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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세계적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다… 생태계 보존의 딜레마

OCJ 2026. 10. 21. 04:40

호주의 광활한 내륙과 울창한 삼림 지대에는 수백만 마리의 야생화된 포유류가 떠돌고 있습니다. 돼지, 낙타, 사슴, 물소 등 과거 교통수단이나 가축으로 호주에 도입된 이 동물들은 이제 호주 생태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유해종(pest)'으로 분류됩니다. 매년 호주 정부는 고유한 토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이들의 개체 수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 생태학계는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복잡한 '보존의 역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호주 내에서는 생태계를 갉아먹는 골칫거리로 취급받는 이 동물들 중 일부가, 정작 원산지에서는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야생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호주가 의도치 않게 전 지구적 멸종위기종을 품어주는 '마지막 피난처(Last Refuge)'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단봉낙타(Dromedary camel)입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이 원산지인 단봉낙타는 이미 약 2,000년 전 원산지의 야생 생태계에서 멸종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그러나 19세기 초반 호주 내륙의 건조한 사막을 개척하기 위한 운송 수단으로 도입되었다가 점차 야생에 방치된 낙타들은, 아웃백(Outback)의 가혹한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거대한 무리를 형성했습니다. 현재 호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십만 마리 단위의 거대한 야생 단봉낙타 무리가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또한 동남아시아 열대우림 원산의 야생 소인 '반텡(Banteng)' 역시 밀렵과 서식지 상실로 인해 본래 서식지에서는 심각한 멸종 위기(Critically Endangered)에 처해 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호주 노던 테리토리(Northern Territory)에 도입된 반텡 개체군은 가릭 구낙 발루 국립공원(Garig Gunak Barlu National Park) 등지에서 번성하며,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야생 군락 중 하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860년대 호주 빅토리아주에 방사된 남아시아 원산의 돼지사슴(Hog deer) 또한 원산지에서는 급격한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으나, 호주에서는 오히려 주요 사냥 및 관리 대상이 될 정도로 생존력을 자랑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호주 정부와 전 세계 환경 보호 단체들에게 극심한 정책적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국가적 생태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호주의 취약한 토종 생물들을 멸종으로 몰아넣는 치명적인 위협 요인입니다. 예를 들어 울룰루-카타추타(Uluru-Kata Tjuta) 국립공원 지역에서 거대한 낙타 무리는 원주민(Anangu)들의 생존 및 문화와 직결된 신성한 물웅덩이를 순식간에 고갈시키고 주변 토양을 파괴합니다. 빅토리아주의 돼지사슴 역시 희귀한 해안가 식물 군락을 무분별하게 섭식하여 토착 생태계 붕괴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토종 포유류 멸종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호주의 입장에서는 자연 유산을 지키기 위해 이 외래종들을 적극적으로 퇴치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전 지구적 차원에서 바라보면, 이 동물들은 언제든 원산지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귀중한 유전자원을 품고 있습니다. 생태학자들은 향후 아시아나 중동의 멸종 생태계를 복원할 때, 호주의 야생 개체군이 '유전적 구조(Genetic rescue)'를 위한 핵심 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합니다. 즉, 한 국가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자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마땅히 보호해야 할 생존자로 바라보는 거시적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호주의 외래종이 마주한 이 역설적인 상황은 현대 환경 보존 정책이 얼마나 입체적인 접근을 필요로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눈앞의 유해종을 단순한 박멸의 대상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지구적 생물 다양성 회복을 위한 노아의 방주로 삼을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앞으로 생태계 보존 정책은 개별 국가의 한계를 넘어, 생명의 가치를 조망하는 더욱 포괄적이고 지혜로운 합의점을 찾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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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자연을 관리하는 청지기로서 우리는 종종 예상치 못한 딜레마에 직면합니다. 한 곳에서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유해조수가 다른 곳에서는 보존해야 할 희귀종이 된다는 사실은, 인간 중심의 생태 개입이 얼마나 복잡한 파장을 일으키는지 깨닫게 합니다. 한 국가의 이익과 전 지구적 차원의 생명 보존 사이에서 지혜롭고 균형 잡힌 해법을 모색하려는 윤리적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생태계보존 #멸종위기종 #외래종관리 #호주생태계 #환경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