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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인공지능에 인류애를 외주화할 것인가"… 연극 '일라이자(Eliza)'가 던지는 시대적 경고
2026년 현재, 인공지능(AI)은 인류의 일상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습니다. 단순한 정보 검색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넘어, 이제는 사람들의 심리적 상처를 어루만진다는 'AI 심리 상담사'나 'AI 반려봇'이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시어터 컴퍼니(Melbourne Theatre Company, 이하 MTC)가 무대에 올린 톰 홀로웨이(Tom Holloway)의 신작 연극 ‘일라이자(Eliza)’는 인공지능의 기원을 추적하며, 기술 만능주의에 빠진 현대 사회에 묵직한 윤리적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심리 스릴러 연극은 1966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세계 최초의 AI 챗봇인 '일라이자'를 개발한 컴퓨터 공학자 고(故) 조셉 와이젠바움(Joseph Weizenbaum) 박사의 고뇌를 집중 조명합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독일을 탈출했던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와이젠바움 박사(댄 스필먼 분)는 당초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흉내 낼 수 있다는 앨런 튜링의 이론을 반박하기 위해 일라이자를 고안했습니다,. 심리 치료사의 질문 방식을 모방하도록 프로그래밍된 이 챗봇은 사용자의 말을 단순히 패턴에 맞춰 반문하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와이젠바움 박사는 이를 통해 기계와의 대화가 얼마나 피상적이며 감정이 결여되어 있는지 증명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의 통제를 벗어났습니다. 그의 비서인 베키(마날리 다타르 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일라이자에게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며 자신의 내밀한 상처를 털어놓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계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한다고 맹신해 버리는 이른바 ‘일라이자 효과(Eliza Effect)’의 탄생이었습니다. 연극은 이 과정에서 발현되는 인간의 고독과 맹목적인 믿음이 어떻게 오만과 혼란으로 빠져드는지를 치밀하게 묘사합니다.
이 작품에 각별히 주목하는 이유는 극이 던지는 ‘인간성의 외주화(outsourcing our humanity)’라는 질문 때문입니다. 와이젠바움 박사는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영혼을 기대는 모습을 목격하고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후 그는 남은 평생을 AI의 한계와 위험성을 경고하는 데 바치며, "인간의 연민과 지혜가 필요한 영역을 기계에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오늘날의 현실은 그의 우려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상호 간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상처를 피하기 위해 점차 기계와의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소통으로 도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건네는 위로는 정교하게 계산된 알고리즘의 결과물일 뿐,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진정한 영혼의 교류가 될 수 없습니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Imago Dei)대로 창조된 존재입니다. 우리가 나누는 진정한 사랑과 공감은 상처받기 쉬운 인간의 연약함과 이를 덮는 은혜를 아는 인격적 존재들 사이에서만 온전히 피어날 수 있습니다.
페이지 래트레이(Paige Rattray)가 연출을 맡은 이번 작품은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기념비를 연상케 하는 적막한 무대 디자인을 통해 인간이 겪는 실제적 트라우마와 이를 알고리즘으로 해결하려는 기술적 오만의 대비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100분 동안 휴식 시간 없이 이어지는 배우들의 열연은 관객들로 하여금 '진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연극 '일라이자'는 오는 10월 31일까지 멜버른 사우스뱅크 시어터(Southbank Theatre)에서 상연됩니다. 60년 전, 최초의 챗봇을 만든 창조자가 느꼈던 뼈저린 후회와 두려움은 알고리즘에 영혼의 위로마저 의탁하려 하는 2026년의 우리에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신앙적, 시대적 통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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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기술이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 '공감'마저 모방하는 시대, 연극 '일라이자'는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효율성과 편리함의 이름으로 우리는 기계에 너무 많은 것을 양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결코 완벽하게 코딩된 문장들이 아닙니다. 그것은 타인의 아픔 곁에 기꺼이 머물며 눈물 흘려주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귀한 사명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인공지능 #일라이자효과 #조셉와이젠바움 #멜버른시어터컴퍼니 #기독교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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