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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정죄의 돌을 내려놓고 은혜의 시선으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중동의 따사로운 햇살이 넓은 성전 뜰의 계단과 바닥 위로 찬란하게 부서집니다. 그러나 화면을 가득 채운 이토록 평화로운 빛의 묘사와는 다르게, 그림 속 인물들이 빚어내는 분위기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극적인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분노와 혐오에 찬 얼굴로 손에 묵직한 돌을 쥔 군중들, 그리고 그들 앞에 내동댕이쳐진 채 공포에 질려 바닥에 엎드린 한 여인. 생사가 오가는 그 지독한 소란의 한가운데, 놀랍게도 깊은 고요를 간직한 채 평온하게 앉아 있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사실주의 화가 바실리 폴레노프(Vasily Polenov)의 걸작, <그리스도와 간음한 여인> 앞에 서면 우리는 마치 2천 년 전 예루살렘 성전의 그 숨 막히는 현장으로 걸어 들어간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폴레노프는 성서의 장면을 단지 상상으로 그려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수의 숨결이 닿은 역사적이고 사실적인 공간을 화폭에 재현하기 위해 직접 중동 지역을 답사하는 열정과 헌신을 보였습니다. 평생에 걸쳐 그리스도의 생애 연작에 몰두했던 그는, 예술이 사람의 굳고 메마른 마음을 치유하고 선하게 변화시키는 영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화가에게 이 그림은 단순한 교리의 시각화가 아니었습니다. 율법의 잣대 너머에 있는 예수의 보편적인 사랑과 깊은 휴머니즘을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그의 간절한 신앙적 실천이었습니다.
차가운 율법의 돌과 따뜻한 은혜의 빛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폴레노프가 빛과 구도를 통해 얼마나 탁월하게 영적인 메시지를 담아냈는지 깨닫게 됩니다. 여인을 둘러싼 무리는 저마다 율법이라는 이름의 견고한 돌을 쥐고 있습니다. 그들의 꼿꼿한 자세와 굳은 표정은 죄인을 향한 인간의 서늘하고 차가운 정죄의 마음을 대변합니다.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율법주의의 맹렬한 적의가 화면의 한쪽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하지만 화가는 이 차가운 심판의 장면 위에 중동 특유의 따스한 햇살을 온기처럼 덮어두었습니다. 성전 계단과 바닥에 아스라이 부서지는 섬세하고도 부드러운 빛은, 인간의 무자비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하나님의 따뜻한 은혜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냅니다. 정죄와 죽음이 선고되어야 마땅할 그 자리에, 하늘로부터 내려온 은혜의 빛이 고요히 스며들며 율법의 서늘함을 덮고 있는 것입니다.
혐오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사랑의 공간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통찰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시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군중들은 예수를 시험하고자 날 선 적대감을 뿜어내며 윽박지르고 있지만, 예수의 시선은 그들의 분노를 향해 있지 않습니다. 그분의 시선은 오직 한 사람, 세상의 모든 비난을 온몸으로 맞으며 공포에 질려 엎드린 여인을 향해 부드럽고 다정하게 열려 있습니다.
누구도 감히 다가갈 수 없는 폭력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인을 바라보는 예수의 고요한 앉음새와 따뜻한 눈빛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피난처가 됩니다. 예수는 돌이 날아올 수 있는 무리와 여인 사이의 공간에 친히 좌정하심으로써, 엄격한 율법을 뛰어넘어 모든 죄악을 덮는 압도적인 사랑의 공간을 창출해 내셨습니다. 죄인을 벌하려는 세상의 소음은 예수의 그 고요한 사랑 앞에서 일순간 무력해지고 맙니다.
우리 손에 쥐어진 정죄의 돌을 내려놓으며
타인을 향한 날 선 비난과 혐오, 그리고 쉽게 누군가를 심판대 위에 올리는 일들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폴레노프의 이 그림은 깊고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보이지 않는 온라인 공간에서, 혹은 일상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정의'라는 이름으로, 혹은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타인을 향해 정죄의 돌을 들어 올리고 있는지요.
작품 속 예수는 오늘날 우리를 향해서도 고요하지만 단호하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이 짧은 침묵의 외침 앞에서 우리는 가만히 우리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향해 돌을 던질 자격이 없는 자들이며, 오직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와 십자가의 무조건적인 용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연약한 존재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영혼의 미술관을 나서며, 우리 마음속 깊이 쥐고 있던 미움과 정죄의 돌을 예수의 발앞에 조용히 내려놓기를 소망합니다. 폴레노프가 믿었던 것처럼, 이 따뜻한 은혜의 명화가 우리의 굳어진 마음을 선하게 변화시키기를 기도합니다. 세상을 향한 우리의 시선이 차가운 율법의 잣대가 아닌, 상처 입은 자들을 살려내는 예수님의 부드럽고 따뜻한 은혜의 시선을 닮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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