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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호주 사회] 차 한 잔에 담긴 위로와 연대 — 참전 용사들에게 무료 차(Chai)를 대접하는 노병의 이야기
호주 시드니 북부에 위치한 한 찻집에서는 매일 따뜻한 우유와 카다몸 향이 피어오릅니다. 향신료가 가득 들어간 인도식 전통 차, '차이(Chai)'가 철제 냄비에서 끓고 있는 이곳의 카운터 뒤에는 지인들에게 '앰비(Ambi)'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아마르짓 싱 틴드(Amarjit Singh Thind) 대표가 있습니다. 그는 손님들에게 단순한 음료를 넘어 기억과 연대,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차 한 잔을 건네고 있습니다.

특히 앰비 대표는 호주의 참전 용사들과 현역 군인들에게 무료로 차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는 호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 역시 참전 용사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차를 무료로 대접합니다. 이것이 내가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호주 육군에서 10년 이상 복무한 참전 용사 빌(Bill) 씨는 이곳의 단골손님입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오랜 군 복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친척 중 한 분은 갈리폴리(Gallipoli) 전투에서 생존하셨습니다. 매년 안작 데이(Anzac Day)가 되면 그분과 목숨을 잃은 수많은 분들을 떠올립니다"라며, "앰비가 제공하는 무료 차는 작은 호의일지 모르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게는 진심으로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라고 감사를 전했습니다.
앰비 대표의 삶의 궤적은 여러 대륙을 가로지릅니다. 아프리카 케냐에서 태어난 그는 1963년 케냐 독립 당시, 영국 여권을 소지한 남아시아계 주민들에 대한 케냐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가족과 함께 고국을 떠나야만 했습니다. 영국으로 이주한 그는 1979년 영국군에 입대하여 기초 훈련을 마친 뒤, 냉전 시기 서독 주둔 영국군(BAOR)의 통신 센터 유지보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비행기가 언제든 이륙할 수 있도록 항상 대기 상태를 유지해야 했습니다. 모든 것에 자원했고 수많은 모험을 즐겼던,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1989년 호주로 이민 온 그는 IT 교육 사업을 시작하며 군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경력을 쌓았습니다. 그러던 중 여자 하키팀의 코치를 맡게 되었고, 훈련장에 보온병으로 담아간 자신만의 전통 차이가 선수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그의 인생은 또 다른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선수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2019년 작은 차이 카페인 '앰비즈 차이 바(Ambi's Chai Bar)'를 창업하게 되었고, 이 사업은 현재 시드니와 ACT(호주 수도 준주)를 넘어 멜버른과 영국 진출을 계획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그가 만드는 차이는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우더나 시럽을 섞은 가짜 차이가 아닙니다. 생강, 카다몸, 계피, 정향, 후추 등의 향신료를 직접 배합하여 물과 우유에 끓여내는 전통적인 어머니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이주해 온 또 다른 단골손님 밥(Bob) 씨는 "이곳의 차이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끓여주시던 차를 떠올리게 합니다. 경이로운 향신료의 배합이 사람들을 테이블로 모이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갈등과 불확실성이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앰비 대표는 자신의 차이 바가 더 인간적이고 소박한 연결 고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함께함(Togetherness), 연결됨(Connectedness), 그리고 협력(Teamwork)입니다. 차 한 잔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지역 사회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이 공간이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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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매년 4월 25일 안작 데이(Anzac Day)는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억하는 호주의 뜻깊은 국가 기념일입니다. 자신이 겪은 전쟁과 이주의 아픔을 극복하고, 낯선 땅 호주에서 '차이(Chai)'라는 따뜻한 매개체로 이웃과 전우들을 위로하는 앰비 대표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줍니다. 인공 시럽이 아닌 진짜 향신료를 정성껏 끓여내는 그의 차 한 잔에는, 분열되고 각박해진 현대 사회를 다시 끈끈하게 연결하고자 하는 진실한 인류애가 녹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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