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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뒤처져도 괜찮아" 호주 한인 청년 사회에도 스며든 조모(JOMO) 열풍과 교회의 역할
요즘 인기라는 드라마, 꼭 봐야 할까. 친구들이 모두 다녀온 시드니의 핫플레이스, 나도 당장 가야 할까.
이러한 강박에서 벗어나 일부러 유행을 놓치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조모(JOMO) 현상이다. 뒤처질까 두려워하기보다 남들이 다 해도 나는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가 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모는 무언가를 놓치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Joy Of Missing Out)을 뜻하는 신조어로, 타인의 경험이나 유행을 놓칠까 봐 극도로 불안해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과 정반대되는 개념이다.

포모가 남들이 즐기는 것을 나만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이라면, 조모는 모든 것을 경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자기 긍정에서 출발한다. 유행이나 타인의 시선을 좇기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포기하며 내면의 평안을 찾는 것이다. 한국과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Z세대 사이에서 확산 중인 이 현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화려한 일상과 끝없이 비교당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극심한 피로감에서 기인했다.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 청년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게 감지된다. 학업과 취업, 이민 사회에서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 지친 유학생과 워킹홀리데이 청년, 그리고 젊은 직장인들은 퇴근 후나 주말에 이어지는 무리한 한인 사회 모임 참석을 줄이고 있다.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최신 유행을 따라가기를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다.
대신 이들은 놓치는 연습을 통해 일상의 여백을 만들어가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화제작을 밤새워 몰아보는 대신 조용히 라디오를 듣고, 유명 맛집을 찾아 긴 줄을 서기보다 집에서 자신만을 위한 건강한 요리를 한다. 뜨개질, 종이책 독서, 필사 등 빠르고 자극적인 디지털 콘텐츠를 대체하는 아날로그 취미가 호주 한인 청년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가지 활동에 온전히 집중하며 잃어버린 일상의 여유와 삶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몸부림이다.
이러한 조모 열풍은 한인 청년 세대를 품고 이해하려는 호주 및 오세아니아 지역 한인 교회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타국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교류의 장이 되어 온 교회가, 자칫 청년들에게 또 다른 비교와 경쟁 혹은 과도한 활동을 요구하는 피로한 공간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독교 신앙이 세상과 단순히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무엇을 거절하고 무엇을 사랑할지 분별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교회는 유행과 경쟁에 지친 청년들에게 끝없는 헌신과 성취를 요구하기보다, 모든 것을 경험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영적 가치를 발견하도록 돕는 진정한 쉼터가 되어야 한다.
다만 청년들이 추구하는 개인의 평안이 타인과의 완전한 단절이나 이웃을 향한 공동체적 책임의 회피로 변질되지 않도록, 건강한 기독교적 가치관 안에서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을 일깨워주는 목회적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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