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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것인가, 타협할 것인가"… 현대 기독 청년들의 이성 교제 딜레마와 교회의 대안

OCJ 2026. 7. 24. 06:38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세속화의 흐름 속에서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 기독 청년들이 이성 교제와 결혼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신앙을 숨기자니 양심에 가책이 느껴지고, 당당히 드러내자니 만남의 기회조차 얻지 못할까 두려운 현실 속에서 기독 청년들이 직면한 신앙적 딜레마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회의 현실적인 대안을 짚어봅니다.

 


신앙이 만남의 장벽이 되는 미디어와 현실


최근 방영된 ENA·SBS플러스의 인기 연애 프로그램 '나는 솔로' 32기에서는 기독 청년들이 겪는 현실적인 딜레마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출연자 영수(별칭)는 결혼 상대를 찾으며 "교회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선을 그었고,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출연자 영숙(별칭)을 배우자 후보에서 제외했습니다. 이에 영숙은 성가대 활동을 위해 주일 일정 시간을 비워두고 싶지만 상대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으며, 여행 중에는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 있고 불교 사찰 방문도 문제없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다른 남성 출연자는 영숙의 신앙생활이 타협 가능하다며 호감을 보였으나, 기독교계 내부에서는 영숙의 태도를 두고 상대를 존중한 현실적인 자세라는 긍정적 평가와 신앙의 원칙을 흐렸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었습니다. 비기독교인에게는 열린 사람으로 비쳐야 하고, 교회 안에서는 신앙을 양보했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는 기독 청년의 복잡한 내면이 드러난 장면이었습니다.

이러한 신앙 노출에 대한 고민은 방송 밖 실제 삶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신앙생활에 적극적인 30대 크리스천 박서연(가명) 씨는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의 종교 프로필을 '무교'로 등록했습니다. 기독교인이라고 표시하면 상대방이 자신을 알아보기도 전에 만남 대상에서 필터링해 제외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박 씨는 진지하게 결혼을 고민할 만한 신뢰 관계가 형성된 후에 신앙을 밝힐 계획이라고 고백했습니다.

통계로 드러난 종교 갈등과 사회적 편견


실제 통계 자료에서도 종교는 이성 교제에 있어 매우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이 확인됩니다.

1.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진행한 미혼남녀 5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무교 응답자의 31.2%는 자신에게 전도하지 않는 배우자를 원한다고 답했으며, 종교가 달라도 상관없다는 열린 태도를 보인 응답자는 17.3%에 불과했습니다.
2. 또 다른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조사에 따르면, 종교인과 교제한 경험이 있는 미혼남녀 300명 중 43%가 종교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 중 무려 59%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결별에 이르렀으며, 결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종교 활동 강요'가 꼽혔습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는 기독교인과의 만남을 꺼리는 대중적 심리의 배경으로 '기독교의 부정적인 사회적 이미지'를 지목했습니다. 대중에게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수식어는 상대방에게 신앙을 강요하고 남을 정죄하는 독단적인 인물로 비치기 쉽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정 교수는 교회 내 청년층 감소와 성비 불균형이 심화되는 현실 속에서 청년들에게 오직 같은 신앙을 가진 이성만 만나라고 엄격히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편견을 피하기 위해 신앙을 아예 숨기는 것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은 분명히 하되 타인을 존중하는 열린 태도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교회의 현실적인 이성 교제 교육과 일상 언어의 필요성


이러한 청년들의 고민에 대해 교회가 율법적인 금지 명령을 넘어 현실적인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서울 청암교회(이정현 목사) 청년부는 매년 5월마다 3주에 걸쳐 이성 교제, 결혼, 그리고 이별을 주제로 정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정현 목사는 단순히 "믿지 않는 자와 멍에를 함께 메지 말라"는 성경 구절만 강조하고 설교를 마치는 방식은 청년들에게 해결책 없는 정죄감과 불편함만을 남긴다고 지적했습니다. 대신 청암교회는 비기독교인과 결혼할 때 현실적으로 마주하게 될 자녀 신앙 교육 갈등, 양가 부모와의 종교적 충돌 등 구체적인 대가를 짚어줍니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미전도 종족으로 파송된 선교사와 같은 마음으로 이 대가를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스스로 성숙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독교적인 신앙 언어를 비신앙인도 이해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번역하여 소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옵니다. 문화선교연구원의 김지혜 책임연구원은 교제 단계에서 상대방에게 무조건적인 교회 출석을 요구하기보다, 주일 예배 시간의 조정 가능 여부, 여행 중 예배 방식, 결혼 후 제사와 헌금 문제, 자녀 종교 교육, 양가 부모 전도 문제 등을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로 미리 대화해야 한다고 권면했습니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신앙적 가치와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을 명확히 설명하고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을 약속할 때, 비로소 깊은 신뢰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EDITOR'S NOTE]
오늘날 세속화와 다문화주의의 거센 파도를 맞이하고 있는 오세아니아의 한인 기독 청년들에게도 이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대학과 직장 속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신앙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벽을 경험하곤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말씀하십니다. 빛은 숨겨두는 것이 아니며, 소금은 맛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신앙을 숨기거나 원칙을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을 우리의 '삶의 고백'과 '일상의 언어'로 증명해 내는 것입니다. 믿지 않는 이성을 만날 때, 우리는 그들을 정죄의 대상이 아닌 사랑과 선교의 대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동시에 교회 공동체는 청년들을 정죄하기보다, 그들이 겪는 외로움과 성비 불균형의 현실을 공감하고 구체적인 대화와 기도로 동역해야 합니다. 오세아니아의 모든 기독 청년들이 신앙의 정체성을 굳건히 지키면서도, 세상 속에서 조화롭고 지혜롭게 사랑을 실천해 나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