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WORD

마태복음 25장 3-4절 미련한 자들은 등을 가지되 기름을 가지지 아니하고 슬기 있는 자들은 그릇에 기름을 담아 등과 함께 가져갔더니

Today
Admin

뉴스

더보기 →
문화/영혼의 미술관

부활의 아침, 절망을 뚫고 달려가는 희망

OCJ|2026. 3. 23. 05:03

어스름한 새벽,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펄럭이는 옷자락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생생합니다. 19세기 말 스위스의 자연주의 화가 외젠 부르낭(Eugène Burnand)의 명작, <무덤으로 달려가는 두 제자> 앞에 서면 우리는 어느새 그들과 함께 숨을 헐떡이며 예루살렘의 흙먼지 날리는 길을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부르낭은 성경 속 인물들을 머리에 후광을 두른 초월적인 성인으로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와 똑같이 흙먼지를 묻히고 땀을 흘리며 살아가는 평범하고 연약한 인간으로 그려냈습니다. 극도의 정성을 기울여 묘사된 두 제자의 얽힌 시선과 굳은 표정 속에는, 부활의 소식을 처음 접한 인간의 요동치는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그림은 단순히 2천 년 전의 한 장면을 재현한 것을 넘어, 상실과 절망을 뚫고 빛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 영혼의 역동적인 순간을 포착한 한 편의 장엄한 서사시입니다.

기대와 죄책감이 교차하는 신앙의 여정

작품 속에서 가장 먼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제자의 얼굴입니다. 젊은 요한은 두 손을 가슴 앞에 꽉 쥔 채 앞으로 몸을 기울여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의 맑고 커다란 눈동자에는 스승이 살아났을지도 모른다는 간절한 희망과 터질 듯한 기대감이 가득합니다. 그가 쥔 두 손은 두려움 속에서도 결코 놓칠 수 없는 묵음의 기도처럼 보입니다. 

반면, 요한의 뒤를 따르는 나이 든 베드로의 표정은 훨씬 더 복잡하고 무겁습니다. 눈을 크게 뜬 채 허공을 응시하는 그의 얼굴에는 경악과 충격, 그리고 차마 지울 수 없는 깊은 죄책감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불과 며칠 전, 십자가를 앞둔 스승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던 그 처절한 실패의 기억이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내가 감히 다시 주님을 뵐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그래도 혹시 다시 뵐 수 있다면...' 하는 애절한 갈망이 그의 굽은 어깨와 불안한 눈빛에 서려 있습니다. 

부르낭은 이 두 사람의 엇갈린 표정을 통해 우리의 신앙이 얼마나 다양한 결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때로는 요한처럼 순수한 열정과 기대로 달려가지만, 때로는 베드로처럼 과거의 실수와 짙은 회의감에 짓눌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 각자의 내면이 어떠하든 두 사람 모두 진리를 향해, 그 빈 무덤을 향해 함께 전력 질주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황량한 여백을 채우는 찬란한 새벽빛

이 그림의 또 다른 놀라운 점은 배경의 묘사입니다. 화가는 예루살렘의 풍경이나 무덤으로 가는 길의 디테일한 배경을 과감히 지워버리고, 거칠고 황량한 톤으로 여백을 남겨두었습니다. 불필요한 시각적 요소를 모두 배제함으로써, 관람자의 시선이 오직 두 제자의 얼굴과 그들을 비추는 맑은 새벽빛에만 머물게 한 것입니다.

그들의 얼굴을 물들이는 이 빛은 단순한 자연의 아침 햇살이 아닙니다. 그것은 죽음의 어둠을 몰아내는 부활의 빛이자, 절망에 빠진 인간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들은 아직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무덤이 정말 비어있는지, 여인들의 말이 사실인지 완전한 확신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 쏟아지는 빛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발걸음을 내딛는 자에게 주어지는 소망을 상징합니다. 배경이 지워진 캔버스는 곧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집니다. 화가는 우리 역시 불안과 의심을 안고서라도 이 찬란한 빛을 향해, 영적인 여정에 동참하라고 따뜻하게 손짓하고 있습니다.

---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베드로와 요한이 가졌을 불안과 회의감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내 기도는 응답받고 있는 걸까?', '나처럼 흠 많고 흔들리는 사람도 은혜를 누릴 자격이 있을까?' 수많은 질문과 두려움이 우리의 발목을 잡을 때가 있습니다.

외젠 부르낭의 <무덤으로 달려가는 두 제자>는 완벽한 믿음만이 가치 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심과 두려움, 심지어 죄책감 속에서도 진리를 향해 달려가는 그 '갈망' 자체가 얼마나 아름답고 생명력 있는 신앙인지를 역설합니다. 100퍼센트의 확신이 없을지라도,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향해 거친 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기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찾는 신앙'의 모습일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와 불안이 있다면 이 두 제자와 함께 달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두 손을 꼭 쥐고 내일을 기대하는 요한의 마음으로, 혹은 염치없지만 다시 한번 엎드리고 싶은 베드로의 마음으로 은혜를 향해 나아가 보십시오. 절망의 밤을 지나 당신을 향해 비추어 오는 부활의 아침빛이, 마침내 빈 무덤 앞에서 완전한 기쁨과 위로로 당신을 안아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