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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의료용 대마초 합법화 10년: '5분 처방'의 이면과 환자 안전의 딜레마

OCJ 2026. 10. 6. 03:13

호주에서 의료용 대마초(Medicinal Cannabis)가 합법화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2016년 법제화 이후,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원격 진료(Telehealth)가 활성화되면서 호주의 의료용 대마초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된 이면에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상업화된 처방 관행과 규제의 허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료계의 깊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호주 내 의료용 대마초 처방은 전례 없는 급증세를 보였습니다. 호주 연방의약품청(TGA) 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특별 접근 제도(Special Access Scheme, SAS)를 통한 신청 건수가 26만 4천 건을 넘어섰습니다. 수면 장애, 불안, 우울증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온라인 클리닉을 통해 비교적 저렴하고 신속하게 처방전을 발급받고 있습니다. 

 

단 몇 분의 화상 상담만으로 많게는 25%에서 35%에 달하는 고농도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 성분의 대마초 꽃(Flower), 젤리, CBD 오일 등을 쉽게 처방받는 실정입니다. 이는 환자에게 합법적 치료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존재하지만, 환자와의 깊이 있는 진찰 없이 오직 '약물 처방'만을 목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적 온라인 클리닉이 난립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환자들을 가장 쉽게 착각에 빠뜨리는 것은 '의료용'이라는 수식어와 승인 여부에 대한 오해입니다. 현재 호주 의료제품등록부(ARTG)에 정식 등록되어 TGA의 엄격한 안전성, 품질, 효능 평가를 거친 대마초 치료제는 특정 뇌전증 치료용 '에피디올렉스(Epidyolex)'와 다발성 경화증 경련 치료제 '사티벡스(Sativex)' 단 두 개 품목뿐입니다. 이는 전체 의료용 대마초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의 1% 미만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9% 이상의 제품은 규제 당국의 정식 평가를 거치지 않은 '미승인 의약품(Unapproved products)'이며, 의료진은 SAS나 공인 처방자(Authorised Prescriber) 제도를 통해서만 이를 예외적으로 처방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체들은 자신들의 모든 제품이 "TGA의 승인을 받았다"고 허위·과장 광고를 하여 규제 당국의 철퇴를 맞기도 했습니다.

호주의 의료 전문가들은 고농도 THC 제품의 무분별한 처방이 심각한 공중 보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UNSW) 정신의학부 매튜 라지(Matthew Large) 교수는 1970년대 당시 불법 대마초의 THC 농도가 기껏해야 2~5% 수준이었던 반면, 현재 처방되는 일부 제품은 그 농도가 35%에 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를 두고 "호주 역사상 가장 큰 공중 보건의 실수"라고 비판하며, 높은 의존성과 지연성 독성, 그리고 조현병과 같은 정신병(Psychosis) 유발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했습니다. 초창기부터 의료용 대마초를 처방해 온 빅토리아주의 비키 코치릴로스(Vicki Kotsirilos) 박사 역시, 의료용 대마초는 다른 전통적 치료법이 모두 실패했을 때 고려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심리적 불안증 환자에게 고농도 THC를 처방하는 관행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이 속출하자 당국도 본격적인 규제에 돌입했습니다. 왕립호주일반의의학회(RACGP)는 비윤리적인 원격 진료 처방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촉구했으며, 호주 의료인 규제 기관(Ahpra)은 2019년 이후 부적절한 대마초 처방 및 조제를 이유로 80명 이상의 의료 종사자에게 징계 조치를 내렸습니다. 당국의 단속 효과는 시장 지표로도 확인됩니다. 페닝턴 연구소(Penington Institut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량 처방 클리닉에 대한 단속이 집중된 2025년 하반기 호주의 의료용 대마초 판매량은 상반기 대비 28.5% 급감했습니다.

한편, 합법적 처방 환자가 급증함에 따라 사회적 인프라와 제도의 충돌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6년 9월 중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 의회는 합법적인 의료용 대마초 처방 환자가 운전 중 손상(Impairment)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체내에 미량의 THC가 검출되더라도 면허 정지 등의 처벌을 면제해 주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앞서 빅토리아주가 도입한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환자의 합법적 권리 보호와 도로 안전 사이의 합의점을 모색하려는 진통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의료용 대마초는 난치병과 만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편리함'과 '상업성'이 의학적 안전 장치를 압도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재고되어야 마땅합니다. 이윤보다 환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엄격한 처방 가이드라인의 확립과 규제 당국의 투명한 관리 감독만이 10년을 맞이한 호주 의료용 대마초 시장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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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의료용 대마초는 만성 통증과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원격 진료'와 '의료용'이라는 단어가 결합하여 만들어낸 상업적 이윤 추구 현상은 의학의 본질을 훼손할 위험이 큽니다. 의료 접근성이 환자의 안전과 직결될 수 있도록 정부의 철저한 관리 감독과 의료진의 윤리적 책임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아울러 약물 처방에 발맞춰 도로교통법(NSW, 빅토리아주 등)이 유연하게 개정되는 등 사회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공중 보건과 법치주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성숙한 담론이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호주뉴스 #의료용대마초 #원격진료 #공중보건 #의료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