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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애가 3장 22-23절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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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혼의 미술관

의심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은혜: 의심하는 도마

OCJ|2026. 4. 24. 03:56

 

칠흑 같은 어둠이 캔버스 너머의 공기마저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배경의 장식도, 원근법을 보여줄 풍경도 과감히 생략된 이 숨 막히는 공간 속에, 오직 네 명의 인물에게만 마치 스포트라이트처럼 강렬한 빛이 쏟아집니다. 시선은 자연스레 그림의 정중앙, 가장 충격적이고도 생생한 하나의 지점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바로 도마의 손가락이 예수님의 옆구리 상처 깊숙이 파고드는 장면입니다.

도마의 이마에는 고뇌하듯 깊은 주름이 패어 있고, 입고 있는 옷의 어깨 솔기는 낡아 찢어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손톱 밑에 낀 새까만 때입니다. 우리가 상상하던 거룩하고 완벽한 성인의 모습이 아닙니다. 길거리나 시장 바닥에서 마주칠 법한, 거칠고 남루한 우리네 이웃의 얼굴입니다.

이처럼 거침없고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화폭에 옮긴 이는 당대의 이단아라 불렸던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입니다. 살인과 도피, 방랑으로 얼룩진 매우 거칠고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그는 르네상스 미술이 추구하던 이상화된 아름다움을 과감히 거부했습니다. 스스로가 짙은 죄의식과 내면의 치열한 어둠 속에서 발버둥 치며 살았기에, 그는 흠결 없는 완벽함보다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나약함을 있는 그대로 껴안는 신의 은혜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극명한 명암 대비를 통해 긴장감을 자아내는 그의 '테네브리즘(Tenebrism)' 기법은 단순히 시각적 기교를 넘어, 절망적인 어둠 속에서 구원의 빛을 갈망했던 화가 자신의 뼈아픈 영적 고백이자 투명한 인간 이해의 발로였습니다.

정직한 의심, 숨기지 않아도 될 나약함

합리주의와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지 않고 믿는 것'은 종종 무거운 숙제처럼 다가옵니다. 확신보다는 회의가 익숙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때때로 흔들리는 믿음과 의심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왜 이리 믿음이 부족할까'라며 자책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 의심을 불경한 것으로 여겨 마음 깊은 곳에 꽁꽁 숨겨두려 애씁니다. 맹목적인 긍정과 확신만을 '좋은 믿음'이라고 강요받는 현실 속에서 현대의 크리스천들은 종종 숨이 막힘을 느낍니다.

하지만 카라바조가 그린 도마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세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상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도마의 찌푸린 이마와 더러운 손가락은, 어쩌면 진실을 갈망하는 가장 정직한 구도자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그럴듯한 신앙의 포장지로 스스로를 위장하기보다, 저 낡은 옷자락과 때 낀 손톱처럼 초라하고 거친 의심의 덩어리를 들고 있는 그대로 나아오기를 원하십니다. 정직한 질문과 회의는 결코 믿음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얄팍한 맹신의 껍질을 깨고 더 깊고 견고한 영적 성숙으로 나아가는 은혜의 통로가 됩니다.

책망 대신 내어주신 흉터, 만져지는 은혜

이 그림에서 가장 가슴을 울리는 부분은 도마의 무례한 손가락을 대하시는 예수님의 태도입니다. 예수님은 "어찌하여 나를 믿지 못하느냐!"라며 불호령을 내리시거나 책망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고개를 부드럽게 숙이시고, 도마의 거친 손목을 당신의 손으로 포근히 감싸 쥐어 자신의 상처 깊은 곳으로 친히 안내하십니다. 심지어 도마가 더 잘 만질 수 있도록 가슴의 옷자락을 스스로 젖혀주기까지 하십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찢기고 뚫린 자신의 가장 아픈 상처를, 도마의 의심을 치유하는 약으로 기꺼이 내어주셨습니다. 인간의 거칠고 흠집 많은 의심이 신의 거룩한 상처에 닿는 순간, 회의는 온전한 확신으로, 두려움은 경이로운 사랑으로 변모합니다. 극도로 밀착된 인물들의 구도는 이 그림을 보는 우리조차 마치 그 현장에 서서 예수님의 체온과 찢긴 살갗을 직접 만지는 듯한 강렬한 촉각적 경험으로 초대합니다. 상처를 만짐으로써 도리어 내 영혼이 치유받는 이 역설적인 은혜 앞에서, 우리는 어떤 변명도 없이 나를 용납하시는 온전한 사랑을 경험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마음속에 풀리지 않는 질문과 의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나요? 흔들리는 신앙 때문에 남몰래 죄책감을 느끼며 가슴앓이를 하고 계시지는 않은지요. 그렇다면 오늘, 불안정하고 캄캄한 삶 속에서 빛을 찾았던 카라바조의 캔버스 앞으로 다가가 보시길 바랍니다.

의심하고 방황했던 화가의 거친 붓끝은, 오늘날 길을 잃고 서성이는 우리의 어깨를 다독이며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당신의 의심을 부끄러워하거나 감추지 마세요. 그저 그 손을 뻗어 그분의 흉터에 대어 보세요."

우리의 더럽고 나약한 손가락을 결코 뿌리치지 않으시고, 기꺼이 당신의 찢긴 상처 안으로 이끌어 품어주시는 예수님의 따뜻한 손길이 지금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그 만져지는 은혜와 넉넉한 포용이, 확신보다 회의가 익숙한 우리의 팍팍한 일상 속에 시원한 영적 숨통을 틔워주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