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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서

상처 입은 영혼을 향한 자비로운 탐색, 트라우마와 영성의 경계를 허물다

OCJ 2026. 9. 13. 05:08

['내면을 돌보는 일' / 척 드그로트 지음, 성서유니온 펴냄] Release: 2026-08-19

척 드그로트의 『내면을 돌보는 일』은 창세기 3장에 등장하는 하나님의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인간의 트라우마와 상처를 치유하는 영적 여정을 안내한다. 심리학적 통찰과 고대 기독교 영성을 결합하여, 단절된 우리가 어떻게 다시 하나님과 진정한 자아에게로 귀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탁월한 치유서다.


저자는 타락 직후 에덴동산에서 숨어버린 아담과 하와에게 던지신 하나님의 세 가지 질문을 추적한다. 1부 '네가 어디 있느냐?'에서는 수치심으로 단절된 우리의 현주소를, 2부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알렸느냐?'에서는 내면의 부정적 서사와 상처의 뿌리를, 3부 '그 나무 열매를 먹었느냐?'에서는 영적 허기를 채우려는 중독과 회피 기제를 다룬다. 이는 단순한 성경 강해를 넘어, 억압된 상처가 신체와 영혼에 남긴 흔적을 더듬어가는 치밀한 임상적 서사이자, 상처받은 자아를 하나님의 자비로운 임재 앞으로 이끄는 구속사적 여정이다.

[심문이 아닌 초대: 창세기 3장의 트라우마 신학적 재해석]


전통적인 교회는 선악과 사건 직후 울려 퍼진 '네가 어디 있느냐?'라는 음성을 범죄한 인간을 향한 진노와 추궁으로 읽어왔다. 그러나 드그로트는 이를 두려움에 압도되어 숨어버린 인간, 즉 트라우마 상태에 빠진 영혼을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탐색으로 전환한다. 이는 신앙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검열하고 정죄하던 현대 크리스천들에게, 하나님은 우리의 상처를 판단하는 재판관이 아니라 곁에 머무시는 공감적 증인임을 깊이 깨닫게 한다.

[중독, 거룩한 허기의 왜곡된 이정표]


보수적 신앙 전통에서 중독이나 반복되는 실패는 흔히 의지의 부족이나 도덕적 타락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마땅히 하나님과 연결되어야 할 인간이 그 허기를 잘못된 곳에서 달래려는 시도로 분석한다. 내면의 빈 공간과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겉으로 드러난 행위만을 교정하려는 시도는 필연적으로 실패한다. 중독을 치유로 향하는 이정표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율법주의에 갇힌 성도들에게 참된 회개와 은혜로 나아가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신경과학과 사막 교부들의 만남: 전인적 돌봄의 회복]


이 책의 가장 큰 성취 중 하나는 현대의 트라우마 이론과 고대 기독교의 관상 영성을 훌륭하게 통합해 냈다는 점이다. 억압된 상처가 몸의 통증과 긴장으로 나타난다는 신경과학적 통찰은,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지 않았던 사막 교부들의 지혜와 맞닿아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폭력과 영적 학대로 고통받는 이 시대의 성도들에게, 드그로트의 접근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몸과 마음, 영혼을 아우르는 전인적 구원의 실제를 경험하게 한다.

이 책은 전통적으로 정죄와 심문으로 오해받던 창세기 3장의 질문들을 '공감하는 증인'이신 하나님의 자비로운 초대로 재해석한다. 현대 크리스천들은 종종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트라우마와 우울을 억압하거나 도덕적 실패로 치부하며 영적 탈진을 겪는다. 드그로트는 중독과 회피마저도 거룩한 허기의 왜곡된 표현으로 바라보며, 섣부른 정답 대신 내면의 고통을 직면하고 껴안을 것을 촉구한다. 이는 몸과 영혼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신앙을 극복하고, 상처 입은 내면의 아이를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서 전인적으로 통합해 내는 참된 복음의 능력을 보여준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디 있느냐 (창세기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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