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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죽음의 골짜기에서 길어 올린 날것의 고백, 연약함이 빚어낸 찬란한 영성
흔들림 속에서도 믿음으로 걷는다 강희종 | 두란노 | 224쪽 |

폐암 4기라는 절망적인 선고 앞에서도 고통을 미화하지 않고 자신의 연약함을 정직하게 쏟아낸 영혼의 일기장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말씀과 찬양으로 버텨낸 저자의 기록은, 흔들리는 인생 속에서 참된 믿음이 무엇인지 묵직하게 질문한다.
이 책은 평생을 이민 목회의 척박한 토양에서 헌신해 온 저자가 예고 없이 찾아온 '폐암 4기'라는 죽음의 그림자와 대면하며 써 내려간 치열한 영적 투쟁기다. 극심한 통증으로 밤을 지새우고, 타인의 무심한 말에 무너지며, 수술실 앞에서 딸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는 두려움의 순간들이 가감 없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는 고난을 섣부른 기적이나 승리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새벽 2시의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 남편의 손을 잡고 불렀던 찬송과, 뼛속 깊이 새긴 말씀 암송이 어떻게 영혼의 닻이 되었는지를 담담히 증언한다. 이는 단순한 투병기를 넘어, 고난이라는 풀무불 속에서 정금같이 단련되는 한 그리스도인의 실존적 고백록이다.
[승리주의를 넘어선 '연약함의 신학']
기독교 출판계에 범람하는 수많은 간증집은 대개 고난을 딛고 일어선 해피엔딩을 강조한다. 그러나 《흔들림 속에서도 믿음으로 걷는다》는 질병의 완치라는 결과론적 승리를 과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극심한 통증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자아, 죽음의 공포 앞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날것 그대로 노출한다. 이러한 정직한 고백은 독자들에게 섣부른 위로를 건네는 대신, 고통받는 이들의 곁에 잠잠히 머무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깨닫게 한다. 연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낼 때 비로소 그리스도의 능력이 온전히 머물게 된다는 바울의 고백이 저자의 삶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영적 훈련의 실존적 위력]
이 책은 평소 지식으로만 머물기 쉬운 '말씀 묵상과 기도'가 생사의 기로에서 어떻게 실질적인 생명줄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실증적 텍스트다. 저자는 통증을 잊기 위해 밤새 말씀을 암송하고 찬양을 부른다. 이는 영적 훈련이 평안할 때 누리는 사치스러운 교양이 아니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영혼을 지탱하는 유일한 닻임을 증명한다. 남편 강준민 목사가 평생 강조해 온 '침묵과 말씀의 영성'이 사모인 저자의 뼈아픈 고난 속에서 체화되어 나타나는 장면은, 신학적 이론이 삶의 실존적 고통과 만날 때 얼마나 거대한 위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핍절에서 풍부로, 시선의 거룩한 전환]
이민 목회의 가난과 뼈아픈 교회 분쟁, 그리고 이어진 폐암 4기 진단까지, 저자의 삶은 끊임없는 상실과 결핍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극심한 고통의 순간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채굴하며 "핍절 의식이 하나님 나라의 풍부 의식으로 승화되었다"고 고백한다. 이는 세속적인 생존과 상실의 두려움을 넘어서서, 하늘의 시각으로 자신의 삶을 재해석해 낸 영적 성숙의 극치다. 고난을 원망의 조건이 아닌, 하나님의 깊은 은혜를 길어 올리는 우물로 삼은 저자의 태도는, 오늘날 물질적·환경적 조건에 쉽게 흔들리는 현대 신앙인들에게 참된 '풍성함'의 의미를 묵직하게 묻고 있다.
현대 기독교는 종종 고난을 극복하고 완치된 결과만을 간증의 조건으로 삼는 '승리주의'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은 투병의 현재 진행형 속에서 겪는 나약함과 눈물을 여과 없이 드러냄으로써 '연약함의 신학'을 웅변한다. 저자의 고백은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깊이 맞닿아 있다. 고통 속에서 억지로 기뻐하려 애쓰기보다, 하나님 앞에 자신의 두려움을 정직하게 토로하고 그 빈자리를 말씀으로 채워가는 과정은 현대 크리스천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결과가 어찌 되든, 오늘 하루 말씀에 의지해 한 걸음을 내딛는 것 자체가 이미 위대한 신앙의 승리임을 이 책은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고린도후서 12:9)
#연약함의신학, #고난과회복, #말씀의능력, #상처입은치유자, #영적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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