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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처치, 학교 안의 또 다른 교회인가 혹은 교회로 향하는 다리인가

OCJ 2026. 8. 16. 05:46

한국의 다음 세대 복음화율이 급감하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청소년들이 스스로 학교 내에 예배 공동체를 세우는 '스쿨처치(School Church)' 운동이 다시금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중·고등학교 네 곳 중 한 곳꼴로 스쿨처치가 세워졌으며, 이는 어른들의 주도가 아닌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교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14년째 이들을 돕고 있는 사역 단체 '스탠드그라운드'의 나도움 목사 인터뷰를 통해, 스쿨처치가 지닌 본질적인 가치와 그 정체성에 대해 짚어봅니다.

 


소박하지만 뜨거운 점심시간의 예배

나도움 목사가 찾아가는 스쿨처치의 실제 모습은 대단히 소박하고 일상적입니다. 대개 점심시간이나 아침 자습 시간, 빈 교실이나 음악실, 동아리방 등 그날 비어 있는 공간에서 모임이 이루어집니다. 

이들이 모이는 방식은 다음과 같이 매우 단순하고 자발적입니다.

1. 모임 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으며, 찬양에 5분에서 10분, 메시지 선포에는 10분 남짓을 소요합니다.
2. 예배 진행은 전적으로 학생 리더가 맡고, 외부에서 온 사역자는 짧은 이야기 하나를 보태고 조용히 물러납니다.
3. 급식을 먼저 먹은 아이들이 하나둘 들어와 앉아 예배를 드린 후, 종이 치면 다시 교실로 돌아가는 점심시간의 한 조각과 같습니다.

모임의 규모는 학교마다 달라 다섯 명이 모이는 곳도 있고 백 명이 모이는 곳도 있습니다. 나 목사는 그 자리를 '예배 같지 않은 예배'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도떼기시장처럼 소음이 만만치 않고, 왜 왔느냐고 물으면 그저 과자를 먹으러 왔다고 답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강제로 앉혀 놓는 채플이 아니라, 오고 싶은 사람만 오는 자리에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머물다 간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기적입니다.

코로나의 위기를 넘어 1,600여 개의 공동체로

스쿨처치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모임이 대거 사라지는 등 큰 위기를 겪었습니다. 실제로 부산 지역에서는 2019년 160개에 달하던 모임이 2022년에는 30여 개로 급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발성으로 무장한 아이들은 이 긴 공백기를 무사히 이겨냈고, 다시금 전국 곳곳에서 예배의 불씨를 살려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299개였던 스쿨처치 모임은 올해 1,600여 개로 늘어났습니다. 전국 중·고등학교 수가 총 5,679개임을 감안하면 약 28%에 달하는 수치로, 네 곳 중 한 곳 이상에서 스스로 기도하는 모임이 작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들의 든든한 조력자인 스탠드그라운드는 대형 교회의 재정적 지원 없이 단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종교색을 뺀 응원 카드 등 자체 굿즈 판매 수익과 나 목사의 외부 강의료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으며, 전용 사무실이나 단체 소유의 차량도 없습니다. 1년 치 이동 거리를 합치면 지구 한 바퀴에 달하지만, 매달 100만 원 남짓한 교통비에 의지해 기차나 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며 아이들을 격려하고 있습니다.

제도적 한계를 넘어서는 '움직이는 교회'

이 사역의 본질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질문은 "과연 스쿨처치가 학교 안의 독립된 '교회'인가, 아니면 기존 지역 교회로 아이들을 안내하기 위한 '다리'인가" 하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나도움 목사는 현실적인 교단법의 한계를 인정하며 스쿨처치가 '교회로 가는 다리 역할'에 가깝다고 설명합니다. 교단법이 규정하는 교회는 일정 인원 이상이어야 하고, 임대나 매입을 통해 법적으로 검증된 고정적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공간이 없는 스쿨처치는 제도적으로는 '기도처' 정도로 분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나 목사는 고린도전서 1장 2절 말씀을 굳게 붙들고 있습니다. 성도 개개인이 교회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이들이 함께 모인 곳이 교회라면, 건물을 넘어 길가에서든 들판에서든, 혹은 소란스러운 교실 안에서든 예배하는 그 자리를 온전한 '교회'라 부를 수 있다는 신념입니다. 결국 스쿨처치는 아이들을 기성 교회로 인도하는 징검다리인 동시에, 삶의 현장 속에서 매일 살아 숨 쉬는 '움직이는 교회'로서의 정체성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EDITOR'S NOTE]
스쿨처치 운동은 건물의 한계를 넘어 학교라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 예배를 세우는 청소년들의 자발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건물이 아닌 '성도의 모임'을 교회로 정의했던 초대교회의 원형을 가장 닮아 있습니다. 오늘날 오세아니아를 비롯한 전 세계 기독교 공동체가 다음 세대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때, 우리는 아이들을 교회 건물 안으로만 불러 모으려 했던 전통적 방식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오히려 청소년들이 매일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학교와 가정을 예배 처소로 삼고, 그곳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돕는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 이 시대 교회의 진정한 사명일 것입니다. 소란스러운 교실 구석에서 과자를 나누며 드리는 30분의 예배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씨앗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