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보기 →호주 전역 독립 서점 10년 새 절반으로 급감... “도서 정가제 등 정부 차원의 대책 시급”
호주 전역의 독립 서점들이 경영난과 대형 유통업체의 공세에 밀려 잇따라 문을 닫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호주 내 서점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가운데, 국가 문화와 지성의 요람인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멜버른 대학교 출판학 및 문예창작과 소속 학자들(캐서린 데이, 벡 카바나, 매튜 홀든)이 전문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호주 전역에서 최소 13곳의 독립 서점이 폐업했습니다. 특히 10년 전인 2013년 2,879개에 달했던 호주 내 서점 수는 2023년 기준 1,457개로 절반 이상 급감했으며, 이러한 감소 추세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지역 사회와 함께해 온 상징적인 서점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서호주 퍼스에서 37년간 자리를 지켜온 '보핀스 북스(Boffins Books)', 멜버른 브라이튼 지역에서 50년 가까이 운영된 '시소러스 북셀러스(Thesaurus Booksellers)', 시드니 달링허스트에서 43년간 사랑받았던 '더 북샵(The Bookshop)' 등이 임대료 상승과 운영 비용 증가 등의 재정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잇달아 문을 닫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서점 생태계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재정적 압박과 더불어, 대형 할인 매장 및 아마존(Amazon)과 같은 글로벌 거대 온라인 유통업체와의 심화된 경쟁을 지목합니다. 케이마트(Kmart)나 빅더블유(Big W) 같은 대형 할인 매장들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 베스트셀러 도서를 원가 이하에 할인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독립 서점들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되었으며, 호주 서점 협회(Australian Booksellers Association)에 따르면 매년 호주에서 판매되는 종이책 중 지역 서점을 통해 판매되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호주 문화계 일각에서는 독립 서점의 몰락이 곧 출판 생태계 전반과 국가 지적 자산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저명한 소설가 샬럿 우드(Charlotte Wood)는 "서점은 우리나라의 문화적, 지적 삶의 씨앗을 보관하는 안전 금고"라며 서점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부커상을 수상한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Richard Flanagan) 역시 대형 할인 매장들의 행태를 비판하며, 1972년 호주에서 폐지된 '도서 정가제(Fixed-price policies)'의 부활을 강력히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2024년에는 도서 가격 규제를 요구하는 600여 명의 시민 청원이 연방 의회에 제출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호주 연방 재무부의 앤드루 리(Andrew Leigh) 부장관은 과도한 할인 경쟁이 독립 서점들에 미치는 압박과 독서의 중요성을 인정했으나, 당장 구체적인 정부 차원의 해결책은 내놓지 못한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독립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시행 중인 도서 정가제를 적극 도입하거나, 영국처럼 어린이 도서 및 참고서에 대한 부가가치세(VAT)를 면제해 주는 방식 등 실질적인 조세 감면 혜택을 호주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단순히 책을 파는 소매점을 넘어, 지역 사회의 소통 공간이자 새로운 지식의 통로 역할을 하는 독립 서점을 지키기 위해 이제는 독자들의 관심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
[에디터의 노트]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지역 사회의 문화적 사랑방 역할을 하던 독립 서점의 잇따른 폐업은 호주 문화 생태계 전반에 큰 아쉬움을 남깁니다. 책을 단순 소비재가 아닌 문화적 공공재로 대하는 유럽의 도서 정가제 도입이나 세제 혜택 등, 서점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더불어 우리 동네의 작은 서점들을 지키기 위한 지역 사회 독자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연대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뉴스 > 오세아니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누구의 선택입니까?" 호주 낙태 논쟁 이면에 가려진 이주민 여성들의 현실 (0) | 2026.06.07 |
|---|---|
| 호주 내 유류 공급 8월까지 확보… 6월 말 유류세 인하 종료로 기름값 인상 대비 필요 (0) | 2026.06.07 |
| 호주국립대(ANU) '사상 초유의 거버넌스 실패'로 1억 달러 평판 손실… 위기 극복 안간힘 (0) | 2026.06.06 |
| 버닝스(Bunnings) 주차장 논란, 수백만 호주 장애인이 겪는 고충의 단면을 보여주다 (0) | 2026.06.06 |
| 호주 주택 시장 하락 조짐 속 은퇴 자금 고민 깊어지는 호주인들... "안락한 노후 위해 100만 달러 필요해" (0) | 2026.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