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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이탈리아 최고헌법재판소, 혈통 기반 시민권 제한법 합헌 결정… 호주 등 전 세계 이민자 사회 파장
최근 이탈리아 최고헌법재판소가 먼 조상의 혈통을 근거로 한 시민권(jus sanguinis) 취득을 제한하는 법률을 합헌으로 판결했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 규정에 따라 이탈리아 시민권 취득을 희망했던 호주를 비롯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이탈리아계 이민자 후손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도입되어 올해 3월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받은 이른바 '시민권 취득 요건 강화법(Law 74/2025)'에 대한 전체 법적 판결문이 최근 공개되었습니다. 개정된 법안은 이탈리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는 혈통의 범위를 '이탈리아에서 출생한 부모 또는 조부모'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과거 규정하에서는 1861년 3월 17일 이탈리아 왕국이 수립된 이후 생존해 있던 조상이 있음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세대 제한 없이 누구나 라틴어로 '혈통의 권리'를 의미하는 '속인주의(jus sanguinis)'에 따라 시민권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외무부는 기존 규정대로라면 전 세계적으로 6천만에서 8천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 후손들이 시민권 취득 자격을 갖추었던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증조부모나 그 이상의 먼 조상을 근거로 시민권을 신청하려던 수많은 사람들의 자격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습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해 해당 법안 도입 당시 "수년간 우리 국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는 무관하게 시민권 제도를 남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실제 이탈리아의 재외공관들은 여권을 신청하려는 이들로 인해 심각한 업무 과부하를 겪어왔습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4년에서 2024년 사이 해외에 거주하는 이탈리아 국민의 수는 460만 명에서 640만 명으로 40%가량 급증했으며, 이는 대부분 새롭게 국적을 취득한 이민자 후손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호주에 거주하는 이탈리아계 사회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호주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원래의 국적을 상실한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들의 자격을 박탈하는 이른바 '미성년자 규정(minor rule)'에 대한 별도의 법적 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1992년 이전까지 이탈리아는 이중국적을 일반적으로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호주 시민권자로 귀화하면서 이탈리아 국적을 상실했고, 이로 인해 자녀들까지 국적 취득 자격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번 법안으로 인해 가족 내에서도 시민권 취득 여부가 엇갈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성년자 규정'으로 인해 시민권 취득에 실패한 호주 국적의 도메닉 쿠다(Domenic Cuda) 씨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의 해석에 따라 제가 어린 사촌들보다 덜 이탈리아인이라는 판정을 받는 셈"이라며 "정체성의 관점에서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호소했습니다.
한편, 미성년자 규정에 대한 헌법적 이의 제기를 포함한 이탈리아 대법원(Supreme Court of Cassation)의 판결이 향후 몇 달 안에 나올 예정입니다. 이 판결의 결과에 따라 2025년에 도입된 국적법 제한의 일부가 법리적으로 해체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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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국적은 단순한 핏줄의 기원을 넘어, 해당 국가와의 실질적인 연대와 소속감을 의미하는 중요한 권리입니다. 이탈리아 최고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시민권 제도의 무분별한 남용을 막고 '진정한 유대감'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국적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이탈리아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줍니다. 다문화 이민 국가인 호주 사회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수많은 디아스포라들에게, 이 같은 유럽 국가들의 시민권 제한 조치는 '국가와 소속감'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금 던지게 합니다. 저희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 독자 여러분께서도 국가 정체성과 디아스포라 사회가 직면한 법적, 정서적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시고, 이들을 위해 따뜻한 기도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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