본질인 7가지 DNA(말씀 중심성, 전도와 회심, 코이노니아, 평신도 리더십, 이중 구조의 예배, 디아코니아, 선교적 파송)를 회복하는 ‘사도행전 29장’의 역사를 써 내려가자고 격려했다.
2. 종합예술가가 아닌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의 목회
이어진 강의에서 권수경 목사는 ‘신학이 있는 목회’를 주제로 설교, 행정, 상담, 차량 운전, 시설 보수 등 모든 분야에서 만능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이민 목회자들의 현실을 위로했다. 권 목사는 목회를 목사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는 ‘종합예술(Gesamtkunstwerk)’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Sphere Sovereignty)’ 원리를 교회에 적용하여, 목사는 교회의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대신 목사의 역할을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했다. 지휘자는 스스로 모든 악기를 연주하지 않지만, 각 연주자(평신도)가 가진 달란트를 계발하고 조율하여 아름다운 조화(사랑)를 만들어내도록 돕는 존재라는 것이다. 권 목사는 성경이 말하는 목회의 핵심은 성도들을 준비시켜(katartismos)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게 하는 데 있으며, 목사가 말씀과 기도라는 본질적 사역에 집중할 때 비로소 ‘신학이 있는 목회’가 가능해진다고 역설했다.

3. 인공지능(AI) 시대, 성령과 청지기적 분별력
둘째 날에는 디지털 및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목회 현장에 미치는 명암을 심도 있게 다루었다. 권수경 목사는 챗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이 목회자의 권위를 흔들고 교회의 구조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위기임을 경고했다. 그는 AI가 설교문 작성과 자료 정리를 순식간에 해내지만, 기계에 의존하는 순간 설교 준비 과정에서 목회자가 누려야 할 ‘은혜’와 ‘영적 씨름’이 증발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기계는 결코 인간의 본질인 ‘사랑하는 자유’와 ‘남을 위해 눈물 흘리며 희생하는 자유’를 흉내 낼 수 없기에, 목회자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격적 접촉과 사랑의 섬김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명성훈 목사는 ‘성령과 AI: 퓨처처치 신학의 디지털 시대적 재구성’ 강의를 통해 개혁주의 기술신학의 관점을 제시했다. 명 목사는 존 칼뱅의 ‘일반은총론’에 근거하여 AI 기술 역시 하나님의 선물이자 도구로 바라보되, ‘finitum non capax infiniti(유한은 무한을 담을 수 없다)’는 원칙 아래 기술낙관주의의 우상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AI는 효율적인 청지기적 도구(Be-Do-Have의 Do와 Have의 영역)일 뿐, 성령의 주권과 특별은총(Be의 영역)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명 목사는 대형교회부터 개척교회까지 규모에 맞춘 ‘36개월 디지털 사역 적용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큰 호응을 얻었다.

4. 뜨거웠던 패널 토론: 목회적 질문과 대답의 현장
강의 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는 시드니 현역 목회자들의 날카로운 질문과 강사들의 명쾌한 답변이 이어졌다. 주요 질의응답 내용을 주제별로 요약·정리했다.
Q1. 가정교회 등 초교파적 신약교회 연대 모델이 제도권 교단의 장벽을 넘어 일반 한국교회 전체로 확장되기 위한 신학적 소통 전략은 무엇인가? (질문: 강승찬 목사)
답변: 제도적 교단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외형적 시스템의 이식이 아닌, 성경이 보여주는 '신약교회 DNA'의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특히 가정교회가 증명한 '식탁 공동체(oikos)'와 '평신도 동역자화'는 교단 헌법이나 행정 구조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본질을 갱신할 수 있는 유연한 도구다. 교단의 언어가 아닌 성경 본연의 언어로 소통하며, 교회의 생존과 본질 회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연대해야 한다.
Q2. 기복주의와 성공주의에 거부감을 느끼는 다음 세대(MZ·가나안 성도)에게 '십자가 신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미래 비전을 전할 소통 방식은 무엇인가? (질문: 강승찬 목사)
답변: 미래의 비전은 세상의 자기계발 담론처럼 '내가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형상을 닮아가는 것(Be)'이어야 한다. 십자가의 고난과 비움(kenosis)을 통과한 부활이야말로 참된 미래의 소망이다. 다음 세대에게 성공을 약속하는 번역된 번영복음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십자가의 약함 속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삶으로 보여주는 정직한 소통이 필요하다.
Q3. "미래가 현재를 결정한다"는 종말론적 명제 앞에서,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이민교회 목회자들은 현재 사역 속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 (질문: 배진태 목사)
답변: 'Do-Have-Be'(열심히 일해서 소유를 늘려 존재를 증명함)의 세상 공식을 뒤집고, 'Be-Do-Have'(그리스도 안에서 내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먼저 확립하고 행동하여 열매를 맺음)의 정체성 목회에 집중해야 한다. 당장의 숫자나 재정(Have)에 매몰되지 않고, 약속된 하나님 나라의 미래 비전을 오늘 우리 소그룹의 식탁 위에 투사하여 '가족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누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Q4. "가장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의 신학적 의미는 무엇이며, 결론에서 제시한 '사도행전 29장을 써 내려가자'는 표현이 성경의 종결성(닫힌 정경)을 훼손할 위험은 없는가? (질문: 배진태 목사)
답변: "가장 오래된 미래"는 교회의 기원이자 본질인 초대 신약교회의 모습(오래된 것)이 결국 우리가 도달해야 할 완성될 하나님 나라의 모습(미래)과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또한 '사도행전 29장'은 계시로서의 성경을 추가하자는 신학적 시도가 결코 아니다. 기록된 성경의 권위 아래에서 성령의 역사하심을 따라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교회의 선교적 사명이 오늘날 역사 속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하는 수사학적 선언으로 이해해야 한다.
Q5. 목회 행정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목사가 '지휘자'가 된다면, 설교 역시 '더 설교 잘하는 스타 강사'에게 맡겨도 된다는 논리로 흐를 위험은 없는가? 지휘자 모델 안에서 설교자가 지켜야 할 고유한 자리는 어디인가? (질문: 전현규 목사)
답변: 설교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강연이 아니라, 설교자의 삶과 영혼을 통과해 선포되는 '은혜의 수단'이다. 지휘자가 악보를 해석하듯,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연구하고 해석하여 자기 양 떼에게 맞는 '생명의 꼴'로 먹여야 한다. 스타 강사의 설교가 뛰어날지라도, 고단한 이민 삶을 살아가는 성도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로 기도하는 담임 목회자의 설교에는 성도들을 향한 인격적인 '사랑'이 담겨 있다. 이 사랑의 관계성 속에서 선포되는 말씀의 자리는 결코 타인이나 기계에 위임할 수 없다.
Q6. AI 설교 준비를 "자살행위"라고 경고하셨는데, 이미 행정이나 자료 수집에 AI를 활용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신학적 기준선과 가이드라인은 무엇인가? (질문: 전현규 목사 / 김찬일 목사)
답변: 기술적 편리함(자료 정리, 문법 교정, 번역 등)의 도구로 AI를 사용하는 것(Do/Have 영역)은 일반은총의 혜택으로 누릴 수 있다. 그러나 설교의 핵심인 본문 묵상, 본문이 주는 찌름에 대한 개인적 회개, 성령의 조명 아래에서 얻는 영적 감동의 단계(Be 영역)에 AI를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 설교자가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말씀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성령께서 설교자를 다듬으시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영적 산고를 생략한 채 AI가 짜깁기한 완성된 대지를 그대로 받아 적는 행위는 목회자 자신의 영적 생명을 끊는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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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조국을 떠나 남태평양의 거친 파도를 타듯 외롭고 척박한 이민 목회의 길을 걸어가는 호주 시드니의 목회자들. 그들이 교단을 초월하여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고, 말씀을 연구하며 기도하는 모습 그 자체로 이미 주님이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교회’의 전형이었다.
우리는 흔히 목회를 성공과 실패라는 세상의 저울로 달아보곤 한다. 그러나 이번 포럼이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은, 목회의 성공은 대형 건물을 짓거나 군중을 모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며 그리스도의 제자로 깊이 있게 길러내는 데 있다는 사실이다. 인공지능이 설교를 대신 써주고 인간의 지능을 추월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성도를 위해 눈물 흘리고 자신을 희생하는 목회자의 ‘인격적 사랑’은 결코 기계가 모방할 수 없다.
차가운 기술의 시대에 호주 땅의 이민교회들이 ‘가장 오래된 미래’인 신약교회의 야성을 회복하고,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묵묵히 ‘사도행전 29장’의 사랑의 역사를 써 내려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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