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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불어온 아날로그의 역습: 청년층을 사로잡은 '뜨개질' 열풍과 그 의미

OCJ|2026. 5. 7. 05:13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할머니들의 취미'로 여겨지던 뜨개질과 코바늘 뜨기 등 수공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로 대변되는 '즉각적인 만족'의 시대에서, 오히려 느리고 인내심이 필요한 뜨개질이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호주 공영방송 SBS 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 자아 표현, 그리고 정신 건강 회복이 이러한 아날로그 열풍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2023년 유튜브를 통해 뜨개질을 처음 배운 24세의 굼방기르(Gumbaynggirr) 부족 출신 원주민 섬유 아티스트 산시아 리지웨이(Sancia Ridgeway)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그녀는 '스커즈 니츠(Scuzz Knits)'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고 헌 옷이나 중고 실 등 버려진 재료를 재활용하여 환경 친화적인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원주민 의회 대변기구 설립(Voice to Parliament) 국민투표가 부결된 이후, 그녀는 원주민들의 기쁨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Yarns About Blak Joy' 프로젝트를 통해 뜨개질을 사회적 메시지 전달의 도구로 승화시켰습니다.

또한, 영국에서 시드니로 이주한 28세의 섬유 아티스트 에비아 곤잘레스(Evvia Gonzales)는 천연 염색과 자유형(free-form) 코바늘 뜨기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녀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브랜드 계정 '루피 스튜디오(Loupy Studio)'는 현재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녀의 가방 도안은 한국에서도 입소문을 타며 판매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녀는 "스크린 기반의 세상 속에서 직접 통제하고 만질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전통 공예가 큰 위안을 줍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러한 열풍은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영국의 채널4는 올림픽 다이빙 금메달리스트이자 뜨개질 애호가로 유명한 톰 데일리(Tom Daley)가 진행하는 뜨개질 경연 프로그램 '게임 오브 울(Game of Wool)'을 방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최신 개봉작 '프로젝트 헤일 메리(Project Hail Mary)'에서 주연 배우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이 입고 나온 빈티지 카디건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 의상은 1950년대 캐나다 브랜드 '메리 맥심(Mary Maxim)'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늑대 대신 여우 무늬로 수정한 것으로 밝혀지며, 전 세계 수많은 뜨개질 팬들이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 유행을 낳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호주 내 유튜브에서 '초보자 뜨개질 도안'에 대한 검색량이 지난 5년간 무려 450%나 급증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의 2025~2026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71%가 지난 1년간 수공예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Z세대의 경우 그 비율이 8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4년 '호주 얀 쇼(Australian Yarn Show)'를 창립한 25년 경력의 뜨개질 전문가 카테리나 설리번(Caterina Sullivan)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젊은 층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났으며, 수많은 독립 실 염색 및 제작 비즈니스가 탄생했습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뜨개질은 창의적 배출구를 넘어 정신 건강 회복과 재활의 도구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2020년 87개국 8,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89.5%가 코바늘 뜨기를 통해 더 큰 평온함을 느꼈다고 답했습니다. 영국 '스티치링크스(Stitchlinks)'의 창립자 벳산 코크힐(Betsan Corkhill)은 뜨개질의 규칙적이고 리듬감 있는 양손 움직임이 뇌에 메트로놈과 같은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카테리나 설리번 역시 과거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미세 운동 신경 회복을 위해 뜨개질을 재활 치료의 일부로 활용하여 큰 효과를 본 바 있습니다. 더불어 스마트폰에서 벗어나 자녀와의 유대감을 형성하려는 부모들을 겨냥해, 초보자용 뜨개질 코스를 개발한 캐롤라인 존스턴(Caroline Johnston)과 엘리엇 채널스(Ellyot Channells)의 사례처럼, 뜨개질은 단절된 현대 사회에서 '연결'의 가치를 회복하는 소중한 매개체가 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소비되는 오늘날, 청년들은 실과 바늘을 통해 시작의 인내, 지속하는 규율, 그리고 오래도록 남는 결과물을 얻는 기쁨을 배우고 있습니다. 수공예의 부활은 단순한 복고 유행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내면의 평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뜻깊은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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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에디터의 노트 (Editor's Note)
디지털 과포화 시대에 '수공예'가 청년들 사이에서 치유와 소통의 도구로 자리 잡는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뜨개질은 단순한 옷 만들기를 넘어, 환경과 자원을 고려하는 느린 패션(Slow Fashion)의 실천이자 불안한 현대인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종의 명상입니다. 속도와 효율성만을 좇는 사회에서, 인내심을 갖고 한 코 한 코 엮어가는 아날로그적 삶의 태도가 우리에게 얼마나 든든한 정신적 안식처가 될 수 있는지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