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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기도와 절대 고독을 넘어 하나님께로, 기독교 문학의 거장 시인 김현승 이야기

OCJ 2026. 10. 27. 02:59

가을이 되면 한국인의 가슴 속에 어김없이 떠오르는 시가 있습니다. 바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로 시작하는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입니다. 낙엽이 지는 고즈넉한 계절, 창조주 앞에 홀로 서고자 했던 그의 시구는 세월이 흘러도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깊이 울리고 있습니다.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 독자 여러분과 함께 오늘 살펴볼 인물은 한국 기독교 문학의 거목이자 일평생 신앙의 길 위에서 치열하게 고뇌했던 다형 김현승 시인입니다. 

 


1913년 평양에서 목회자인 김창국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광주로 이주하여 성장하며 광주 숭일학교와 평양 숭실중학교, 숭실전문학교 등 기독교 미션스쿨에서 수학했습니다. 철저한 기독교적 세계관 속에서 자라난 그는 일제강점기 시절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투옥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셔 차를 좋아하는 형이라는 뜻의 다형이라는 아호를 가졌던 그는,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이 그 어떤 문학보다 시적이라며 예수님을 자신의 유일한 스승이자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고백했던 철저한 신앙인이었습니다.


김현승 시인의 삶은 인간적인 고뇌와 하나님을 향한 절대적인 믿음이 교차하는 치열한 구도의 여정이었습니다. 그의 삶과 신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는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잃고 쓴 시 눈물에 담겨 있습니다. 창자가 끊어지는 듯한 참척의 고통 속에서 그는 절망하거나 세상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슬픔을 기독교 신앙으로 승화시키며, 아름다운 꽃이 시든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 자신의 눈물을 하나님이 지어주신 영혼의 열매로 고백했습니다. 인간의 극한 고통을 신앙적 성숙으로 이끌어낸 그의 행적은 성경적 인내와 소망의 표상입니다.

또한 그는 인간 내면의 깊은 외로움을 탐구한 고독의 시인이기도 했습니다. 한때 그는 기독교 신앙에 회의를 느끼고 하나님과 멀어지는 영적 침체기를 겪으며 절대 고독이라는 시집을 펴냈습니다. 그가 말한 절대 고독은 구원에 이르는 수단으로서의 고독이 아닌, 신을 잃어버린 자의 처절한 고독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그를 홀로 두지 않으셨습니다. 

 

1973년 고혈압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 기적적으로 의식을 회복한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회개의 마지막 기회를 주시려고 어리석은 나를 살려 놓으셨다고 고백하며 철저히 하나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부활절에 등의 시를 통해 절대 고독에서 절대 믿음으로 돌아온 탕자의 기쁨을 노래한 그는, 1975년 숭실대학교 채플 시간에 기도를 드리던 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며 일평생 기도로 호흡했던 신앙인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장식했습니다.

김현승 시인이 한국 문학과 기독교계에 미친 실제적인 영향력은 지대합니다.

 

첫째, 그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높은 수준의 문학적 예술성으로 승화시킨 선구자입니다. 신앙시가 자칫 빠지기 쉬운 교리적 경직성을 탈피하여 양심, 고독, 참회, 찬미라는 인류 보편적인 정서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담아냈습니다. 그 결과 그의 작품들은 비기독교인들에게도 깊은 사랑을 받으며 자연스럽게 기독교적 가치와 영성을 전하는 문화적 통로가 되었습니다.

둘째, 그는 탁월한 교육자이자 문학계의 영적 리더로서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조선대학교와 숭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문단을 이끌어갈 수많은 후학들을 양성했습니다. 제자들에게 지식뿐만 아니라 신앙적 양심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가르쳤고, 한국 전쟁 직후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문학의 맥을 잇기 위해 헌신하며 지역 사회와 문단에 지울 수 없는 선한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오늘날 바쁘고 소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성도들은 김현승 시인의 삶을 통해 깊은 영적 도전을 받습니다. 가장 먼저 우리는 진정한 영적 독대의 자리를 회복해야 합니다. 가을의 기도에서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홀로 있게 해달라고 간구했던 시인처럼, 우리 역시 세상의 화려함과 욕망이라는 잎사귀를 모두 떨쳐내고 창조주 하나님 앞에 정직하고 겸허하게 홀로 서는 고독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고난과 눈물을 바라보는 신앙적 안목을 배워야 합니다. 현대 사회는 고통을 무조건 피해야 할 저주로 여기지만, 김현승 시인은 눈물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발견했습니다. 우리 삶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상실과 아픔의 시간은 곧 우리의 영혼이 가장 맑아지고 옥토에 떨어져 아름다운 신앙의 열매를 맺는 비옥한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방황 속에서도 끝까지 우리를 추적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해야 합니다. 지성의 한계 속에서 신을 잃은 고독을 경험했던 그가 결국 하나님의 강권적인 은혜로 회복되어 기도 중에 생을 마감한 것처럼, 우리의 지상 순례도 결국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품 안에서 완성됨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시인 김현승은 단순한 문학가를 넘어, 자신의 삶이라는 원고지 위에 눈물과 고독 그리고 회개와 찬양으로 신앙 고백을 써 내려간 아름다운 순례자였습니다. 화려한 꽃보다 작고 단단한 열매를 사모했던 그의 기도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의 모든 독자 여러분의 삶 속에서도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믿음의 열매가 맺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의 삶이 다하는 날, 우리 역시 주님을 향한 기도를 입술에 머금고 영원한 본향에 입성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시편 141편 2절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분향함과 같이 되며 나의 손 드는 것이 저녁 제사 같이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