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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보기 →“가족도 핏줄이라 콜레스테롤 쌓인다”… 망가진 가정, ‘우상화’ 내려놓고 ‘영적 분화’로 회복해야

혈연이라는 이름 아래 덮어두었던 상처들이 곪아 터지는 가정들이 적지 않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통념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혈관에 찌꺼기가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듯 가족 관계에도 해묵은 감정의 독소와 미해결된 과제들이 '관계의 콜레스테롤'처럼 쌓여간다. 특히 낯선 환경에서 서로가 유일한 울타리이자 생존 기반이 되는 호주 및 오세아니아 한인 이민 사회에서는 이러한 밀착과 갈등의 골이 더욱 깊고 치명적으로 나타나곤 한다. 관계가 막혀 숨이 가빠질 때, 우리는 어떻게 뒤틀린 가정을 치유하고 성경적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가족 상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첫 번째 왜곡은 바로 '가족이라는 틀의 우상화'다. 많은 이들이 가정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온전한 형태로만 유지해야 하는 절대적 의무로 여긴다. 그러나 건강을 잃은 가족 구조는 구성원 각자의 영혼을 질식시키는 감옥이 될 수 있다. 기독교 신앙 안에서도 가정이 하나님이 세우신 신성한 공동체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불건전한 학대나 심리적 착취를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가족은 무조건적으로 지키기만 해야 하는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 온전하고 건강하게 자라가도록 돕는 은혜의 통로여야 하기 때문이다. 병든 관계를 맹목적으로 유지하려는 고집을 내려놓고 현재의 상태를 정직하게 직시하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다.
가족 내 갈등이 만성화되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심리적 탯줄'을 끊지 못한 병리적 얽힘에 있다. 부모가 자신의 내면적 불안과 공허를 채우기 위해 자녀를 소유물이나 감정의 도구로 삼는 경우, 자녀는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하지 못한 채 평생 부모의 기대와 죄책감 사이에서 방황하게 된다. 성경 창세기 2장 24절이 가르치는 원리는 분명하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성경적 연합은 건강한 떠남, 즉 독립과 분리가 선행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상담학에서 말하는 '자기 분화(Differentiation)'는 하나님 앞에서 한 사람의 독립된 단독자로 서는 영적 성숙과 맥을 같이한다. 내가 먼저 주님 안에서 정서적·영적으로 홀로서기를 이룰 때, 병든 가족 시스템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가정에 선한 생명력을 흘려보내는 거룩한 통로가 될 수 있다.
과거 원가족의 상처에 매몰되어 현재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자기변명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많은 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어릴 때 부모에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해서", "가정환경 때문에"라는 이유로 배우자와 자녀에게 분노와 상처를 대물림한다. 과거의 아픔이 개인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인의 삶은 과거의 희생양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과정이다.
복음의 능력은 세대 간 흘러내려 오는 저주와 역기능적 습관의 사슬을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에서 끊어내는 데 있다. 부부 관계 역시 원가족의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하나님 앞에서 성숙한 인격으로 마주 보며 새로운 규칙과 사랑의 언어를 함께 빚어가는 훈련장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깨어지기 쉬운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키고 가정을 치유하는 실제적인 처방은 무엇인가. 먼저는 몸의 청지기직을 회복하는 일이다. 체력은 곧 정서적 인내의 기초가 된다. 육체적 기력이 바닥나면 사소한 자극에도 분노와 불안이 폭발하기 쉬우므로, 규칙적인 운동과 신체 돌봄은 영적·관계적 건강을 지키는 필수적인 영성 훈련이다.
나아가 삶 속에 영적 ‘도피성’이자 ‘골방’을 마련해야 한다. 구약의 도피성이 부지중에 죄지은 자를 보호하는 생명의 안식처였듯, 마태복음 6장 6절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신 은밀한 기도의 골방은 타인의 기대와 가족의 긴장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하나님만을 만나는 절대적 안전지대다. 하루 단 30분이라도 온전히 주님의 위로를 공급받는 고요한 공간과 시간이 확보될 때, 우리는 지친 마음을 재충전하고 다시 가족을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은혜를 얻게 된다.
이민 생활의 거친 광야 속에서 가정은 가장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 안식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옭아매는 불안의 끈을 풀고, 각자가 하나님 앞에 독립된 예배자로 서는 '영적 분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도 정기적으로 영적, 정서적 콜레스테롤을 씻어내야 하듯, 말씀과 기도의 정화 작용을 통해 건강한 거리와 존중을 회복할 때 비로소 참된 연합과 회복의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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