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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호주 다문화 사회의 이면: 이민자들, 정신 건강 지원 지연으로 인한 '안전 공백' 위기 직면
호주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이 호주 태생의 동년배들보다 정신 건강 지원을 구하는 데 10년 이상 지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이는 정신 건강 부문을 대표하는 전국 기관인 '멘탈 헬스 오스트레일리아(Mental Health Australia)'가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 호주로 이주한 사람들을 비롯해 청년층과 여성이 지역 사회의 다른 그룹보다 더 열악한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다문화 배경의 호주인들은 치료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언어 및 제도적 장벽은 물론 문화적 낙인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스리랑카 출신 난민의 자녀로 호주에서 성장한 의대생이자 청년 활동가인 아드리엘 아파투라이(Adriel Appathurai) 씨는 인터뷰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권의 그룹들이 겪는 공통적인 고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해외에서 온 사람, 특히 난민 출신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성공해야 한다는 큰 압박감이 존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부모님이 자신을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기 때문에 이제는 자신이 부모님을 부양하고 성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내면화하게 되어 외부의 도움을 요청하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멘탈 헬스 오스트레일리아의 캐롤린 니콜로스키(Carolyn Nikoloski) 최고경영자(CEO)는 다문화 배경의 호주인들이 겪는 다양한 압박 요인을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해외로 이주하는 과정 자체가 매우 스트레스가 많은 경험이며, 가족 및 친구 등 지원 네트워크와의 분리는 정신 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더욱이 인종차별과 차별 경험은 정신 건강에 추가적인 피해를 주며, 수치심과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결합되어 치료에 대한 심각한 문화적 낙인을 형성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문화적 요인뿐만이 아닙니다. 복잡하고 탐색하기 어려운 보건 시스템 자체가 지원을 받는 데 실질적인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서시드니 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 안드레 렌자호(Andre Renzaho) 교수는 이러한 지연이 시스템적이고 구조적인 장벽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습니다.
렌자호 교수는 "호주 태생의 개인들은 이민자보다 20회 이상의 상담을 받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심각한 시스템적 문제를 보여줍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민자들은 호주의 복잡한 의료 체계 내에서 소통하고 진료 의뢰 경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적절한 예약을 잡은 후에도 언어 장벽, 교통, 재정 부족 등의 문제가 남아 있으며, 이는 의료 시스템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부추기는 '안전 공백(Safety Gap)'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렌자호 교수는 "이민자들이 정신 건강에 대해 자신들의 전통적이고 문화적인 고유의 신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이러한 문화적 규범을 현지의 일반 정신 건강 서비스 제공자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작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핵심 대책으로는 문화적 인식을 갖춘 정신 건강 교육의 확대와 이중 문화권(Bicultural)의 배경을 가진 정신 건강 전문 인력 양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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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새로운 땅에서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정착한 이민자들에게 언어와 제도의 장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정신 건강 문제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우며,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겪는 보이지 않는 압박감과 수치심은 우리 사회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입니다. 다문화 사회를 표방하는 호주가 진정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일한 서구식 의료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제공하기보다 이민자들의 문화적 배경과 정서를 이해하는 맞춤형 돌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한인 사회와 신앙 공동체 역시 이러한 고충을 겪는 이웃이 없는지 주변을 살피고, 이들의 상처를 보듬는 따뜻한 안전망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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