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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성장 좇다 길 잃은 韓교회… 140년 전 '광혜원' 세우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야

OCJ 2026. 10. 13. 04:53

140여 년 전, 구한말의 어둠 속에서 교육과 의료, 한글 보급을 통해 근대적 시민 의식과 평등 사상의 싹을 틔웠던 한국 기독교가 외형적 성장에 매몰됐던 과거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초기 선교 정신'으로의 회귀를 다짐했다. 이념 갈등과 양극화, 청년층의 이탈 등으로 대사회적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공적 책임'을 다하는 섬김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교계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초교파 개신교 단체인 '나부터포럼(대표 류영모 목사)'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인, 그 뿌리를 찾아 내일의 한국을 그리다'를 주제로 제6차 포럼을 개최했다. 종교개혁 기념일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는 한국교회총연합 및 교계 지도자, 신학대 총장, 각계 전문가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한국 근현대사 속 기독교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오늘날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심도 있게 모색했다.

이날 기조 강연을 맡은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은 19세기 말 조선에 입국한 초기 선교사들이 단순한 종교 전파를 넘어,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뒤바꾼 '혁명적 주체'였다고 역설했다. 그는 1884년 갑신정변 당시 서양인 의사 호러스 알렌이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치료한 것을 계기로 조선 최초의 근대식 병원 '광혜원'이 설립된 역사적 사실을 짚었다. 함 원장은 "선교사들이 들여온 복음주의와 칼뱅주의는 신분제와 남녀 차별이라는 조선의 봉건적 질서를 허물었고, 한글 성경 보급과 독립협회 활동 등을 통해 자유 민주공화국의 토대와 근대적 시민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과거 국가적 위기마다 사회를 선도했던 기독교의 헌신적 유산은 오늘날 크게 퇴색했다는 냉철한 지적이 이어졌다. 포럼 대표인 류영모 목사(한소망교회 원로)는 "오늘의 한국교회는 사회의 중심에 서기는커녕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며 "갈등을 조정해야 할 교회가 도리어 갈등의 조장자가 되었고, 이념을 신앙화하며 정치를 우상화해 왔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지금 교회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을 더 확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본질적 물음"이라고 강조했다. 좌담회에 나선 정상규 보훈문화연구소장과 김주용 연동교회 담임목사 등도 시대적 과제와 교회의 현실을 짚으며 공적 역할 회복을 촉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포럼을 마친 뒤 '제6차 나부터포럼 선언문'을 채택하며 행동에 나설 것을 결의했다. 선언문에는 "사회의 신뢰가 흔들리고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위기의 원인은 교회 자신에게 있음을 고백한다"며 "교회의 존재 이유는 권력도, 성공도, 영향력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는 묵직한 고해성사가 담겼다. 또한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가난한 자, 병든 자 곁으로 찾아갔던 초기 선교 정신으로 돌아가 정치가 국민의 편에 서도록 양심의 목소리를 내는 공적 교회가 되겠다"고 천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의 이 같은 자성적 움직임이 단순한 종교계 내부의 쇄신을 넘어,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인구 절벽 및 극단적 사회 갈등을 치유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140년 전 가장 낮은 곳에서 근대화의 기틀을 다졌던 기독교가 물량주의를 배격하고 다시 한번 소외된 이웃을 보듬으며 사회적 통합의 안전망을 자처할 때, 비로소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든든한 정신적 지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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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한국 기독교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등 국가적 위기 때마다 교육과 의료,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시대를 이끌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념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양적 성장에 매몰되면서 대중의 신뢰를 잃고 청년층의 이탈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맞았다. 이번 포럼은 과거의 찬란한 영광을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회 스스로가 갈등의 조장자였음을 겸허히 반성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교회가 외형적 권위를 내려놓고 '섬김'과 '공적 책임'이라는 본질적 가치로 돌아갈 때, 대한민국 사회의 깊은 균열을 치유하는 화해자의 역할을 다시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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