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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선택입니까?" 호주 낙태 논쟁 이면에 가려진 이주민 여성들의 현실

OCJ|2026. 6. 7. 03:53

최근 호주 사회에서 낙태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문제가 단순히 수술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임산부의 '자율성'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호주 내 이주민 여성들은 임신 중절 치료에 접근하거나 이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장벽과 압박에 직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주민 여성들을 지원하는 데 헌신해 온 심리치료사이자 중재자인 묵테쉬 치버(Muktesh Chibber) 씨에 따르면, 임신한 이주민 여성들은 배우자와 대가족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습니다. 흔히 태아의 성별과 관련된 압박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임산부의 '경제적 기여 능력'에 대한 압박이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치버 씨는 "가족들은 임산부에게 '어떻게 임신을 할 수 있느냐, 당신은 계속 일을 해서 대출금과 가족의 생계에 기여해야 한다'고 압박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녀는 대가족으로부터 첫 임신임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강요받아 큰 트라우마를 겪는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매일 이어지는 괴롭힘과 소외 속에서 많은 여성이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하며, 이는 결국 별거나 가족 붕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경제적 어려움이나 극심한 가정 폭력 때문에 낙태를 원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부당하는 이주민 여성들도 존재합니다. 치버 씨는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여성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고, 심각한 경제적 학대나 비자 취소 등의 위협을 받는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라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러한 가족 및 지역사회의 압박과 더불어, 호주의 의료 시스템 역시 이주민 여성들에게 구조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다문화여성건강센터(Multicultural Centre for Women's Health)의 아델 머돌로(Adele Murdolo) CEO는 "호주의 낙태 의료 시스템은 이주민 및 난민 여성을 고려하여 설계되지 않았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메디케어(Medicare) 적용 제외, 영어로만 제공되는 서비스, 문화적 이해를 갖춘 의료진의 부재 등은 임시 비자 소지자나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여성들에게 반복적인 좌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낙태 문제, 특히 '성별 선택적 낙태(sex-selective abortions)'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자유지상당(Libertarian Party) 소속 존 러딕(John Ruddick) 주 상원의원(MLC)은 태아의 성별을 이유로 낙태를 시행하는 의료진에게 최대 2만 2천 달러의 벌금이나 5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캠페인은 최근 원내이션당(One Nation)으로 당적을 옮긴 바나비 조이스(Barnaby Joyce) 연방 하원의원 등의 지지를 받으며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의료계와 야당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이주민을 표적으로 삼아 인종적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합니다. 가족계획 오스트레일리아(Family Planning Australia)의 루시 조(Lucy Cho) 박사는 "NSW의 낙태 관련 법률은 2019년 비범죄화 이후 이미 비의료적 목적의 성별 선택적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며,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낙태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NSW주 보건부의 라이언 파크(Ryan Park) 장관 역시 주 내에서 성별 선택적 낙태가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2019년 라트로브 대학교(La Trobe University)의 연구에 따르면, 호주 여성 6명 중 1명은 30대 중반까지 낙태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는 이미 자녀가 있는 여성이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임신을 중단할 가능성이 더 높았으며, 가정 폭력, 약물 남용, 비효과적인 피임 등으로 인해 생식 건강에 대한 자율성이 부족한 여성일수록 낙태 시술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주민 여성들이 억압과 위협에서 벗어나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편견 없는 숙련된 의료 전문가'와 사후 지원 서비스(postvention support)의 확충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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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낙태는 생명의 존엄성과 직결된 매우 무겁고 민감한 주제입니다. 이 기사는 호주 사회 내 낙태 논쟁이 표면적인 이념이나 입법 갈등에 머물지 않고, 경제적 압박과 언어·문화적 장벽 속에서 소외받는 이주민 여성들의 실제적인 고통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생명을 보호하는 가치를 수호함과 동시에, 가정 폭력과 경제적 착취라는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 여성들을 향한 우리 사회와 신앙 공동체의 따뜻한 돌봄 및 실질적인 보호 체계 마련이 절실히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