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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십자가의 신비, 해석할 수 없는 고난을 통과하는 믿음

OCJ 2026. 10. 1. 06:18

최근 웰메이드 기독교 영화들이 속속 대중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영화 《언익스플레인어블 (원제: Inexplicável, 영어 제목: Unexplainable, 2024)》은 그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작품입니다.

 

 

파브리시오 비타르(Fabrício Bittar)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에리베르투 레앙(Eriberto Leão)과 레치시아 스필레르(Letícia Spiller)가 열연한 이 영화는, 엔젤 스튜디오(Angel Studios)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스트리밍 되며 설명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가족의 위대한 신앙을 그려냅니다. 단순히 감동을 쥐어짜는 최루성 신파가 아니라, 실화가 주는 묵직한 힘과 기독교적 세계관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수작입니다.

예고 없이 찾아온 절망,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사투

영화는 펠리피 카우다스(Phelipe Caldas)의 저서 『축구를 하고 싶었던 소년(O Menino que Queria Jogar Futebol)』을 원작으로, 8살 소년 가브리엘 몬테네그로 바란다스(Gabriel Montenegro Varandas)의 묵직한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챔피언을 꿈꿀 정도로 건강하고 축구를 사랑했던 소년에게 어느 날 원인을 알 수 없는 치명적인 질병이 찾아오고, 급기야 혼수상태(코마)에 빠지는 청천벽력 같은 비극이 일어납니다. 의학적으로는 철저히 절망적인 상황과 끝없는 합병증 앞에서도, 가족들은 포기하는 대신 '더 크신 존재'에게 매달리며 신앙과 가족애로 이 참혹한 시간을 견뎌냅니다.

 

고통의 '해석'을 넘어, 고통을 '통과'하는 믿음

우리는 종종 고난을 마주할 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는 인과율적 해석에 매몰되곤 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인 '언익스플레인어블(Unexplainable, 설명할 수 없는)'이 암시하듯, 인간의 얄팍한 지성으로는 인생에 들이닥친 고난을 완벽히 해석해 낼 수 없습니다.

 

본 작품은 고통의 '원인'을 규명하려는 시도를 멈추고, 그 고통의 한복판을 어떻게 '통과'할 것인지에 주목합니다. 가족들이 보여주는 기도는 단순히 "병을 고쳐주세요"라는 기복 신앙의 차원을 넘어, 욥과 같이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섭리 앞에서도 신뢰를 거두지 않는 '절대적 의존'의 신앙을 보여줍니다. 절망의 끝에서 마주하는 것은 기계적인 치유가 아니라, 무너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하나님의 '설명할 수 없는' 평안과 은혜입니다.

삶의 벼랑 끝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

끝없는 경제적·사회적 불확실성 속에서 오늘날 수많은 현대인들, 특히 크리스천들조차 깊은 영적 침체와 상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언익스플레인어블》은 우리 삶에 갑작스레 찾아온 질병, 재정적 파탄, 관계의 단절 등 수많은 고난 앞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이 영화는 고난 자체가 축복이라고 억지스럽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고도 하늘을 향해 시선을 고정할 때, 비로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소망이 시작된다는 진리를 우리 삶의 한가운데로 소환합니다.

십자가의 신비 안에서 발견한 기적

구속사적 관점에서 볼 때, 기독교의 핵심은 '고통의 부재'가 아니라 '고통 속에서의 임재'입니다. 가브리엘의 가족이 겪은 칠흑 같은 어둠은 역설적으로 그들과 함께 아파하시는 하나님의 눈물을 발견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십자가의 신비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가장 끔찍하고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죽음의 형틀이, 온 인류를 구원하는 생명과 부활의 통로로 역전되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상담을 깊이 공부하며 수많은 내담자들의 부서진 마음을 마주할 때마다, 저 역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고난 앞에 말문이 막히고 한없는 무력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이사야 55장 8-9절의 말씀이 다시금 묵직한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

《언익스플레인어블》은 단순한 투병기를 넘어선 숭고한 신앙의 서사시입니다.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을 강요하기보다 실화가 가진 진실됨으로 승부하며, 브라질 영화 특유의 짙은 가족애가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를 통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지금 설명되지 않는 고난의 밤을 지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모든 것을 이기신 그분의 사랑이 우리를 결코 놓지 않으심을 확인하는 따뜻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