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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투며 외치는 사랑, 세상은 듣지 않습니다”... WCC 의장이 일깨운 ‘교회 일치’의 본질

OCJ 2026. 10. 4. 04:12

“서로 싸우면서 사랑을 말하면 대체 누가 그 말에 귀를 기울이겠습니까?”

최근 한국을 방문한 세계교회협의회(WCC) 하인리히 베드포드-스트롬(Heinrich Bedford-Strohm) 중앙위원회 의장이 한국교회를 향해 던진 묵직한 질문입니다. 교파적 갈등과 이념적 대립으로 신음하는 현대 기독교회에, 그는 다름 아닌 '성경적 본질로의 회귀'를 촉구했습니다. 

 


1948년 출범한 WCC는 전 세계 350여 개 교회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기구입니다. 그러나 한국교회 내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WCC를 향한 신학적 오해와 이단 시비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의구심을 가진 이들에게 베드포드-스트롬 의장은 요한복음 1장에 등장하는 빌립의 고백, 즉 “와서 보라(Come and see)”는 한마디로 응답했습니다. 그는 오늘날의 WCC가 30~40년 전의 낡은 이미지나 편견에 갇혀 있지 않으며,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헌신하는 활기찬 공동체임을 강조했습니다. 형제와 자매를 향해 무분별하게 씌우는 '꼬리표'를 이제는 거두고, 직접 와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모습을 확인하라는 간곡한 당부입니다.

특히 에큐메니컬 운동을 '위험한 사상'이나 '이단'으로 매도하는 일부의 편협한 시각에 대해, 그는 고린도전서 1장의 말씀을 인용해 명확히 선을 그었습니다. 사도 바울이 바울파, 아볼로파, 게바파로 분열된 고린도 교회를 향해 “그리스도께서 어찌 나뉘었느냐”고 질책했던 것처럼, 교회 일치는 선택이 아닌 최우선적인 성경적 의무라는 것입니다. “서로 싸우면서 사랑을 말하면 세상 그 누구도 우리의 메시지를 듣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지적은, 교회의 분열이 곧 복음 전파를 가로막는 가장 큰 치명상임을 뼈아프게 꼬집고 있습니다.

베드포드-스트롬 의장의 메시지는 단지 단상 위의 언어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이번 방한 일정 중 그는 루터교 주교를 상징하는 보라색 성직복을 입었음에도, 화려한 의전이나 수행원 없이 낡은 배낭을 멘 채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일회용 생수 대신 개인 물병을 사용하는 등,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소박하고 실천적인 신앙인의 모범을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그의 연대와 화해의 발걸음은 종교계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2일에는 조정식 국회의장과 접견하여, 과거 한국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와 인권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냈던 WCC의 연대 역사를 회고했습니다.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 정착, 빈곤과 글로벌 불평등 해소, 기후 위기 등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와 교회가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이는 교회가 내부의 교리적 일치를 넘어, 가장 약한 이들의 곁에서 세상의 아픔을 치유하는 예언자적 사명을 다해야 함을 증명하는 대목입니다.

한국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 기독교 공동체는 이제 베드포드-스트롬 의장의 뼈아픈 질문에 정직하게 답해야 할 때입니다. 십자가의 무한한 사랑을 입에 담으면서도, 정작 등 뒤에서는 형제를 향해 정죄의 칼날을 겨누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통회하고 돌아보아야 합니다. 교파의 이기주의와 교리의 좁은 장벽을 허물고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히 하나 될 때, 비로소 세상은 교회가 외치는 ‘사랑’에 다시금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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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분열과 혐오는 언제나 교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치명적인 독이었습니다. 베드포드-스트롬 의장의 이번 방한 메시지는 한국교회 저변에 깊게 뿌리내린 이념적, 교리적 양극화에 강렬한 경종을 울립니다. 진정한 신학적 순수성은 남을 정죄하고 배척하는 데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포용하고 십자가의 희생적 사랑을 실천하는 ‘일치’의 좁은 길 위에서만 증명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WCC #하인리히베드포드스트롬 #교회일치 #에큐메니컬 #오세아니아크리스천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