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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근본주의 신앙의 '낙서'를 지우고 '새'를 빚다… 어느 목회자 딸이 던진 묵직한 질문
최근 한국 기독교계 안팎에서 한 권의 책이 잔잔하지만 강렬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2026년 8월 온다프레스에서 출간된 이정은 작가의 에세이 《목사 딸의 백팔배》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보수적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자녀의 방황기를 넘어서, 한국교회 내 깊숙이 자리 잡은 '근본주의 신앙'이 한 개인의 영혼에 어떤 상처를 남기는지, 그리고 그 상처를 어떻게 주체적으로 치유해 나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작가의 고백을 통해 오늘날 교회가 외면하고 있는 목회자 자녀(PK)들의 트라우마와 청년 세대의 '신앙 해체(Faith Deconstruction)' 현상을 짚어보았습니다.
이 작가의 아버지는 보수적인 목회자였습니다. 작가가 학창 시절 심하게 몸이 아파 고통을 호소했을 때, 아버지는 위로 대신 "하나님을 그따위로 믿으니, 신앙이 그 모양이니 이가 안 좋은 것"이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생활을 했으면 왜 아프겠느냐"는 아버지의 폭언은 율법주의와 기복 신앙이 결합된 영적 폭력이었습니다.
육체의 질병마저 신앙의 척도로 재단하는 근본주의적 토양 속에서, 목회자의 딸은 자신의 고통조차 마음 편히 드러낼 수 없는 깊은 영적 억압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맹목적이고 강압적인 신앙이 자신의 삶에 지울 수 없는 폭력적인 '낙서'를 그어 놓았다고 회고합니다.
생존을 위해 그녀가 선택한 치유의 방식은 보수 기독교의 관점에서는 금기시되는 것들이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그녀는 불교적 수행 방식인 '백팔배'를 통해 무너진 마음을 다스렸고, 몸에 타투(문신)를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타투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었습니다. 타인이 강요한 신앙의 궤적, 즉 내 삶에 아무렇게나 그어진 흉한 '낙서'를 주체적으로 아름다운 '새'로 빚어내는 승화의 과정이었습니다. 책의 각 장을 장식하는 그림들 역시 작가의 몸에 실제로 새겨진 타투들입니다. 교회가 통제하려 했던 자신의 몸과 영혼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으며, 그녀는 비로소 참된 자유와 치유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정은 작가의 이야기는 비단 한 사람만의 특수한 사례가 아닙니다. 이는 완벽한 신앙의 테두리 안에서 숨죽여야 했던 수많은 목회자 자녀(PK)와 기독교 청년들의 공통된 아픔을 대변합니다. 실제로 2023년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목회자 4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무려 66%가 "내 자녀가 목회자 자녀라는 이유로 교회나 교인들로부터 상처를 받는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목사님 자녀답게' 행동할 것을 강요받는 이른바 '유리집 증후군' 속에서, 아이들은 은혜가 아닌 율법과 연기를 배우게 됩니다. 그 결과 내면의 갈등을 겪다 결국 교회를 떠나 '가나안 성도'가 되거나 기독교 신앙 자체를 해체해 버리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늘날 서구 기독교계에서는 이처럼 근본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신앙 환경에서 벗어나 자신의 신앙을 재구성하려는 '엑스방겔리칼(Ex-vangelical, 탈복음주의)' 및 '신앙 해체'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정은 작가의 《목사 딸의 백팔배》 역시 한국적 맥락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신앙 해체와 재구성의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처 입은 이들이 타 종교의 수행법이나 타투라는 세속적 문화를 통해서라도 위로를 받아야만 했던 현실은, 역설적으로 교회가 그들에게 따뜻한 '피난처'가 되어주지 못했음을 뼈아프게 증명합니다.
우리는 이정은 작가의 선택을 교리적인 잣대로 비판하기에 앞서, 우리 안의 근본주의적 폭력성을 깊이 회개해야 합니다. 고통받는 이들에게 율법의 잣대를 들이대며 정죄하는 교회에는 생명력이 없습니다. 오세아니아 크리스천 저널(OCJ)은 이 책이 던지는 화두가 한국교회와 이민 사회의 모든 신앙 공동체에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의 삶에 흉한 낙서를 남기는 율법주의적 맹신을 거두고, 상처 입은 영혼들이 얽매임 없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십자가 사랑과 은혜의 품을 내어주는 교회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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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정죄만큼 영혼을 깊게 파괴하는 것은 없습니다. 《목사 딸의 백팔배》는 단순히 기독교를 떠난 이의 반항기가 아니라, 은혜를 상실한 교회를 향한 절규이자 고발장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 공동체가 무심코 던진 교리적 잣대가 누군가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의 '낙서'가 되지 않았는지 뼈아프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진정한 복음은 사람을 옭아매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치유하고 자유롭게 비상하는 '새'로 거듭나게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목회자자녀 #근본주의 #신앙해체 #상처와치유 #오세아니아크리스천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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