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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스위스 기독교계, '성직자 병역 면제 폐지'에 강력 반발… 국가 주도의 세속화인가
[OCJ 줌인] 스위스 연방정부가 종교계와의 사전 협의 없이 성직자의 병역 의무 면제 조항을 전격 폐지하면서 현지 기독교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사회의 세속화를 이유로 성직자의 목회적 돌봄이 더 이상 필수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교계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영적 돌봄의 공백을 초래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일방적인 병역법 개정과 교계의 항의 지난 6월 1일 발효된 개정 연방군사법(Federal Act on the Armed Forces)에 따라, 신부와 수도사 등 성직자에게 전통적으로 부여되던 병역 면제 조항(제18조)이 폐지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징집 대상 판정을 받은 성직자들은 다른 스위스 남성들과 동일하게 18주간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이후 9년에 걸쳐 재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등 총 245일의 복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정부의 결정에 스위스 주교회의(Swiss Bishops' Conference), 스위스 복음주의 개혁교회(Evangelical Reformed Church of Switzerland), 스위스 기독교 가톨릭교회(Christian Catholic Church of Switzerland), 그리고 자유교회 연합체인 'Freikirchen.ch' 등 4대 주요 기독교 단체는 지난 7월 8일 연방평의회(Federal Council)에 공식 항의 서한을 발송했습니다.
'Freikirchen.ch'의 페터 슈니베르거(Peter Schneeberger) 회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절차적 결함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중대한 입법 변화 과정에서 종교계가 완전히 배제된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전쟁이나 재난 상황에서 목회적 돌봄을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공공 서비스로 보던 오랜 전제를 정부가 포기한 것이라며, 이를 폭넓은 공론화 과정 없이 진행된 "국가의 자기 세속화(state self-secularization)"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종교는 비필수적"이라는 정부 vs "위기일수록 영적 돌봄 필요"한 교계 스위스 연방평의회는 사회의 급격한 세속화로 인해 해당 면제 조항이 시대착오적이 되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사회의 세속화가 심화됨에 따라 교회의 사역에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목회 사역이 더 이상 "사회 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활동"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실제 공식 통계에 따르면, 스위스 내 가톨릭 신자 비율은 2000년 42.3%에서 2024년 30%로 감소한 반면, 종교가 없는 인구의 비율은 같은 기간 11.4%에서 36.8%로 세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교계의 시각은 전혀 다릅니다. 과거 바티칸 교황청 스위스 근위대 지도신부를 지냈던 로잔, 제네바, 프리부르 교구의 알랭 드 레미(Alain de Raemy) 보좌 주교는 정부의 결정을 "사회에 대한 존중 부족"이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크란스몬타나(Crans-Montana) 재난 사태를 언급하며, 위기의 순간일수록 영적 돌봄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드 레미 주교는 "신부들이 군대에서 복무해야 한다면, 전쟁이나 미래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연방평의회의 계획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OCJ의 시선] 이번 사태는 단순히 병역 제도의 개편을 넘어, 현대 유럽 사회에서 종교의 역할이 어떻게 축소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국가가 효율성과 통계적 수치만을 근거로 영적 사역의 공공재적 가치를 폄하하는 현상은, 세속화의 거센 파도 속에서 교회가 직면한 차가운 현실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위기의 순간에 인간이 찾는 궁극적인 위로와 평안은 차가운 행정 시스템이 아닌 따뜻한 영적인 돌봄에서 비롯된다는 교계의 호소는, 효율성 만능주의에 빠진 현대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스위스에서 들려온 이 소식은 호주와 오세아니아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기독교인들에게도 깊은 묵상 거리를 제공합니다. 세상이 교회의 역할과 가치를 축소하고 '영적 돌봄'을 비필수적인 것으로 치부할지라도, 환난과 위기의 때에 상한 심령을 위로하는 복음의 능력은 결코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습니다. 국가나 제도가 신앙의 자리를 좁혀올 때, 우리는 오히려 삶의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안을 전하는 '움직이는 교회'로서의 사명을 더욱 굳건히 다져야 할 것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 5:14)" 하신 말씀처럼, 어두운 시대일수록 영적 파수꾼으로서의 부르심을 기억하며 깨어 기도하는 신앙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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