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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서 받은 상처, 내 믿음 탓일까"…호주 한인 사회, '단절' 넘어 '연결의 대화'로

OCJ 2026. 10. 27. 04:20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는 이민 15년 차 교민 김모(48)씨는 주말마다 향하는 한인 교회가 때로는 가시방석처럼 느껴진다.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고 신앙 안에서 위로를 얻고자 모인 자리지만, 교인들 간에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깊은 상처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봉사 방식이나 자녀 교육 문제 등을 둘러싼 사소한 의견 차이는 종종 감정싸움으로 번지며 공동체의 심각한 갈등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호주 한인 사회에서 교회는 단순한 종교 시설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민 생활의 필수적인 정보 교환처이자, 고국의 정을 나누는 핵심 커뮤니티다. 그만큼 관계의 밀도가 높다 보니 갈등의 골도 깊게 파인다. 언어 장벽과 경제적 불안정 등 이민자로서 겪는 만성적인 스트레스가 공동체 내부의 예민한 반응으로 표출되는 구조적 요인도 존재한다. 특히 1세대와 영어를 주로 사용하는 1.5세대, 2세대 간의 문화적·언어적 차이는 소통의 단절을 가속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러한 한인 공동체의 관계 위기 속에서 최근 심리 및 대화 훈련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해법이 주목받고 있다. 베스트셀러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의 저자인 박재연 리플러스인간연구소 소장은 관계를 망치는 치명적인 말과 행동 이면에 숨겨진 '진짜 욕구'를 들여다볼 것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가 타인에게 듣기 힘든 가시 돋친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의 이면에는 사실 두 가지 본질적인 메시지가 숨어 있다. 바로 '부탁'과 '감사'다. 예를 들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교우에게 "혼자만 잘난 척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들려온다면, 이는 문자 그대로의 공격이 아니라 "나도 함께 소속감을 느끼고 기여하고 싶다"는 서툰 '부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반항적인 태도로 가시 돋친 말을 할 때 역시, 그 이면에는 부모의 따뜻한 시선과 인정을 바라는 요청이나 숨겨진 고마움이 담겨 있을 수 있다,.

한인 크리스천들이 흔히 빠지는 또 다른 심리적 함정은 '자기 비난'이다. 교회 내에서 누군가에게 화가 나거나 갈등을 겪을 때, "내 믿음이 부족해서 화를 참지 못하는 것 아닐까"라며 모든 원인을 자신의 신앙적 부족함으로 돌리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심리학적 관점에서 분노는 무조건 억눌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면의 중요한 욕구를 알려주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

건강한 분노가 가리키는 방향을 주의 깊게 따라가 보면 '존중받고 싶은 마음', '공평함에 대한 기대' 등 자신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내 안에서만 찾으며 자책하거나 상대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대신,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조율'의 과정이 관계 회복의 첫걸음이다.

이러한 소통의 기술은 단지 교회 내 갈등 봉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부간의 불화, 부모와 자녀 간의 세대 차이, 한인 비즈니스 현장에서의 노사 문제 등 호주 한인 사회 전반의 정신 건강과 직결된다. 이민 생활이라는 고립되고 척박한 환경일수록, 상대의 뾰족한 말을 긍정적인 '부탁'으로 번역해 듣는 훈련, 그리고 나의 불편한 감정을 비난이 아닌 구체적인 '요청'으로 전달하는 훈련이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대화법을 배울 기회가 부족했던 이민 1세대들에게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연결의 대화'는 어색하고 낯설 수 있다. 그러나 타국 땅에서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할 한인 공동체가 상처의 온상이 되지 않으려면, 이제는 마음을 다치지 않고 진심을 전하는 성숙한 '말의 기술'을 치열하게 학습하고 적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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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타국에서의 삶은 필연적으로 다양한 결핍과 긴장을 동반한다.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모인 한인 사회, 특히 교회가 도리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는 공간으로 변질되는 현상은 이민 사회가 직면한 오랜 숙제다. 갈등의 본질은 개인의 '신앙적 깊이'나 '인성'에 있다기보다, 올바르게 진심을 전하는 '소통 기술의 부재'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의 가시 돋친 말을 서툰 부탁으로 번역해 내는 성숙함이야말로, 호주 한인 공동체가 물리적 정착을 넘어 심리적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 갖춰야 할 진정한 생존 역량일 것이다.

#호주한인사회 #한인교회 #대화법 #관계심리학 #이민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