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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배용찬 장로 창조에세이>그리심산(Mt. Gerizim)과 에발산(Mt. Ebal) - 두 산 이야기
이스라엘중부 산악지대 사마리아지역에 세겜(Sekhem: 지금의 나블루스 Nablus)이라는 도시가 있다. 이곳은 이스라엘 역사가 시작된 유서깊은 도시로 아브라함이 가나안땅에 들어와 처음으로 제단을 쌓은 곳이며 야곱이 땅을 사서 머문 곳이고 요셉이 형들을 찾아 나선 곳이기도 하다. 이 요셉이 죽어 뼈가 묻힌 곳도 세겜이다.
이 도시 인근에 두개의 산이 있다. 세겜에서 오른쪽(남쪽)에 그리심산(해발 881m)과 왼쪽(북쪽)에 에발산(해발 935m)이 서로 몇 백 미터 사이를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산이다. 크기가 비슷하지만 그리심산에는 몇 군데 지하수가 용출되어 약간의 수목과 경작지가 있지만 에발산은 그저 민둥산일 뿐이다.

모세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지도자가 된 여호수아는 요단강을 건너 첫 성 여리고(Jerich)를 격파하고 이어 인근 아이성까지 점령한 후 모세의 유언에 따라<신11: 29> 백성들을 6개 지파 씩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편은 그리심산 비탈에 다른 한편은 에발산 비탈에 서게 했다. 여호수아는 앞으로 있을 정복전쟁에서 하나님의 말씀으로 승리를 거두기 위한 백성들의 정신교육이 필요했던 것이다.
여호수아가 에발산 비탈에 제단을 쌓고<수8: 30> 재판관과 장로들이 앞에 서고 언약괘를 모신 후에 율법을 낭독하되 그리심산 쪽에는 시므온, 유다, 잇사갈, 요셉, 베나민지파에게는 순종에 따른 복을 선포하고 에벨산 쪽으로는 르우벤, 갓, 아셀, 스블론, 단, 납달리지파에게는 불순종에 따른 저주를 선포하면 백성들은 ‘아멘’으로 화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에발산에 다듬지 않은 돌로 쌓은 제단에서 여호수아는 모세가 기록한 율법을 그 돌에 새기고 그 내용을 낭독했다. 후세사람들은 그 많은 사람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데 어떻게 마이크도 없이 율법을 읽어 전할 수 있는가 하고 의아해한다. 그러나 이 두 산의 지형 한가운데서 말을 하면 산 전체에 들릴 수 있는 특별한 지형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로마시대 원형극장처럼 소리가 공명되어 울리는 거대한 자연극장 형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나님은 일방적으로 복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 언약의 백성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인 율법에 순종할 때 주어지는 생명과 축복 그리고 불순종할 때 초래되는 파멸과 저주라는 분명한 두 갈림길을 제시하신 것이다. 이는 신앙의 단순한 형식이나 지위가 아니라 매 순간마다 하나님의 말씀앞에 서서 순종을 선택하는 책임적인 결단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주가 선포되는 에발산위에 제단이 세워졌다는 점이 특별하다.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인간은 마땅히 에발산의 저주아래에 놓여야 하지만 그 산에 희생제사를 드릴 수 있는 제단을 함께 두게 힘으로서 인간의 불순종으로 인한 저주로 죽을 수 밖에 없으나 하나님의 희생과 대속의 제사를 통해 저주에서 돌이킬 수 있는 길이 마련돠어 있다는 강력한 예표였다.
이렇게 그리심산과 에발산은 하나님의 갚은 사랑(회복과 속죄의 은혜)과 엄중한 공의(불순종애 대한 심판)가 동시에 계시된 구속사적 현장이 이 그리심산의 ‘축복’과 에발산의 ‘저주’로 표현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