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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정책의 그늘: 불법 체류자 단속 강화가 '가정폭력 가해자의 무기'로 전락할 위험성

OCJ 2026. 9. 20. 04:19

최근 호주 연방 정부가 발표한 대대적인 이민 시스템 개편안이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토니 버크(Tony Burke) 내무부 장관은 지난 9월 17일 내셔널 프레스 클럽(National Press Club) 연설을 통해 순 이민자 수를 2028년까지 22만 5천 명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비자 호핑(Visa-hopping)'을 막고, 약 7만 7천 명에 달하는 비자 초과 체류자(Overstayers)를 집중 단속하기 위해 100명의 규정 준수 요원(Compliance officers)을 추가 배치하며, 구금 시설을 재가동하는 초강수 정책이 포함되었습니다.

 


■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향한 치명적인 사각지대

정부의 국경 및 이민 관리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임시 비자 소지자 중 가정폭력(DFV)을 겪고 있는 피해 여성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범죄학 전문가들과 여성 인권 옹호 단체들은 비자 초과 체류자를 대상으로 한 단속과 구금 위협이 가해자들에게 피해자를 통제하는 '새로운 무기'를 쥐여주는 격이라고 강력히 경고합니다.

가정폭력 가해자들은 종종 피해자의 불안정한 비자 상태를 무기화하여 통제력을 행사합니다. 가해자가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의 우편물이나 연락을 고의로 차단하거나, 파트너 비자를 신청해 주겠다고 속인 뒤 실제로는 관광 비자 등으로 입국시켜 피해자를 무지한 상태의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게 만드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어떤 비자를 소지하고 있는지,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실제로 호주 내 이주민 및 난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최대 규모의 전국 조사에 따르면, 3명 중 1명이 가정 및 가족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자신의 비자 상태와 권리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임시 비자 소지자는 단 22%에 불과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 체류 시 구금 및 추방될 수 있다"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 방침은 가해자들에게 "경찰에 신고하거나 집을 나가면 이민국에 고발해 추방시키겠다(dobbing in)"고 협박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합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은 폭력과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침묵을 강요받으며 위험한 환경에 갇히게 됩니다.

■ 반쪽짜리 보호망과 시급한 정책적 대안

현재 호주 이민법에는 파트너 비자 소지자에 한해 가정폭력을 입증할 경우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가족 폭력 조항(Family Violence Provisions)'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유학생, 관광객, 난민 신청자 등 다른 형태의 임시 비자를 소지한 채 가해자와 관계를 맺은 피해자들에게는 이러한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가정폭력을 피해 도망치려 해도 메디케어(Medicare), 사회 보장 제도, 공공 주택 등의 기본적인 지원에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이에 '가정폭력 경험 임시비자 여성을 위한 전국 옹호 그룹(National Advocacy Group on Women on Temporary Visas Experiencing Violence)'은 조만간 '제3차 개혁 청사진(Blueprint for Reform)'을 발표하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할 예정입니다. 이 단체는 피해자가 어떤 비자를 소지하고 있든 상관없이 안전과 정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이민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필수적인 의료 및 사회 복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멜버른 대학교의 마리 시그레이브(Marie Segrave) 범죄학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 역시, 알바니즈(Albanese) 정부가 이번 이민 정책 변화 과정에서 가정폭력 생존자들이 억울한 '부수적 피해자(Collateral damage)'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시급히 명확한 비자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결론

이민 시스템의 효율성과 국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은 정부의 마땅한 책임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이들이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선진 사회의 척도는 법의 엄격함뿐만 아니라, 폭력에 노출된 약자를 품어내는 제도의 온기에 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민 단속의 칼날이 엉뚱하게도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안전망을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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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가장 연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놓치곤 합니다. 이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약자를 억압하는 폭력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단속 위주의 행정을 넘어, 생명을 보호하고 품어내는 '자비와 정의'의 관점이 필수적입니다. 국가 정책이 닿지 못하는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는 일, 그것이 바로 언론과 교회가 연대하여 감당해야 할 진정한 이웃 사랑의 실천일 것입니다.

#호주이민정책 #가정폭력 #임시비자 #토니버크 #오세아니아크리스천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