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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앙의 발자취를 찾아낸 거룩한 파수꾼 매산 김양선 목사

OCJ 2026. 10. 26. 04:35

1907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난 매산 김양선 목사는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위대한 신앙인이자 역사학자이며 고고학자입니다. 그의 가문은 한국 기독교 역사의 첫 장을 장식한 축복받은 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할아버지인 백홍준은 존 로스 선교사와 함께 최초의 우리말 성경 번역에 참여한 한국인 첫 전도인이었고, 아버지 김관근은 1907년 독노회에서 한국인 최초로 목사 안수를 받은 7인 중 한 명이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뼈대 깊은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정주 신성중학교와 평양 숭실전문학교, 평양신학교를 거치며 신앙과 민족의식을 굳건히 다졌습니다. 오늘날 오세아니아와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가는 한인 디아스포라 기독교인들에게 김양선 목사의 이름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가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초기 역사와 소중한 신앙 유산을 눈으로 확인하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은 평생을 바쳐 사료를 수집하고 보존한 그의 피나는 헌신 덕분입니다.

김양선 목사의 삶은 철저한 사명감과 희생으로 점철된 십자가의 길이었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 숭실전문학교 재학 시절부터 항일 비밀결사조직인 청구회에 가담하여 신사참배 강요에 항거하다 투옥되는 등 굳건한 믿음의 절개를 지켰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신앙적 행적 중 가장 위대한 것은 민족과 교회의 역사적 유물을 수집하고 지켜낸 일입니다. 해방 전후와 한국전쟁이라는 뼈아픈 동족상잔의 비극 속에서도 그는 북한에 있던 귀중한 기독교 유물들을 남쪽으로 옮기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공산군의 총탄에 사랑하는 아내와 막내딸을 잃는 참담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욥과 같은 극한의 고난 속에서도 그는 하나님을 향한 원망 대신, 선조들의 십자가 신앙이 담긴 유산을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거룩한 사명감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유물을 챙겨 월남한 그는 1948년 남산 조선신궁 터에 한국기독교박물관을 최초로 설립하였고, 훗날 자신이 평생 모은 3천6백여 점의 사료를 모교인 숭실대학교에 전부 기증함으로써 오늘날의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김양선 목사는 서양 선교사 중심의 시각에 머물러 있던 한국 교회사 연구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기 전에 이미 한국인들이 스스로 성경을 번역하고 신앙 공동체를 세웠다는 주체적 수용사관과 민족교회사론을 정립하며 한국 기독교인의 영적 자부심을 일깨웠습니다. 또한 역사학자이자 목회자로서 교회의 불의에 대해 타협하지 않는 예언자적 목소리를 냈습니다.

 

1956년 출간한 그의 저서 한국기독교해방십년사에서 한국 교회가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대해 진정한 참회와 회개를 하지 않았음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로 인해 교단으로부터 책이 판금 당하는 고초를 겪기도 했으나, 진리를 향한 그의 대쪽 같은 학자적 양심과 신앙적 결기는 훗날 한국 교회의 역사적 반성과 영적 갱신을 이끄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그가 보존한 유적과 자료들은 고고학계와 역사학계는 물론, 기독교 변증과 교육 현장에서 오늘날까지 수많은 영혼들을 깨우는 살아있는 교과서로 쓰이고 있습니다.

김양선 목사의 생애는 오늘날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을 읽는 모든 성도들에게 깊은 영적 울림을 줍니다.

 

첫째, 신앙 유산의 계승이 가지는 무게입니다. 그는 선조들의 피와 눈물이 담긴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가족을 잃는 희생까지 감내했습니다. 물질주의와 세속화가 거세게 밀려오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어떤 신앙의 유산을 남겨주고 있는지 뼈아프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둘째, 십자가 고난 앞에서의 굳건한 사명감입니다. 극한의 슬픔과 교단의 배척 앞에서도 그는 자신이 부여받은 소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오늘날 작은 어려움 앞에서도 쉽게 믿음을 타협하고 좌절하는 우리에게 참된 십자가 신앙이 무엇인지 가르쳐 줍니다.

 

셋째, 회개와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입니다. 과거의 부끄러운 죄악을 덮어두지 않고 철저한 회개를 촉구했던 그의 모습은, 화려한 성장 이면에 영적 순결을 잃어가는 현대 교회에 진정한 부흥은 회개로부터 시작된다는 불변의 진리를 일깨워 줍니다.

매산 김양선 목사는 땅에 묻혀 사라질 뻔했던 한국 기독교의 피 묻은 십자가 발자취를 햇빛 아래로 끌어올린 거룩한 파수꾼이었습니다. 선조들이 물려준 신앙의 횃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온 생애를 불태웠던 그의 이야기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리고 어디를 향해 걸어가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려줍니다. 무수한 신앙의 선진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복음의 진리가 오늘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온전히 뿌리내리고 열매 맺기를, 그리하여 우리 역시 다음 세대에게 부끄럼 없는 신앙의 역사를 물려주는 영적 거장들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버지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말하리로다 (신명기 32장 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