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보기 →위협받는 호주의 식량 안보... 기후 변화와 경제적 이중고 직면
호주는 오랫동안 7,500만 명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고, 그중 70%를 수출하는 세계적인 식량 생산국으로서의 자부심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호주의 식량 안보가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심화되는 기후 변화와 경제적 압박,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의 혼란이 겹치면서 '풍요의 땅'이라는 수식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호주 내 식량 불평등의 심화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호주 가구 5곳 중 1곳이 식사를 거르거나 하루 종일 굶는 등 심각한 식량 불안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양 불균형 또한 심각한 수준입니다. 2022년 기준 어린이와 청소년의 36%, 성인의 56%가 일일 과일 및 채소 권장 섭취량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반면, 호주인이 섭취하는 전체 칼로리의 42%는 암이나 심장 질환, 조기 사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기후 변화'입니다. 호주 전역에서 더욱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염, 홍수, 가뭄, 산불은 농가와 가축, 수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퀸즐랜드주에서는 극단적인 기상 이변으로 인한 가축 피해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9년 대홍수로 최대 50만 마리의 소가 늪에 빠져 폐사한 데 이어, 2025년 내륙 지역에서 10만 마리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이번 여름(2025~2026년)에도 북서부 지역의 기록적인 홍수로 4만 8천 마리 이상의 가축이 폐사하거나 실종되었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한 가축의 열사병은 우유와 육류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있으며, 기후 변화로 인해 호주 농업의 40%를 지탱하는 머레이-달링 분지(Murray-Darling Basin)의 수자원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분쟁과 경제 구조적 문제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이란 전쟁의 여파로 발생한 연료 및 비료 부족 사태는 농산물 생산 비용을 크게 높였습니다. 또한, 호주 식료품 시장의 67%를 장악하고 있는 대형 마트 '콜스(Coles)'와 '울워스(Woolworths)'의 과점(Duopoly) 구조는 지속적인 식료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도시 확장으로 인한 '식량 바구니(Food bowl)'의 소실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시드니는 현재 시드니 분지 내에서 도시 소비 식량의 20%를 자체 생산하고 있지만, 주택 개발이 현재 추세대로 진행될 경우 2031년에는 자체 생산율이 6%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멜버른 역시 인근 농경지가 도시 확장 압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빅토리아주 딸기 공급량의 78%를 책임지는 야라 밸리(Yarra Valley)와 호주 전체 아스파라거스의 90%를 생산하는 케이시 및 카디니아(Casey and Cardinia) 지역 모두 새로운 주거지 개발로 인해 농지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해 지역 중심의 다양하고 회복력 있는 식품 공급망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 2022년 리스모어(Lismore) 대홍수 당시 주요 도로가 끊겨 대형 마트의 진열대가 수개월간 텅 비어 있었던 반면, 지역 농부들의 직거래 장터(Farmers' market)는 불과 일주일 만에 문을 열고 신선한 농산물을 지역사회에 공급했던 사례는 지역 기반 공급망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위기에 처한 호주 식량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자원 및 토양 관리 개선, 지역 식품 생산자 지원, 도시 외곽 농경지 보호 등 지속 가능한 농업 관행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수적입니다. 더 나아가, 모든 호주인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식량에 안정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식량권(Right to food)' 법제화 논의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점입니다.
---
[에디터의 노트]
풍요로운 농업 국가로 널리 알려진 호주가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환경 문제가 아니라 매일의 밥상 물가와 생존에 직결되는 현실적인 위협이 되었습니다. 특히 잦아지는 자연재해와 대형 마트의 독과점 구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맞물리며 서민과 취약계층이 입는 타격은 더욱 큽니다. 이제는 단기적인 물가 안정 조치를 넘어, 지역 단위의 먹거리 공급망 재건과 지속 가능한 농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범국가적 논의와 실천이 시급해 보입니다.
'뉴스 > 오세아니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일본 '거대 지진(Mega-quake)' 경보 발령… 호주 정부, 일본 방문객 대상 여행 주의보 업데이트 (0) | 2026.04.22 |
|---|---|
| [호주] 콜스·울워스·버닝스, 야생동물 위협하는 '쥐약' 전면 판매 중단 (0) | 2026.04.22 |
| 호주 울워스(Woolworths), '가짜 할인' 혐의로 연방법원 출석… ACCC와 치열한 법정 공방 시작 (0) | 2026.04.22 |
| 호주 멜버른서 12세 소년, 버스 문에 낀 채 350m 끌려가는 충격적 사고 발생 (0) | 2026.04.21 |
| [호주 교통] “학생 없어도 단속 대상”… 오늘부터 48시간 적용되는 스쿨존 규정 ‘주의보’ (0) | 2026.0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